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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ㅂㅈㅇ] 그날, 우리는 왜 생리대를 몰래 주고 받아야 할까

중앙일보 2020.09.11 18:00

"제가 남고를 나와서 (여성의 생리에 대해) 딱히 배운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보통 '그날'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니까 저도 그렇게 많이 얘기해요. 생리대를 언급할 때 약간 부끄러운 느낌은 있죠" (20대 남성)

 

"남자 가족 구성원이나 남자인 친구들에게 굳이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 '배 아프다', '조금 아프니까 건들지 마라' 이런 식으로 돌려 말하는 것 같아요." (20대 여성)

 
'생리'를 생리라고 부르지 못하고 생리대를 약간 부끄러운 물건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20대 남녀의 말입니다. 이들만 그런 건 아닙니다. 편의점이나 드럭스토어에서 생리대를 구매하면 검정 봉투나 종이봉투에 담아줍니다. 생리대를 들고 다니기 민망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생긴 배려인데요. 그렇다면 왜 생리를 민망해하고 감춰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걸까요?
 
'대한펄프'에서 나온 생리대 '매직스'의 광고 한 장면. 유튜브 'serena5156' 캡쳐

'대한펄프'에서 나온 생리대 '매직스'의 광고 한 장면. 유튜브 'serena5156' 캡쳐

역대 생리대 광고를 보면 과거 사회 분위기를 잘 알 수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한 생리대 회사는 광고 카피 문구로 "한 달에 한 번 여자는 마술에 걸린다"를 내세웠습니다. 제품 이름에 '매직(magic)'이 들어가는 데서 비롯된 겁니다. 이 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생리'라는 단어 대신 '마술', '마법'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날'이라는 단어도 많이 사용합니다. 하얀 치마를 입은 젊은 여성이 '그날의 깨끗한 자신감'이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습니다. 피를 표현할 때는 파란 액체를 사용합니다. 피가 묻을까봐 하얀 옷을 입을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는, '마법'과는 거리가 먼 게 현실인데도 그렇게 표현해온 겁니다. 
 
이런 클리셰를 뒤집고 2018년도를 기점으로 생리대 광고가 달라졌습니다. 생리를 생리라고 말하고 피를 표현할 땐 파란 액체 대신 빨간 액체를 사용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2019년 나트라케어에서 나온 생리대 광고 중 일부. 유튜브 '나트라케어' 캡쳐

2019년 나트라케어에서 나온 생리대 광고 중 일부. 유튜브 '나트라케어' 캡쳐

조회 수 약 1400만에 가까운 한 생리대 광고 영상에는 "생리하는 날 누가 흰 바지 입고 뛰어다닙니까. 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했던 광고들만 보다가 속이 시원하네요", "광고에서는 항상 생리 때도 밝게 웃고 할 일 하는데 내 모습이랑 대조돼 나만 유난인가 싶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표현해주니 너무 좋다" 등 댓글도 달렸습니다.  
 
어릴 때부터 생리는 잘 몰라야 하는 것, 생리대는 감춰야 하는 것이라고 교육을 받아왔다는 점도 있습니다. 김민영 자주스쿨 성교육 전문가는 "사회 구조적, 문화적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고 했습니다. 김 전문가는 "어릴 때 양호 선생님이 여자아이들만 따로 모아서 하는 비밀 생리대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도 많을 거다"라며 "예전부터 여성 몸에서 일어나는 것들은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전문가는 생리(生理)라는 단어 대신 월경(月經)이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월경이 수치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드러내지 말고, 생리현상 중 하나니까 생리라고 돌려 말하게 된 것"이라며 "건강한 어른으로 커 가는 과정 중의 하나로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우리도 그런 관점으로 월경을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그간 생리를 어떻게 바라봤고 앞으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영상으로 정리했습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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