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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를 끊어 서서히 죽인다"…코로나, 이렇게 뇌 공격한다

중앙일보 2020.09.11 16:2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 손상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뇌 세포 산소공급 차단해 서서히 파괴
폐와 마찬가지로 ACE2 단백질과 결합해 인체에 침투
연구진, “면역반응 없어..코로나 뇌손상은 침묵의 감염”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예일대 이와사키 아키코 면역학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세포로 침입해 뇌 손상을 일으키는 방식을 관찰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세포에 침입해 뇌 손상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나 나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뇌 속에 산소공급을 차단해 신경세포를 서서히 괴사시켰다. 위 사진은 지난 7월 예일대가 이미지화 한 뉴런이 죽었을 때 반응하는 뇌 사진. [사진 예일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세포에 침입해 뇌 손상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나 나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뇌 속에 산소공급을 차단해 신경세포를 서서히 괴사시켰다. 위 사진은 지난 7월 예일대가 이미지화 한 뉴런이 죽었을 때 반응하는 뇌 사진. [사진 예일대]

 
연구팀은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의 뇌 조직, 실험 쥐, 오가노이드(organoid·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를 이용해 뇌세포에 침투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활동을 관찰했다. 
 

산소공급 차단해 서서히 뇌세포 파괴

우선 뇌세포에 침투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서서히 복제하며 증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세포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대신 뇌 혈액 속 산소를 제거해 산소공급을 차단했다. 산소가 부족한 신경세포는 서서히 죽어갔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미국 보스턴 여성병원의 코로나19 사망 환자 뇌 부검 결과와 일치한다. 당시 사망자 18명의 뇌 각 부분을 검사한 결과 산소공급 부족으로 인한 뇌 손상이 광범위하게 발견됐다. 
 
신경의학자인 아이적 솔로몬은 이런 뇌 손상은 중증환자, 급사한 환자에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뇌가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하면서 신체 여러 기능이 퇴행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냈다.  
 
이와사키 아키코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코로나19 사망자 뇌 부검 결과와 일치힌다. 사망자 뇌 조직을 검사한 결과 산소공급 부족으로 인한 뇌손상이 발견된 바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 없는 일반인의 뇌 MRI 사진. [픽사베이]

이와사키 아키코 박사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지난 7월 코로나19 사망자 뇌 부검 결과와 일치힌다. 사망자 뇌 조직을 검사한 결과 산소공급 부족으로 인한 뇌손상이 발견된 바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 없는 일반인의 뇌 MRI 사진. [픽사베이]

시냅스 파괴로 기억력 감퇴

또 뇌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뇌 신경세포인 ‘뉴런’들을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의 수도 빠르게 감소했다.  
 
시냅스는 뉴런이 감각기관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주고받는 연결 통로다. 시냅스가 손상되면 뇌에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기억력에 지장을 주는 등 신경질환을 유발한다.  
 
노인성 치매의 주원인인 알츠하이머병과 조현병도 시냅스가 과도하게 파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타난다.  
 
아키코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뇌가 서서히 파괴되는 동안 그 어떤 면역 반응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많은 면역 회피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뇌 감염은 일종의 침묵 감염”이라고 말했다.  
 

“폐 감염보다 뇌 감염이 더 치명적”

이와 함께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막에 있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2(ACE2) 수용체 단백질을 이용해 뇌세포로 침입했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장기 조직과 세포의 ACE2 단백질과 결합해 인체에 침입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장기 조직과 세포의 ACE2 단백질과 결합해 인체에 침입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ACE2 단백질과 결합해 인체에 침입한다. 주로 코점막 상피, 입안, 폐 등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경로로 추정되는 호흡기 조직과 세포에서 발견됐다.  
 
뇌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ACE2 단백질을 이용해 세포에 침투하느냐를 두고 이견이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뇌세포 침투 방식이 확인됐다.
 
이 밖에도 연구팀은 폐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한 실험용 쥐는 생존했지만, 뇌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한 실험용 쥐는 6일 만에 사망했다며 “폐 감염보다 뇌 감염이 더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뇌 손상 가설 뒷받침…단, 추가 연구 필요

코로나19가 호흡기관뿐만 아니라 뇌를 비롯해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전에도 소개된 바 있다. 
 
특히 중증 입원 환자들 상당수가 환각·환청 등 섬망 증상에 시달렸으며, 입원 치료 과정에서 인지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 환자 가운데 40~60%가 섬망·기억력 저하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에 입원해 4일 간 삽관치료를 받은 한 57세 남성은 치료 과정에서 섬광과 함께 응급실 바닥에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그는 담당 의사에게 "저들이 나를 죽이려 한다"는 말을 하는 등 죽음의 위협도 느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섬망의 직접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 손상을 입혀 신경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의 한 병원 의료진이 병실 밖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의 한 병원 의료진이 병실 밖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대(UCL) 마이클 잰디 박사는 “지금까지는 코로나19가 뇌 손상에 미치는 영향을 추론했을 뿐인데, 이번 연구가 그 증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잰디 박사는 지난 7월 코로나19로 인한 뇌 손상으로 신경계 합병증이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 환자들의 뇌 손상이 반드시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고 덧붙였다. 1차 폐 손상으로 혈액과 산소가 뇌까지 공급되지 않아 뇌졸중이 오는 경우도 있고, 온몸에 퍼진 염증의 합병증일 수도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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