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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부법' 저자가 묻는다 "무엇이 궁금해 공부하나요"

중앙일보 2020.09.11 12:00
공부법에서 출발해 철학과 역사를 다루는 한재우. [사진 다산북스]

공부법에서 출발해 철학과 역사를 다루는 한재우. [사진 다산북스]

서울대 법대 졸업생이 쓴 ‘공부 비법’ 책은 3만6000부가 판매됐다. 2018년 나온『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위즈덤하우스)이다. 이 책은 “어떤 공부라도 두렵지 않게 만들어준다. 어떤 시험이든 합격할 수 있다”는 출판사의 서평과 함께 입소문을 탔다.

 
하지만 책을 쓴 한재우(39)는 공부 비법에 대해 좀 다르게 이야기 한다. 10일 인터뷰에서 그는 “공부 요령은 공부법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했다. 한재우는 여섯번째 책인 『태도 수업』(다산북스)을 이날 펴냈다. “공부에 대한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법대생 시절 그는 고시 공부도 했다. 하지만 오전에 법대 도서관에서 고시 공부를 몇시간 하고 중앙도서관에서 가서 저녁까지 책을 읽었다. 뇌과학, 철학, 문학, 예술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깨어 있는 시간 동안엔 주로 읽고 있었다”고 했다. 합격하지 못하기도 했고, 적성에 맞지도 않아 고시 공부를 그만뒀다. 대신 어려서부터 품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나 자신으로 살며 위대해질까가 나의 화두였다. 대단하게 된 사람들의 이유가 궁금했다.” 도서관 책에 파묻혔던 건 이 질문 때문이었다.

 
고시 공부를 그만 둔 한재우는 공부의 요령이나 스킬 대신,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마음 먹었다. 2015년 팟캐스트를 시작해 왜 공부를 해야하나, 어떤 공부를 할까에 대해 이야기했다. 답은 정신 세계와 태도로 집약됐다. 팟캐스트의 제목은 ‘서울대는 어떻게 공부하는가’였지만 철학, 심리학, 문학 책을 읽고 내용을 해설했다. “처음에 공부의 비법을 알려주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암기법, 스케줄 짜기 같은 공부 요령은 한 두달 하니까 더 알려줄 게 없더라. 누구나 목표가 있는데 그걸 이루기가 왜 어려운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런 것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 숙명여대 앞에 한 평짜리 커피숍을 열었지만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커피 한 잔에서 원두 가격 만큼을 가난한 아이들에게 생수로 기부하는 카페였다. 이후 독서 교육 회사에 들어갔는데 회사가 합병되면서 대기 발령을 받게 됐고 그때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어떤 청취자들은 서울대 법대 졸업생의 비밀 노트를 기대했지만 그는 인문학의 질문을 계속 던졌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위기는 어떻게 극복하는가’. 한재우는 “‘공부 요령’을 묻다가 ‘어떻게 살까’로 질문을 바꾸는 고정독자가 생겼고 5년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암기법 등 구체적인 공부 스킬에 대한 답은 현재 세상 여기저기에 널려있다. 그걸 듣는다고 해서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

 
전국의 중고등학교, 회사에 다니며 인간과 공부에 대해 강의를 했다. 그러다 올해 코로나19로 강의가 뚝 끊어졌다. “2월에 결혼을 했는데 갑자기 무직자가 된 셈”이라고 했다. 이 상황에서 그는 ‘사람들의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역사, 철학, 과학에서 답을 찾았다. 이번 책 『태도 수업』은 그에 대한 이야기다. 성격심리학자 고든 올포트, 정신과 의사 칼 메닝거의 인간에 대한 분석을 인용한다. 미국의 해군장교로 베트남 전쟁에서 8년간 포로로 잡혔던 제임스 스톡데일의 인터뷰를 분석해 현실을 직시하는 힘에 대해 사유한다.

 
그는 강의를 할 때마다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서울대는 어떻게 가나” “공무원 시험은 어떻게 합격할 수 있을까”. 한재우는 “왜 공부를 하는가, 정말 그 공부가 필요한가라는 성찰을 하게끔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했다. “나는 경기도 남양주에서 집 앞 논을 소가 가는 걸 보고 자란 시골 사람이다. 사교육도 받아본 적이 없고, 위대한 사람으로 둘러싸여 자란 것도 아니다. 다만 질문이 많았다. 사람의 태도와 잠재력이 궁금했고, 궁금한 만큼 책을 읽었다. 궁금한 게 없었다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었어도 답이 달라붙지 못했을 것이다.” 4개월 만에 인간의 태도에 대한 책을 써낸 39세 저자는 “앞으로도 쓰고 싶은 주제가 많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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