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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력 요구하는 문제, 이렇게 공부해야 잘 푼다

중앙일보 2020.09.11 07:00
 
인류의 많은 발명은 실패에서 비롯됐다. 새처럼 날겠다고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리는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혹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빛을 밝히겠다고 몇 달씩 몰두하는 사람을 보면 어떻게 생각이 들까. 다들 미쳤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전구는 머리카락과 같은 물질에 전기를 흘려 빛을 내려던 에디슨 같은 사람들의 시도 덕분에 만들어졌고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바꾼 위인으로 꼽히는 사람은 남들이 안 하는, 빤히 실패할 만한 것에 도전한 이들이다.

정답 찾기에만 급급한 문제 풀이 습관
사고력 요구하는 문제에선 효과 없어
틀리면서 스스로 알아가는 습관 들여야

 
지금의 교육 현실을 돌아보자. 현 교육 체제는 성공의 길을 추구한다. 좋은 대학, 좋은 과를 가야 성공한다고 여긴다. 1994년 교육부는 창의력을 떨어뜨리는 평가인 학력고사를 폐지하고 수학능력시험을 도입했다. 하지만 수능 역시 문제를 주어진 시간 내에 빨리, 정확히 푸는 연습을 하게 만들었다. 또 다른 대안으로 도입한 학생부 종합전형도 비슷했다. 학생은 내신 점수와 이력을 위한 형식적 활동 내용으로 생활기록부를 채운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알아가는 데 있다. 지금의 교육은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를 중시한다. 그러다 보니 성공을 향한 길에서 실수를 용납하기 어렵다. 남들보다 돌아가게 되고, 나의 기회를 다른 이에게 뺏길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른 길을 추구하며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특히 여러 분야가 자동화되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는 미래엔 더욱 그렇다.
 
학생들의 문제풀이 습관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빨리 풀고 많이 맞추기 위해 문제에 적용할 공식을 머릿속에서 빨리 찾아내고, 숫자를 대입하여 답을 낸다. 이게 수학 문제풀이의 정석인 것이라 여기고 공부한다. 문제 상황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주어진 몇 가지 정보와 공식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공부의 본질은 다양한 사고와 시도를 통해 문제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다. 어떤 공식을 적용해야 하는지, 그 공식은 어떤 문제 해결 과정에서 등장했는지 생각하면서 말이다. 때로는 복잡한 문제를 공식보다 공식을 유도하는 원리에서 찾기도 한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x-1)^2=0 에서 x를 구하시오’ 라는 문제를 보자. 중1 학생은 x=1이라고 쉽게 답할 수 있는 반면, 근의 공식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3 학생의 경우 문제를 풀기 위해서 x^2-2x+1=0꼴로 만들고 근의 공식 x=(-b±√(b^2-4ac))/2a을 써서 a=1, b=-2, c=1을 대입해서 푸는 경우도 많다. 많이 배울수록 더 어렵게 생각하다가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라면 더 그러하다. 많은 학생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떤 공식을 써야 하는데? 공식을 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공식에 대입할 숫자가 눈에 바로 보이지 않으면 간단한 문제도 공식에 대입하느라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2차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무조건 근의 공식에 대입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많은 학생이 문제의 원리를 생각하지 않은 채 공식만 찾고, 대입하는 기계적 활동을 연습하는데 몰두한다. 이런 풀이는 컴퓨터가 훨씬 빠르고 정확히 할 수 있다.
 
공식을 대입하기 전에 문제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가능한 경우를 펼쳐 놓은 후, 하나씩 시도해보자. 쉽게는 x가 0이라면? x가 1이라면? 이런 식으로 대입하면서 규칙도 발견하고 문제도 변형해보면서 근의 공식의 실체를 파헤쳐 보는 것이다. 당장의 점수를 위해서는 답을 찾아야 하겠지만, 근의 공식이 가진 속성을 파악하고 다양하게 적용하려면 실패를 통해 개념을 익혀 나가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래야 더 강력한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진다.
 
근의 공식이라는 수학 문제를 예로 들었지만, 실패를 통한 성장은 과학에서도, 공부할 때도, 삶에 있어서도 모두 적용되는 진리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일어서서 돌아다니는 동물과 달리 스스로 걷기까지 1년이 걸린다. 수많은 시행 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팔다리를 다양하게 움직이는 법도 배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자. 돌아서 간다고 혹은 실패할 게 뻔하다고 넘어가지 말자. 한 가지 길만을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생각은 때때로 우리의 발목을 잡을 때가 많다. 
 
김형진 교사는 서울대 물리교육학 학사와 고려대 복잡계 물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현재는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적정기술과 상대성 이론의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UCLA의 입자가속기학교를 수료하였고, 생명공학연구원에서 현장 연수를 마쳤다. 동아사이언스 객원연구원, 국회 과학정책 비서 등을 거치며 과학이 가야 할 길을 안내하고 있다. 대원국제중 과학교사로 적정기술, 드론, 3D 프린터 등의 수업을 지도하였으며 현재는 대원여고 교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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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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