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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표 ‘통신비 2만원’ 스텝 꼬이자···또 치고나가는 이재명

중앙일보 2020.09.11 05:00
이낙연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뒤쪽은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 [연합뉴스]

이낙연 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뒤쪽은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 [연합뉴스]

“정부가 준다는 통신비 2만원 구경도 못 하게 생겼다.”

“선별지급에 여당 지지자들은 분노한다.”

정부가 10일 발표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지난 6일 고위 당·정·청에서 “더 어려운 국민들을 먼저 돕자”고 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겐 “지친 국민에게 통신비를 지원하는 것이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신비 2만원 일괄지원을 요청해 관철하자 나온 불만이다. “당 대표 지지율 하락은 이낙연 대표 때문일 것”, “(보편지급에 반대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짝짜꿍(행동을 맞춘 것)한 거 아니냐”며 지도부를 성토하는 글들이 게시판에 다수 올라왔다. 
 
선별지급론에 수렴했던 국민의힘(구 미래통합당)은 ‘통신비 2만원’을 이유로 “문재인 포퓰리즘을 넘어 이낙연 포퓰리즘”(주호영 원내대표)이라고 각을 세웠고,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맥락도 없이 끼어든 계획으로, 황당하기조차 하다”고 몰아세웠다.
 

선별지급 반발 피하려다 스텝 꼬인 민주당

여권 내에서 정치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큰 항목은 ‘통신비 2만원’이다. 잠정안은 35~49세를 제외하고 17~34세, 50세 이상에게 지급하는 것이었지만 지난 9일 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회동 뒤 13세 이상 4640만명에게 통신비 2만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서울 지역구의 초선 의원은 “결과를 듣고 좀 당황스러웠다”며 “국민들이 2만원에 ‘감사하다’고 생각할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처럼 나온 통신비 일괄지원 때문에 어려운 사람부터 도와야 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집행과정에서도 국민 불만이 터져 나올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요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이낙연 당대표(가운데)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요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이낙연 당대표(가운데)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만원이 현금지급이 아닌 통신사 차감 형식이란 점도 문제였다. 수도권 의원은 또 “현금 2만원이라면 소비를 선택할 자유라도 있지만 차감형식은 여지가 없다”며 “국민이 아닌 배부른 통신사를 지원하는 것이라는 불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차라리 저소득층에 지원하는게 효과가 컸을 것”이라고 했다.
 
맞춤형(선별) 재난 지원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다 나온 미봉책이라는 게 여당 내 평가다. 지난 당·정·청 논의 과정에서 통신비 지원 대상을 소득과 연령 중 어느 것을 기준으로 할지, 또 연령으로 한다면 경제활동인구(35~49세)를 포함할지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일괄지급을 밀고 나간 건 이 대표였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선별지급에 대한 불만여론을 이 대표가 너무 무겁게 받아들인 거 같다”고 했다
 

‘난수표’ 된 선별지급

‘통신비 2만원’ 논란이 애초 우려했던 ‘누군 주고 누군 안주냐’는 선별지급의 형평성 논란을 덮은 것도 아니다. 4차 추경 7조8000억원 가운데 선별지급 수혜자는 1117만명(중복포함)이다. 소상공인·중소기업(377만명), 실직자(119만명), 저소득층(89만명), 미취학·초등학생을 둔 가정(532만명) 등이다. 전 국민 5178만명 가운데 21%에 지원이 집중돼 여전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될 개연성은 높은 상황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호남권 초선 의원은 “당장 상인들부터 ‘왜 옆 가게는 받는다는데 우리는 못 받느냐’란 분들이 있다”며 “국민 다섯 중 넷은 못 받는 셈인데 여론이 우려된다”고 했다. 경기권 초선 의원은 “차라리 전 국민에게 소액을 지급했다면 선별비용도 덜고, 소비 진작 효과도 있었을 것”며 “이재명 경기지사가 우려했던 게 이런 상황”이라고 했다.
 
여론 지형상 부작용이 도드라질 조짐을 보이자 추경 심사 시작도 전에 여권은 증액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민주당 핵심의원은 “추경 심의 과정에서 지원 대상을 늘리고 액수도 높일 수 있는 거 아니냐”라고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나랏빚이라 할 수 있는 국고채로 전액 충당되는데 증액은 더 큰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빚내서라도 경기도민 지원”

당·정·청이 선별 지원을 결정한 지난 6일까지 문제점을 지적했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지난 9일 지역 화폐를 사용하는 경기도민에게는 최대 5만원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 내에서라도 보편적 재난 지원을 시도하겠다는 의미다. 10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이 지사는 “통신비는 직접 통신회사로 들어가 버리니 승수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 뒤 인센티브제에 대해 “모두가 빚을 갚기만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지방채를 내서라도 주민들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2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지사의 인센티브제는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지사 정책은 경기도와 비경기도를 가르는 포퓰리즘적 정책이어서 일면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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