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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라더니…BJ 환심사려 수천만원 탕진 20대, 결국 살인

중앙일보 2020.09.10 18:18
귀갓길이던 편의점 알바 30대 여성을 강도살인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A씨가 10일 오후 제주서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귀갓길이던 편의점 알바 30대 여성을 강도살인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A씨가 10일 오후 제주서부경찰서에서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제주시 한 편의점에서 일을 마친 후 귀가하던 여성을 강도살해한 20대는 여성 인터넷방송 진행자(BJ)들에게 사이버 머니를 선물하다 수천만원의 빚을 진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금품을 강탈한 혐의(강도 살해)에 시신 은닉 미수와 절도, 신용 카드 부정 사용, 사기 혐의 등을 추가해 A씨(29)를 10일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1시쯤 검찰로 송치되기 전 포토라인에 선 A씨는 '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답했다. '약한 여성과 취객을 범행 대상으로 물색한 것이냐'고 묻자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없나'는 물음에 그는 재차 "죄송하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유족들은 A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거세게 항의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 50분쯤 제주시 도두1동 민속오일시장 인근 밭에서 B씨(39·여)를 살해하고 현금 1만원과 신용카드를 훔쳐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몇달간 월세를 내지 못한 A씨는 지난달 28일 결국 살던 주거지에서 나와 자신의 탑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사건 당일 미리 흉기를 준비한 뒤 오일장 인근을 돌다가 피해자를 발견했다. 이후 피해자가 걸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차량을 주차하고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A씨는 범행 5시간 만인 지난달 31일 0시17분쯤 휴대전화 빛을 이용해 범행 장소를 다시 찾기도 했다. A씨는 시신을 5m가량 옮기다 포기하고 현장을 벗어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신을 감추기 위해 현장을 찾았지만 무거워 결국 옮기지 못하고 되돌아갔다"고 진술했다. 그는 범행을 저지른 뒤 훔친 피해자 신용카드로 편의점과 마트에서 두 차례에 걸쳐 식·음료를 산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지난 4∼7월 택배 일을 하다가 생각보다 돈이 안 돼 그만둔 뒤 무직 상태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도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자신 명의의 차를 가지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생활고가 아닌 당장 돈이 필요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범행을 인정했다"며 "계획적으로 강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55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차량과 생활비, BJ 선물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여러 여성 BJ에게 빠져 매일 방송을 시청했다. BJ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소 10만원부터 최고 200만원 상당의 사이버 머니를 선물하며 돈을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BJ와는 올해 초 실제 만남을 갖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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