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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만 내려는 것, 우릴 놀리나?” 지원금 지급 소식에도 낙담한 소상공인들

중앙일보 2020.09.10 17:54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 이후로 가게 문을 닫거나 단축 영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했다. 배정원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 이후로 가게 문을 닫거나 단축 영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했다. 배정원 기자

“200만원 지원? 지금 누굴 놀리나.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나 당장 풀어달라.”
 

[재난지원금 반응]

서울시 공덕동에서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4)씨는 10일 소상공인 긴급재난지원금 소식에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주 동안 본 손해만 따져도 1000만원이 넘을 텐데, 한 달 임대료도 안 되는 돈 좀 쥐여준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도와줬다는 생색만 내려는 정책에 불과하다”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7월 만큼만 장사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3조2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현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최대 200만원이라는 소식에 “황당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임대료 보다 적은 지원금이 무슨 소용"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텅 빈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배정원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로 텅 빈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배정원 기자

우선 사업장의 규모와 업종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지급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김씨는 “같은 건물에서도 식당 규모나 층별 위치에 따라 임대료가 천차만별인데 고정비가 월 1000만원 넘는 가게와 200만원밖에 안 되는 소규모 점포가 같은 금액을 지원받는 건 부당하다”며 “차라리 정부가 나서서 임대료를 중재 또는 감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또 재난지원금이 문제가 아니라 집합금지명령과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조치를 당장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PC방과 코인노래방 등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업종은 가게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에서 관리비, 임대료, 대출 이자 등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심가의 규모가 큰 PC방의 경우 월 임대료가 2400만원에 달한다. 
 
실제로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 추이를 분석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노래방과 PC방 등 여가시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에 그쳤다.수도권은 이보다도 낮은 3%에 불과하다. 매출의 90% 이상이 증발하면서 사실상 벌이가 없었다는 의미다.     
 
최윤식 PC방협회 이사장은 “집합금지명령을 풀어주면 200만원을 국가에 드리겠다”며 “음식점 영업은 허용하고 칸막이가 설치돼 감염 위험성이 낮은 PC방을 타깃으로 금지명령을 내린 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고 말했다. PC방협회에 따르면 매일 30여곳의 PC방이 폐업하고 있다. 
 
김태림 코인노래연습장협회 사무국장도 “200만원 지원금에 기뻐하는 자영업자는 단 한명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코인노래방을 고위험시설로 구분한 지표도 정부가 속 시원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고위험시설 해제와 집합금지명령 기간을 조속해 풀어 달라는 게 협회의 요구”라고 말했다.
 

2.5단계 조치 이후 외식업·PC방 폐업 속출  

줄어드는 소상공인 매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줄어드는 소상공인 매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더는 희망이 없다며 폐업을 결정하는 가게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 여의도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박모(46) 사장은 지난달 30일부터 2주째 가게 문을 닫고 쿠팡이츠에서 배달대행 아르바이트 중이다. 박 사장은 “정부 지원금 지급 결정은 고맙지만, 솔직히 큰 도움은 안 된다”며 “더는 버틸 수 없어 권리금을 낮춰 가게를 내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자영업자 5명 중 3명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이후 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구인·구직 포털 알바천국이 기업회원 23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59%가 2.5단계 조치 이후로 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들 중 11%는 실제로 폐업했다. 특히 집합금지 대상인 12종 고위험시설의 경우 폐업 고려 비율이 69%에 달했다.  
 
문제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조금씩 더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9시 이후 접객이 금지되면서 배달에 사활을 건 치킨·족발집은 지난 8일 이후 한강 공원 통제에 아연실색한 모습이다.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 프랜차이즈 치킨집 직원은 “지금쯤이면 배달 성수기여야 하는데 주문이 10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배달의민족 등 배달 업체에 공원 내에서 앱을 이용할 경우 ‘배달 주문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을 띄워 달라고 요청했다.  
 
배정원·강기헌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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