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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회담 원했다"…김정은 친서로 드러난 북·미 막전막후

중앙일보 2020.09.10 17:5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1월 18일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여일 전 2018년 크리스마스에 친서를 보내 "2차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DPRK)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두도록 위대한 결단력과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달라"며 평양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사진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1월 18일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여일 전 2018년 크리스마스에 친서를 보내 "2차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DPRK)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두도록 위대한 결단력과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달라"며 평양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사진 트위터]

"대통령 각하께서 2차 조선인민민주공화국(DPRK)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거두도록 다시 한번 위대한 결단력과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친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2차 북·미 회담 장소로 양측이 각자 입장을 완강히 고집한다"며 평양 정상회담을 설득했다.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의 신간 『분노(RAGE)』에 담은 트럼프-김정은 친서 25통 가운데 CNN 방송이 2019년 6월 10일 자 김 위원장의 트럼프 생일축하 편지와 함께 10일 공개한 친서 전문에 포함된 내용이다.

밥 우드워드 WP 기자, 신간 <분노>서 친서 공개
트럼프 참모 반대로 무산, 130시간 하노이 왕복
넉달 뒤 "또 한번 역사의 순간을" 3차 회담 염원,
판문점 회동 한달 후 한·미 훈련에 "마음 상했다"

 

소식통 "北 '비행기 못 탄다… 2차는 무조건 평양"

2018년 6월 11일자 노동신문 2면에 게재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도착 기사와 사진. 김 위원장이 중국 오성홍기가 선명한 에어차이나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6월 11일자 노동신문 2면에 게재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도착 기사와 사진. 김 위원장이 중국 오성홍기가 선명한 에어차이나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중앙포토]

복수의 소식통은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 한 달 전까지 평양 정상회담을 설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참모들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양측이 각자 입장을 완강히 고집하면서 긍정적으로 비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 이것이(장소 문제가) 많은 시간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시급히 고위급 접촉을 가져 비공개 논의로 장소 문제를 조율하자"고 제안했다. 바로 이어 "2차 북한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도록 위대한 결단력과 탁월한 지도력을 보여달라"고까지 부탁했다.
 
서울의 한 소식통은 "북한은 1차 정상회담 장소를 싱가포르로 양보한 만큼 2차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기를 강력히 원했고 만약 평양이 불가능하다면 인접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2순위로 제안했다"고 말했다.
 
복수의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최소한 육로 이동이 가능한 장소를 2차 회담지로 원했다. 1차 때는 평양 또는 판문점을 장소로 제안했지만 "첫 역사적 정상회담을 싱가포르와 스위스 제네바와 같은 제3의 중립국에서 해야 한다"는 미국 주장에 싱가포르로 양보했다. 이 때문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보잉-747기를 빌려 타는 굴욕을 감수해야 했다
 

"트럼프는 평양회담 솔깃했지만, 볼턴 등 참모들 반대로 무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26일 평양에서 68시간이나 걸려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특별열차에서 내리고 있다.[VNA=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2월 26일 평양에서 68시간이나 걸려 베트남 북부 랑선성 동당역에 도착해 특별열차에서 내리고 있다.[VNA=연합뉴스]

북한의 회담 장소에 관한 최우선 고려 사항은 김 위원장의 안전이다. 전용기 '참매-1호'가 노후한 기종이고, 항속거리도 제한되며 비행도중 만일의 격추 위험도 있기 때문에 육로로 최단거리 장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밝혔듯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미디어의 주목을 가장 받을 수 있는 곳이 1순위였다.
 
이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2차 평양 정상회담 제안에 솔깃했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볼턴 보좌관 등 참모들의 반대로 뜻을 접어야 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볼턴뿐만 아니라 참모 대부분이 북한의 비핵화 사전 합의 없이 2차 정상회담 개최하는 자체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김 위원장 친서 설득에도 불구하고 평양 정상회담은 무산됐고, 제3국인 베트남 하노이로 결정됐다. 김 위원장이 또한번 양보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특별열차 편으로 평양-하노이를 130시간 걸려 왕복해야 했다. '하노이 노딜'로 영변과 유엔 제재 해제 교환에도 실패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 생일축하 편지에선 "또 한 번 역사의 환상적 순간을 만들자"며 3차 정상회담 개최를 간절히 호소했다. 이는 하노이 결렬 이후 표면적인 상황과 정반대다.
 
당시 최선희 외무성 제1 부상 등은 공개 성명에서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북·미 대화를 중단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결단할 수 있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핵실험 재개 위협할 때 金 "3차 회담, 또 한 번의 환상적 순간 될 것" 

하지만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우리 특별한 우정이 모든 장애물을 제거하고 북·미관계의 진전을 이끄는 마법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우리가 마주 앉아 위대한 업적을 만들고 상호 신뢰에 또 다른 기회를 주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며, 다시 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3차 회담)은 또 한 번의 역사의 환상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편지는 결국 20일 뒤 6월 30일 판문점 회동으로 이어졌다.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전인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생일축하 카드를 직접 써 줬다. 제재가 혹독해 북한이 무언가 하려고 한다"고 소개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 "제재를 하는 데도 돈이 든다. 북한이 영변 단지 외에 추가로 핵 시설을 폐쇄하기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나도 또 다른 회담을 원한다"고도 했다.
 
한 소식통은 "알려진 것과 달리 북·미 정상은 하노이에서 영변 폐기 외에 우라늄 농축시설의 해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방안을 포함해 상당히 많은 것을 논의했다"라며 "다만 최종적으로 북한이 요구하는 2016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제재 해제와 흥정이 안 됐던 것"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김 위원장도 판문점 회동 한 달 뒤 트럼프 대통령에 보낸 친서에선 분위기가 바뀌었다. 당시 한·미 지휘소연습(옛 을지훈련) 실시를 놓고 "나는 분명히 기분이 상했으며 이런 감정을 당신에게 숨기고 싶지 않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각하, 이런 허심탄회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맺은 데 대단히 자랑스럽고 영광스럽다"라고도 덧붙였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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