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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갓 상장한 나녹스, 급락장 속 '나홀로 상승' 이어가는 이유

중앙일보 2020.09.10 17:42
애플·테슬라 등 미국 기술주 급락장세 속에서 SK텔레콤이 2대 주주로 참여한 의료장비 기업 나녹스의 주가는 '나홀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녹스는 지난달 21일 나스닥에 18달러에 상장된 뒤 9일 기준 44.02달러로 치솟았다. 상장 한달도 못돼 144% 상승했다.

SK텔레콤 2대 주주로 참여한 나녹스
"제2 테슬라" 호평 속 주가 144% 상승
한국에 공장 세우고 스타트업과 매칭

나녹스 주가 변동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나녹스 주가 변동 추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반도체 활용한 디지털 X레이…앰뷸런스·비행기 설치가능

갓 상장한 벤처기업이, 그것도 아직 제품 생산도 못하고 있는 회사가 15 거래일 연속 세계 최대 기술주 시장인 나스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이유가 뭘까. 
 
나녹스는 반도체를 이용해 X선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바이오벤처다. 손톱만한 실리콘 반도체 속에 있는 1억여개의 나노 전자 방출기를 디지털 신호로 제어해 순간적으로 전자를 생성한다. 이것을 X선으로 전환해 엑스레이나 CT를 촬영한다. 기존 진공관 방식의 엑스레이에 비해 촬영 속도는 30배 빠르다. 방사선 노출시간은 30분의 1로 줄었다. 촬영비용은 10분의 1 수준이다. 냉각장치도 필요 없어 무게도 200㎏에 불과하다. 앰뷸런스·간이 진료소는 물론, 비행기에도 설치 가능하다.  
디지털 기술 X-ray 촬영장비 '나녹스.아크'. [SK텔레콤 제공.]

디지털 기술 X-ray 촬영장비 '나녹스.아크'. [SK텔레콤 제공.]

 

"나녹스=제2의 테슬라"…기술·비즈니스모델 모두 "혁신" 

앞서 주식분석 전문매체인 모틀리풀스는 지난달 31일 나녹스를 '제2의 테슬라'라고 보도했다. 테슬라가 기존 내연차 시장을 전기차로 대체하듯, 나녹스가 엑스레이 촬영 방식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혁신할 것이라 전망했다.  
 
모틀리풀스는 나녹스의 기술뿐 아니라 판매 방식에도 주목했다. 나녹스가 출시할 디지털 엑스레이 촬영 기기 '나녹스 아크'의 대당 가격은 1만달러(1200만원)다. 나녹스는 이 기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대신 엑스레이를 찍을 때 장당 14달러(1만6800원), CT 촬영은 장당 40달러(4만8000원)씩 받는다. 엑스레이 기준으로 한달에 최소 241장 찍는다고 가정하면 3개월 뒤엔 기기 값을 회수할 수 있다. 모틀리풀스는 "세계 최초의 기술과 흥미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조합"이라고 표현했다.

나녹스 개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나녹스 개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FDA 판매 승인 전부 선주문 쏟아져, 11개국서 4520대 

나녹스 아크는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도 받기 전에 세계에서 선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자료에 따르면 11개국에서 4520대를 주문했다. 내년 상반기에 생산에 들어가 하반기에는 1000대 이상을 설치하는 게 목표다. 이원재 요즈마펀드 아시아한국 대표는 "현재 계약 완료된 건으로 연간 1억2000만달러의 수익이 보장된 상태"라고 말했다. 요즈마펀드는 나녹스의 3대 주주다.  
 
나녹스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다. 나녹스 아크의 핵심부품인 미세전자 기계시스템(MEMS) 칩 생산 공장이 한국에 세워진다. 하형일 SK텔레콤 코퍼레이트2센터장은 "나녹스는 원천기술이 일본에서 왔기 때문에 일본에 생산공장을 지을 생각이었는데, SK텔레콤이 한국에 짓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공장 부지는 경기도에 2~3곳의 후보지 가운데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녹스는 공장 설립을 위해 1차로 600억원가량 투자할 계획이다

나녹스 디지털 엑스레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나녹스 디지털 엑스레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칩 생산공장 한국에…하이닉스에 파운드리, 스타트업과 매칭

SK텔레콤은 MEMS칩 생산 규모가 커지면 SK하이닉스에서 파운드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 센터장은 "나녹스의 핵심 칩인만큼 나녹스가 자체 자체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나녹스 아크에 대한 주문량이 늘어나면, SK하이닉스로 파운드리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즈마펀드는 나녹스와 매칭할 헬스케어 관련 한국 스타트업과 인공지능(AI) 벤처를 물색 중이다. 나녹스 아크로 촬영한 디지털 엑스레이 사진은 나녹스 클라우드로 모이는데, 이를 분석할 때는 당뇨·갑상선 등 질환에 따라 특화된 솔루션이 필요하다. 한국 스타트업을 발굴해 그들의 헬스케어 솔루션을 나녹스 클라우드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진출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이원재 대표는 "역량있는 국내 벤처기업이 해외 병원 등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한 나녹스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SK텔레콤이 자사 사업과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가 있는 사업을 발굴해 성장 동력의 일환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같은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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