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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독감 무료접종해라"···통신비 2만원에 냉랭한 민심

중앙일보 2020.09.10 17:37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2만원통신비 지원 관련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 접촉과 경제 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통신사 매장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2만원통신비 지원 관련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 접촉과 경제 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통신사 매장 모습. 연합뉴스

“돈 준다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근데 통신비 2만원 받자고 세금 1조원을 쓰는 건 정말 추석용 생색내기 같다. 결국 나랏빚을 감당해야 하는 건 국민인데 혈세 낭비로밖에 안 보인다”  

 

직장인, "통신비 2만원, 애들 용돈 주나?" 

울산에서 직장에 다니는 최모(29)씨는 정부의 ‘통신비 2만원’ 지급 정책을 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10일 “지금도 한 달에 50만원 넘게 세금을 내고 있다. 2만원으로 생색내고 앞으로 얼마나 떼갈지 앞이 캄캄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30)씨는 “대통령이 ‘작은 위로’라고 했는데 애들 용돈 주는 것도 아니고 정말 도움이 된다고 믿는 건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2차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실효성 논쟁에 불이 붙었다. ‘선별 복지’를 강조하던 당ㆍ정ㆍ청이 ‘보편 복지’ 카드를 뒤섞으면서 오히려 “세금만 축낸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통신비의 경우 당초 정부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35~49세를 제외하고 17~34세, 50세 이상에게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하지만 불만이 나오자 이를 백지화하고 지난 9일 만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씩 일괄 지급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택시기사, “더 필요한 이에게 갔으면”

9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한 점포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한 점포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 안내문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긴급지원금 150만원을 받았다는 60대 택시기사는 “매출이 50% 넘게 떨어졌는데 이걸 받아서 겨우 살았다. 그런데 이번 통신비 2만원 정책은 정말 좀 아쉽다. 이 돈으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등 영업 정지로 피해 본 이들을 더 도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인에서 가죽 공방을 운영하는 김모(33)씨는 “우리 입장에서 제일 필요한 건 월세 지원인데 통신비 2만원이라니 정말 장난 같다. 개인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성남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60대 경비원은 “나 같은 노인네들은 휴대폰 쓸 일도 없다. 안 줘도 되니 더 필요한 사람에게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납세자연맹, "세금 내야한다는 쓴소리해야" 

한국납세자연맹도 이날 “통신비 일괄지급을 반대한다”며 “국가 채무에 대한 안이한 인식으로 정부가 복지라는 좋은 말만 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는 쓴소리는 하지 않는다. 재난 상황 때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선별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성명을 냈다. SNS에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목표도, 기준도, 원칙도 없는 불분명한 정책을 추석 민심을 위해 ‘끼워팔기’ 한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다. 차라리 독감 무료 접종을 해주는 게 더 도움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일각에선 “맨날 받는 사람만 받는데 차라리 적은 금액이라도 모두에게 해주는 게 공평하다”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자영업자, “형평성 없다”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관계자 등 참석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코인노래연습장 생존권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관계자 등 참석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코인노래연습장 생존권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사이에선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 세부사항을 발표하면서 음식점과 커피전문점 등 영업시간 제한을 받은 ‘집합제한업종’에는 150만원을, PC방이나 노래연습장·학원·독서실 등 ‘집합금지업종’에는 2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이에 김익환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사무총장은 “서울 마포구에서 코인노래방을 하다가 영업 정지를 당한 지 86일째다. 영업 정지를 당한 기간 자체가 다른데 PC방이나 다른 업종과 똑같이 지원금을 받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은행에서 대출이 막혀 제2금융권까지 손을 벌리고 있는데 정부는 실효성 없는 지원책만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주 한국외식업중앙회 성북구지회 사무국장은 “100만원, 200만원 주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당연히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상황이 진전되지는 않는다.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은 부가세, 소득세 등 직접적인 세금 감면”이라고 말했다.
 

교수, "보편적 포퓰리즘 걱정돼"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이번 통신비 2만원 지원은 상징성이 있다. 내년도 예산이 어떻게 짜일지 전초전으로 볼 수 있는데 정부 정책이 너무 즉흥적”이라며 “현금성 지원을 줄이고 시스템적 지원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가면 내년에도 보편적 포퓰리즘으로 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우림ㆍ채혜선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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