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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임세원 의사자 인정 판결…절친은 진료 멈추고 펑펑 울었다

중앙일보 2020.09.10 17:14
故 임세원 삼성병원 교수에 대해 법원이 10일 '의사자 인정' 판결을 했다. [연합뉴스]

故 임세원 삼성병원 교수에 대해 법원이 10일 '의사자 인정' 판결을 했다. [연합뉴스]

조현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기 직전까지 주변 간호사를 대피시켰던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의사자(義死者)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8년 12월 31일 그가 병원에서 사망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죽기 전까지 간호사 대피시킨 임세원, 법원 "의사자 인정"

법원 "다른 사람의 생명을 적극적으로 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임 교수가 "다른 생명을 구하기 위한 '적극적·직접적 행위'를 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며 의사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유가족이 소를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1년여만인 10일 보건복지부의 결정을 뒤집었다. 
 
당시 임 교수가 간호사를 대피시키지 않고 도망쳤으면 살았을 가능성이 있어, 적극적인 구조행위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법원은 복지부에 "임 교수의 의사자 인정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복지부가 항소하지 않을 경우 임 교수는 의사자로 인정된다.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메시지로 가득한 ‘추모의 벽’. 이정권 기자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추모하는 사람들의 메시지로 가득한 ‘추모의 벽’. 이정권 기자

"아빠의 의로운 모습 기억""펑펑 울어" 

이날 판결 소식을 들은 임 교수의 유가족은 "아프게 간 남편이 이 소식에 위안을 받길 바란다"며 "아이들이 아빠의 의로운 모습을 기억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임 교수의 오랜 친구이자 그와 함께 자살예방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했던 경희대 정신의학과 백종우 교수도 "잠시 진료를 중단하고 원 없이 울었다.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에게 고맙다"고 했다. 
 
1971년생인 임 교수는 47살에 삶을 마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였지만 그 역시 우울증을 앓았고 또 극복했다. 임 교수는 자신의 '우울증 경험담'을 담은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를 2016년 출간했다. 이 책에는 그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했던 일화와, 이를 극복한 이야기들이 기록돼있다. 
 
고 임세원 교수의 저서 '죽고싶은 사람은 없다' [사진 알키]

고 임세원 교수의 저서 '죽고싶은 사람은 없다' [사진 알키]

우울증 고백하며 낙인 반대한 임세원  

임 교수는 이 책의 부제인 "왜 살아야만 합니까"에 답하듯 "이 순간을 살기 위해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친구와 동료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총무이사는 "임 교수님은 주변에 참 친절했다"며 "정신과 의사 중 임 교수님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임 선생님에 대한 추모의 뜻을 남은 의사들이 이어나갈 것"이라 말했다.
 
임 교수의 유가족은 그가 조현병 환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음에도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에 대한 낙인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해 1월 4일 서울적십자병원에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월 4일 서울적십자병원에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임 교수의 여동생인 임세희씨는 당시 빈소에서 "(오빠가) 자신의 고통을 고백한 것은 의사조차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려, 그만큼 사회적 낙인이 없기를 바라서"라며 "의료진의 안전과 더불어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적절한 정신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조의금 1억원 기부한 유족 

임씨는 "유족 입장에선 오빠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지만, 두 번이나 멈칫하고는 뒤를 돌아보면서 '도망쳐' '112에 신고해'라고 했다"며 "그 영상을 우리는 평생 기억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임 교수의 장례를 마친 뒤 조의금 1억원을 대한정신건강재단에 기부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4월 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임 교수에게 청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평생 자살 예방을 위해 살았던 공로와 사고의 순간에도 타인을 살리려 했던 희생정신을 높이 기렸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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