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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끼어든 통신비 2만원…‘용돈지원금’ 된 2차 지원금

중앙일보 2020.09.10 16:15
 2차 재난지원금이 ‘용돈 지원금’의 멍에를 쓰게 됐다. 실효성도, 긴급성도 낮은 통신비 지급이 끼어들면서다. 
 
 정부는 10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7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재난지원금을 주기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100만~200만원 ‘새희망자금’이 나간다. 총 3조2000억원 규모다. 전체 소상공인의 86%인 291만 명이 대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조치로 인한 피해 정도에 따라 지원금은 차등 지급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2만원 통신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통신사 매장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13세 이상 전 국민에게 2만원 통신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통신사 매장 모습. 연합뉴스

 
PC방ㆍ노래연습장ㆍ독서실 같은 집합금지업종은 1인당 200만원, 음식점ㆍ커피전문점 등 집합제한업종은 150만원을 받는다. 영업 제한 대상이 아닌 일반업종이라도 매출이 줄었다면 100만원이 지원된다. 이미 폐업한 소상공인에게도 ‘재도전 장려금’ 명목으로 50만원이 지급된다. 단 유흥주점과 무도장은 제외다.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프리랜서 등에겐 긴급고용안정지원금 2차분으로 50만~150만원을 지급한다. 초등학생 이하에겐 아동특별돌봄 지원비 20만원, 일자리를 못 구한 청년에겐 특별구직지원금 50만원을 나눠준다. 실직이나 휴ㆍ폐업으로 어려움에 빠진 위기가구에게 가구당 40만~100만원의 긴급 생계자금도 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만 13세 이상 모두에게 전 국민 이동통신요금 지원 명목으로 1인당 2만원을 지원한다. 선별 지급이 원칙이라던 2차 긴급재난지원금은 이 조치로 인해 ‘전 국민 용돈지원금’으로 변질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면서 “적은 액수이지만 13세 이상 국민 모두에게 통신비를 지원하겠다”며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대면 접촉과 경제활동이 어려운 국민 모두를 위한 정부의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은’ 지원이 아니다. 전 국민 통신비 지원에 필요한 예산은 9000억원대에 이른다. 전액 빚으로 충당하는 4차 추경 가운데 새희망자금(3조2000억원), 아동돌봄지원(1조1000억원) 다음으로 큰 사업이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예산(6000억원)보다도 많다. 
 
‘위로’가 될지도 의문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취약계층 중심의 선별 지원이란 큰 방향은 타당하지만 통신비 전 국민 지원 등 합리성을 가지기 어려운 부분도 함께 포함돼 아쉬움으로 남는다”면서 “이는 저소득층 취약층 지원이 아니라 사실상 전 국민 지원이라 재정 투입에 비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포퓰리즘을 넘어 이낙연 포퓰리즘이 다시 자라고 있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전액 무료가 훨씬 더 필요하고 긴급하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통신비 지원은) 맥락도 없이 끼어든 계획으로, 황당하기조차 하다”며 “두터워야 할 자영업자 지원은 너무 얇고, 여론 무마용 통신비 지원은 너무 얄팍하다”고 지적했다. 여권에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통신비 지원은 직접 통신사로 귀속되어 승수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더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금 선별 기준을 두고서다. 업태가 다양하고 피해 정도, 매출 규모가 제각각인 상황에서 ‘누군 더 받고, 누군 덜 받고’ 등 뒷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 들어 4번째 추가 예산으로 인해 크게 늘어날 나랏빚도 문제다. 맞춤형 선별 지원 취지가 퇴색하고 보편 지원해 재정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는 눈덩이다. 기획재정부 집계에 따르면 올 1~7월 관리재정수지(정부 수입-지출)는 98조1000억원 적자다. 지난해 같은 기간 48조2000억원 적자였던 것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기재부는 4차 추경 편성으로 연말 누적 국가채무가 839조4000억원(3차 추경 기준)에서 846조9000억원으로 늘겠다고 예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역시 43.5%에서 43.9%로 치솟는다. 하지만 이는 올해 경제성장률 0.1% 전망을 근거로 한다. 한국은행마저 올해 -1.3% 성장률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실제 국가채무 비율은 45% 선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각종 지원금의 추석 전 지급을 위해 4차 추경안 처리는 속전속결로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11일 국회에 추경안을 제출해, 이달 중순 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야권에서 일제히 제기한 통신비 지원 문제를 국회에서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한편 이날 정부는 4차 추경안과 함께 ‘추석 민생안정 대책’도 함께 발표했다. 추석 연휴를 전후해 전국 기차역 편의점과 공영 홈쇼핑에서 마스크 전 품목을 평균 30% 할인하는 행사를 벌인다. 추석 때 많이 나가는 배추ㆍ소고기ㆍ사과 등 16대 성수품 물량도 평소의 1.3배 수준으로 늘려 공급한다.
 
세종=조현숙ㆍ김남준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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