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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대 기부한 딸의 뜻 잇겠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유산기부한 강준원씨

중앙일보 2020.09.10 16:10
아동옹호대표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회장 이제훈)은 유산기부자 모임인 그린레거시클럽에 강준원씨(1936년생) 가 23호 유산기부자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강씨의 외동딸은 작년 9월 43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한 故 강성윤씨로 재단에 4억 4천여여만원의 유산을 기부한 바 있다. 아버지 강준원씨도 최근 기력이 쇠약해지면서 딸의 뜻과 함께하겠다며 사후 남은 예금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사인증여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딸이 남긴 유산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돕는 것을 지켜봐 오면서 동참의사를 밝혀온 것이다. 사후에는 지자체를 통해 딸과 함께 연화장에서 잠들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 전해진다. 유산은 국내외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지난해 9월 故 강성윤씨는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로 지병을 앓다 수원에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평소 고인은 자신의 불우한 어린 시절 때문에 국내 소외된 아동에 관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 후 고인의 휴대폰 메모장에는 “재산은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 메모가 발견됐고, 유일한 가족이자 상속자인 아버지는 딸의 뜻에 따라 사망보험금과 증권, 예금 일부를 유산기부하는데 동의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아버지를 홀로 돌본 그는 평소에도 주변 아이들을 챙겨왔다고 전해진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병마와 싸우기 위해 3년 전 회사를 그만뒀지만 병이 더 악화 돼 극심한 고통 속에 살았다. 아버지 외엔 의지할 가족ㆍ친척이 없어 그가 살고 있는 수원시 매탄동의 행정복지센터 지현주 통합사례관리사와 말벗을 하면서 아픔을 견뎌왔다. "저 죽으면 어린이재단에 재산 기부해주세요"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그는 수원시의 무연고자들을 위한 연화장에 잠들어있다. 최근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구청은 강 씨의 높은 뜻을 기리기 위해 따로 장소를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고교 졸업 후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모아둔 돈은 그가 살았던 수원 지역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데 사용되고 있다. 유산기부 한 후원금 중 1억5백여만원은 지역아동센터 6곳과 공동생활가정 1곳의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시켜 이용 아동을 위해 쾌적한 환경을 만들었으며 취약계층 위기 아동들에게 주거비, 자립지원비, 의료비, 보육비로 1억1천여만원이 사용됐다. 향후 환경개선사업이 필요한 곳을 발굴해 지원할 계획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는 전재산 기부를 시작으로 유산기부를 결심한 박춘자 할머니가 있다. 박 할머니는 중학교 1학년 중퇴 후 생계의 길을 택해 평생 장사를 하며 남한산성 아래 가게를 맨손으로 일궜다. 2008년 TV를 통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사업을 보고 후원을 문의했다. 재단을 방문해 꼼꼼하게 파악한 뒤 그동안 모은 재산 3억을 기부를 결심했다. 작년에는 사후 거주 중인 집의 전세보증금 5천만 원을 기부하겠다고 유언공증을 마친 상황이다. “고생해서 번 돈이 더 좋은 일에 쓰이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잘 먹고 잘 지내는 것만 생각해도 마음이 편해진다”고 밝혔다.
 
2008년 재단에 3억을 기부하기 전 20년 동안 지적장애인 7명을 돌보며 작은예수회의 집(수녀원)을 통해 그룹 홈을 지어 달라며 3억 원을 기부했다. 전 재산을 기부 후 실버타운에서 지냈지만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폐쇄되면서 성남으로 이사를 와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들어 놓았던 연금 월 70만 원과 보증금 5천만 원에 월세 15만 원짜리 방에서 살고 있다. 죽기 전에 여력이 있을 때 더 나눠야 한다며 작년 1월 재단을 통해 정기후원을 신청한 바 있다.  
 
매년 9월 13일은 ‘국제 유산기부의 날’로 영국 등 세계 많은 나라들이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도 작년 ‘유산기부의 날’을 선포해 범국민적인 유산기부 캠페인을 벌이고, 유산기부에 대한 세제혜택 마련과 유산기부의 장애요인 중 하나인 유류분 제도의 개선 등 관련된 입법적 노력들을 함께 해 나갈 것을 선언한 바 있다. 아동옹호대표기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도 그 동안의 유산기부자를 기리고, 나눔문화 확산을 하기 위해 유산기부자 모임인 그린레거시클럽을 2019년 10월 24일 발족해 대한변호사협회,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하나은행, 케이옥션과 업무협약을 맺어 유산기부 문화를 견인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은 유산기부 1호 서약자로 “유산을 기부하려는 마음이 있지만, 자산 소유권 이전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장애물이 되는 실정”이라며 “재단은 이러한 후원자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는 데 다방면으로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의 대표이사이자 웰다잉 시민운동본부의 이사장인 차흥봉 이사도 유산기부에 2호 서약자로 동참했으며 “웰다잉은 아름답고 품위 있게 삶을 잘 마무리하자는 것으로 물질적 유산을 잘 정리하여 사회에 잘 쓰이도록 하는 것도 웰다잉의 중요한 부분이다”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기부와 나눔이 가득한 아름다운 사회로 발전해 갈 수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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