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명분·실리·여론 다 잃었다…수업듣고 싶다” 지친 의대생들

중앙일보 2020.09.10 14:55
전공의들이 집단휴진 끝에 업무에 복귀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전공의들이 집단휴진 끝에 업무에 복귀한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스1

 
전국 의과대학의 동맹휴학에 참여 중인 학생들 일부가 불안감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국가고시를 거부한 학생들에 대한 구제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명분도, 실리도, 여론도 잃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모습. 뉴스1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모습. 뉴스1

 
10일 전문의·전임의들의 파업이 중단된 가운데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 명분은 사실상 ‘본과 4학년 구제’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 소속 재학생들이 사용하는 교내 익명 게시판에는 단체행동 중단을 원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수업 좀 듣고 싶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해서 시작한 수업거부인데 이제 왜 계속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수업거부를 언제까지 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힘들다” “명분도, 실리도, 여론도 다 잃었다” 등이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의과대학은 커리큘럼 상 학기별 휴학이 아닌 1년 단위로 휴학을 해야 한다. 학생들 입장에선 휴학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서울대 의대 학생회가 재학생 88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70.5%가 ‘단체행동을 지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울대 의대 재학생들만 수업에 복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대 의대 학생회 측은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지만, 전국규모의 단체행동으로 시작한 만큼 국시 거부 및 휴학 철회는 학교 단위별로 결정할 사안이 아닌 의대협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속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10일 오전 회의를 열고 동맹휴학을 지속할지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
 

“내년 의대 선발은 지장 없어”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동맹휴학을 지속해 대규모 유급 사태가 발생하면 내년 의대 신입생 선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국시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는 장단기로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2021학년도 대학별 의대 입학 정원은 이미 결정돼 있다”며 “대규모 유급으로 특정 학년이 과밀해 수업에 지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신입생 선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을 구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의대생 스스로 국가시험을 거부하고 있어 추가시험 검토 필요성이 상당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만약 검토에 들어간다면 다른 국가시험과 형평성, 공정성을 고려해 국민적 합의가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남기긴 했다. 
 

“최대한 빨리 결정해야 응시 가능”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별관 모습. 연합뉴스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별관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 반응도 싸늘한 편이다. 리얼미터가 18세 이상 전국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국시 미응시 의대생의 구제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52.4%였다. 찬성은 32.3%였다. 구제를 반대한다는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는 청원글엔 오후 2시 기준 51만여명이 동의했다.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은 학생들의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이 원장은 “투쟁을 하더라도 의사 자격을 갖추고 해야 하는데, 시험거부를 하는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은 보건복지부의 승낙이 있어야 재응시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만약 학생들이 응시 의사를 밝힌다면 나 역시 보건복지부에 시험 볼 기회를 달라고 강력히 건의할 의사가 있다”며 “다만 행정적인 절차를 위해 최대한 빨리 응시 의사를 밝혀야만 올해 국가고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