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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소녀를 성매매 시켰는데 집유…판사 "반성하고 있어서"

중앙일보 2020.09.10 14:34
13세 미성년 여자친구에게 성매매를 시키고 돈을 챙긴 20대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1심 형량이 무겁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했다.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지법 형사1부는 13세 여자친구에게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남성들과 성매매를 시킨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중앙포토]

대전지법 형사1부는 13세 여자친구에게 채팅 앱을 통해 알게 된 남성들과 성매매를 시킨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중앙포토]

 

2심 재판부, 징역 10월 '실형' 원심 파기
"원심 무겁다"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대전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묵)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알선 영업행위 등)로 기소된 A씨(22)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함에 따라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A씨는 풀려났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성매매 알선방지 강의 40시간 수강과 3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을 명령한 원심 선고는 그대로 유지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연락이 닿은 남성 2명에게 수십만원을 받고 자신의 미성년 여자친구 B양(당시 13세)과 성관계를 맺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8단독 백승준 판사는 “만 13세의 청소년에게 남성들과 성매매를 알선했고 대금을 흥정하도록 지시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지난 4월 A씨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백 판사는 “성적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13세 청소년을 돈벌이 대상으로 취급했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지 못했다”며 “전파성이 높은 채팅 앱을 통해 성매수 남성을 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성매매 알선행위를 했다”고 판시했다.
 
1심 선고 직후 검찰은 “원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피고인 A씨는 “원심 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각각 항소했다.

여성가족부가 제공한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성매매 알선 범죄자 추이 그래픽. 김영옥 기자

여성가족부가 제공한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성매매 알선 범죄자 추이 그래픽. 김영옥 기자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직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한 데다 (피해자의) 보호자가 엄벌을 탄원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초범으로 범행을 모두 시인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결정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4개월 보름 남짓의 구금 생활을 통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A씨의 성매매 권유가 강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했다”며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선고 이후 검찰과 피고인인 A씨가 모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대전지역 한 학부모는 “성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을 13살 청소년에게 성매매를 알선했고 보호자가 엄한 처벌을 원하는데도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풀려났다니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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