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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도 소비도 언제 살아날 지 모른다…한숨 깊어진 한국 경제

중앙일보 2020.09.10 12:00
‘위험 단계 아니지만 회복도 쉽지 않다’

 
사실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모든 이슈를 점령한 지 8개월, 남은 넉 달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한국은행의 진단은 어둡다. 일단 지금의 위기가 더 큰 실물경제 충격으로 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환율·증시 등 금융시장 상황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그러나 수출 부진이 길어지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민간소비 회복세도 예상보다 더디다. 이런 가운데 위기 극복 과정에서 공급한 유동성이 자산 시장의 거품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한국 경제를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괴롭힐 수 있다는 의미다.
방역 조치 강화로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조치 강화로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이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의결했다.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통화신용정책 결정 내용과 배경, 향후 정책 방향 등을 정리해 국회에 제출(연 2회 이상)하는 보고서다. 지난 6월과 마찬가지로 이번 보고서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 우려와 국내외 금융시장 전망 등이 담겼다.

 

코로나19 말고도 미·중 갈등…빠른 회복 어렵다.

 
일단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다소 둔화하고, 세계 경제가 하반기부터 개선세를 보일 것이란 이전의 기대는 사라졌다. 8월 중순 시작된 국내 2차 확산이 발목을 잡았다. 인도 등 신흥국 역시 최근 확산 속도가 더 빨라졌고, 미국 역시 일일 확진자 수가 여전히 많은 수준이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하드웨어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코로나19 외에도 미·중 갈등 확대로 글로벌 교역이 빠르게 회복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50%까지 총 0.75%포인트 인하했다. 7~8월 두 차례 회의에선 동결했다. 전반적인 성장세 둔화와 낮은 물가상승 압력 등을 고려해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게 한은의 입장이다. 지난 8월 말 금통위에서 밝힌 입장과 동일하다. 박 부총재보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수출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에 따라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화 소비는 살아났지만 서비스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한국은행

재화 소비는 살아났지만 서비스 소비는 여전히 부진하다. 한국은행

한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서비스 소비 위축, 고용 및 소득여건 개선 지연, 대체소비 확대 관련 불확실성 등이 민간소비 회복을 제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크게 위축됐던 민간소비는 2분기 큰 폭으로 반등했다. 그러나 재화와 서비스 간 회복 속도 격차가 상당하다. 지난해와 비교해 승용차·컴퓨터·가구 등 내구재 판매는 많이 늘었지만, 숙박·음식, 예술·스포츠·여가 등 서비스 소비는 여전히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시장 자금 유입 지속될 가능성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대면서비스 기피 경향이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상형 통화정책국장은 “방역 조치가 완화돼도 대면 활동 위축은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등 보건상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뚜렷하게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숙박·음식업 등은 여타 산업보다 취업유발효과가 높아 고용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택시장과 관련해서는 일단 정부의 관련 대책,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 부총재보는 “다만 그간의 주택 거래 증가, 전셋값 상승, 하반기 분양 및 입주물량 확대 등이 가계대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주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흐름이 지속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관련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최창호 동향분석팀장, 박종석 부총재보, 이상형 통화정책국장, 봉관수 정책협력팀장. 한국은행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0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 사진 왼쪽부터 최창호 동향분석팀장, 박종석 부총재보, 이상형 통화정책국장, 봉관수 정책협력팀장. 한국은행

이번 보고서엔 급격히 늘어난 시중 통화량에 대한 분석도 담겼다. 지난해 12월 7.9%(평잔, 전년동월대비)였던 M2 증가율은 올해 6월 9.9%로 큰 폭 상승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에 머니마켓펀드(MMF)나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단기 금융상품을 포함한다. 한은은 올해 통화증가율의 빠른 상승세는 기업부문으로 유동성 공급이 많이 늘어난 데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업 신용은 125조2000억원 증가해 2001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국장은 “업종별로 제조업과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많이 늘었는데 대부분 코로나19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공급된 유동성의 대부분은 단기성 금융상품에 묶여 있다. 당장 갈 곳을 찾지 못한 자금이 많다는 의미다. 이 국장은 “풍부한 유동성이 충격을 완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단기화된 자금이 수익추구를 위해 자산시장 등으로 쏠릴 가능성을 우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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