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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서 본 세상은 神도 안부럽다, 안충기 첫 개인전

중앙일보 2020.09.10 10:48
안충기 작가의 2020년작 '비행산수-서울물길 종묘일대'. 가로 76cm 세로 55.5cm 크기로, 종이에 먹펜 피그먼트펜을 사용했다. [그림 안충기 작가]

안충기 작가의 2020년작 '비행산수-서울물길 종묘일대'. 가로 76cm 세로 55.5cm 크기로, 종이에 먹펜 피그먼트펜을 사용했다. [그림 안충기 작가]

'펜' 하나 들고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사람이 있다.
네모 건물투성이인 서울 시내도, 그의 펜촉이 닿으면 입체 도시로 살아난다.

'비행산수: 하늘에서 본 국토'
서울 서초동 '갤러리 쿱'서 11일 개막

 
주인공은 안충기 중앙SUNDAY 아트전문기자. 직접 그림 그리고 글도 쓰는, 국내에선 유일한 작가기자다. 기자생활을 하다가 12년 전 어느 날 홀린 듯 펜을 들었다. 접었던 화가의 꿈이 새록새록 커졌다. 하늘에서 본 국토의 모습에 천착(穿鑿)한 그의 작품은 6년째 중앙SUNDAY '비행산수' 코너에 연재되고 있다. 
 
'비행산수'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우리 동네 풍경이다. 자그마한 집들이 모여 동네가 되고, 또 도시가 된다. 길 따라 물 따라 사람들이 얽히고 설켜서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의 펜화 작품을 보면 세밀한 선 하나하나에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늘 위에서 이 땅을 내려다 보는 신(神)도 그처럼 묘사하는 건 벅찰것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림엔 다양한 날것들이 등장한다. 새, 장난감 비행기, 잠자리, 꼬마 헬기도 떠다닌다. 새의 눈으로 도시를 응시하며 모두가 어울려 사는 지혜를 생각하자는 작가의 마음과 생각이 담겼다.
 
안충기 작가가 오는 11일부터 첫 개인전 '비행산수:하늘에서 본 국토'를 연다. 서울 서초동 '한국화가협동조합 갤러리 쿱'에서 열리는 전시는 23일까지 이어진다. 안 작가가 화판에 코를 박고 12년을 그린 그림 '엑기스' 30여점을 만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이번 전시의 메인작품은 '강북전도'다. 가로 251cm 세로 72cm짜리 대작이다. 한강 북쪽 서울 도심이 웅장하게 펼쳐진 모습으로, 건물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있다. 서쪽 끝으론 일산이, 동쪽 끝으론 구리까지 보인다. 
 
안충기 작가의 '비행산수-부산'. 가로 152cm 세로 56cm 크기로, 종이에 먹펜을 사용했다. [그림 안충기 작가]

안충기 작가의 '비행산수-부산'. 가로 152cm 세로 56cm 크기로, 종이에 먹펜을 사용했다. [그림 안충기 작가]

 

'서울물길' 연작도 눈길을 끈다. 본래 '물의 도시'였던 서울은 근현대를 거치며 '아스팔트 도시'가 됐다. 실개천들은 모두 땅속으로 들어가고, 그 위에 길이 났기 때문이다. 안 작가는 이 아스팔트를 하나 하나 걷어내고 옛 물길을 되살려냈다. 도시의 미래에 대한 제안인 셈이다. 
 
이 밖에도 부산·대구·광주·대전 같은 대도시와 강릉·순천·목포·안동 같은 중소도시들의 풍경을 그린 작품도 있다. 설악산, 능내리 같은 풍경과 신륵사, 부석사 같은 절집 작품도 있다.
 
그의 그림 속엔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땅을 향한 사랑이 빼곡하다. 하지만 땅위는 아수라장,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날선 소리들이 아우성이다. 안 작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너나없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도 한쪽에서는 갈등을 부추기고 분열을 조장하기도 한다"며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그런다. 그림을 통해 '우리 그러지 말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안충기 개인전 〈비행산수: 하늘에서 본 국토〉
- 장소 : 한국화가협동조합 갤러리 쿱(서울 서초중앙로 68, 2F)
- 일시 : 2020년 9월 11~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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