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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에 “집 색깔 노랗게”···'색깔마케팅’ 장성군수 강요 논란

중앙일보 2020.09.10 05:00
전남 장성군청에서 근무했던 계약직 직원이 “군수가 장성을 대표하는 노란색으로 집을 칠하라고 강요했다”는 주장을 제기해 지역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장성군은 “강요가 아닌 권유”라고 반박했다.
 

“계약직 직원인데 군수 지시 거부 못 해”
지붕 칠하자 처마까지 칠해라 강요 이어져
장성군 “디자인 담당자라 모범 보이자는 뜻”

“계약직인데…군수 지시 거부 못 해”

전남 장성군청 전 계약직 직원 A씨의 집을 노란색으로 칠하기 전후 모습. 사진 A씨

전남 장성군청 전 계약직 직원 A씨의 집을 노란색으로 칠하기 전후 모습. 사진 A씨

 
 전남 장성군청 전 계약직 직원 A씨는 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장성군에서 재직하던 중 지난해 말부터 올해 6월까지 유두석 장성군수로부터 사는 집을 노란색으로 칠하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군청과 가까운 장성읍에 가족과 함께 살 집을 새로 지었다. 갈색 스페인식 기와를 얹었는데 이후 집을 노랗게 칠하라는 군수 요구로 스페인식 기와를 포기하고 500만원을 들여 지붕을 노랗게 칠했다고 한다. A씨는 “계약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저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유 군수의 지시를 거역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장성 ‘옐로우 시티’ 색깔 마케팅 

지난 8일 찾은 전남 장성군 설치된 '옐로우 시티 장성'을 상징하는 조형물.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8일 찾은 전남 장성군 설치된 '옐로우 시티 장성'을 상징하는 조형물. 프리랜서 장정필

 
 장성군은 유두석 군수가 직접 A씨에게 집을 노란색으로 칠하라고 했다는 것은 인정했다. 장성군은 2014년 유 군수 취임 이후 지역 명소인 황룡강 이름에서 노란색을 부각시킨 ‘옐로우 시티 장성’이라는 색깔 마케팅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을 대표하는 ‘황룡강 노란꽃 축제’ 등 장성 곳곳은 노란색 조형물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장성군 관계자는 “A씨 집이 도롯가에 신축된 주택이었고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장소였다”며 “A씨가 디자인 업무 담당자였기 때문에 모범을 보이자는 취지”라고 했다.
 

“지붕 칠하자 처마도 칠하라고 요구해와”

유두석 장성군수의 역점 사업인 '옐로우시티 장성'에 발맞춰 노랗게 칠해진 전남 장성군의 한 경로당. 프리랜서 장정필

유두석 장성군수의 역점 사업인 '옐로우시티 장성'에 발맞춰 노랗게 칠해진 전남 장성군의 한 경로당. 프리랜서 장정필

 
 A씨가 지붕을 노랗게 색칠하자 유 군수는 처마 색깔을 지적했다고 한다. A씨는 “수백만 원을 들여 노란 대문과 울타리를 설치했지만, 유 군수는 ‘처마와 지붕 덧칠은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왔다”며 “군청 간부 B씨도 군수의 말을 거들어 올해 또다시 지붕에 그림을 그려 넣자고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장성군청 간부 B씨는 “노란색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집을 몇몇 선정했는데 그중 A씨의 집이 포함된 것”이라며 “A씨가 디자인 담당자였기 때문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A씨 집 지붕 색깔이 심심해 보여서 덧칠 하자는 취지였다”고 했다.
 

국가인권위 갑질 의혹 조사나서

 
 A씨는 지난 7월 장성군청을 그만뒀다. 또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도 받았다.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는 유 군수를 직장 내 ‘갑질’ 가해자로 지목한 진정이 제기됨에 따라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인권사무소는 유 군수 및 다른 간부 등이 A씨의 집을 놓고 강요를 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지만 장성군과 유 군수 등은 갑질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군 관계자는 “A씨가 근무한 디자인팀과 유 군수의 소통이 잦아 관심을 보인 것이지 갑질이나 강요는 아니었다”며 “A씨가 지붕 색칠을 거부하다가 스스로 지붕에 색칠했길래 처마까지 칠하면 좋지 않겠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장성=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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