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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이 종합 IT기업 된 건, 모바일 결제 중요성 알아챈 덕”

중앙일보 2020.09.10 05:00 경제 4면 지면보기
20년 전 국내 최초 게임포털 한게임을 선보인 NHN은 이제 게임회사가 아니다. 2000년 합병한 네이버와 2013년 갈라설 때만 해도 게임 매출이 전체의 88%(2014년)를 차지하는 정통 게임사였다. 지금은 전자결제,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 게임 외 매출 비중이 71.9%(2019년)인 종합 IT 회사로 거듭났다. 같은 기간 매출도 5569억원에서 1조4886억원으로 늘었다. 전자 결제서비스(PG) 분야 1위이며 소프트웨어 기업 중 매출 9위(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집계)다.
 

게임회사 대변신 이끈 정우진 대표
네이버와 분리 때 새 수익원 절실
페이코·바둑AI·벅스뮤직 등 키워

게임이 매출 88% 차지하던 회사
지금은 72%가 결제·AI 등서 나와

정우진 nhn 대표가 지난달 27일 nhn 본사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정우진 nhn 대표가 지난달 27일 nhn 본사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게임만' 하던 회사를 '게임도' 하는 회사로 탈바꿈시킨 주역은 정우진(45) 대표다. 2014년 30대 최고경영자(CEO)로 NHN의 키를 잡았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2000년 검색기술회사 서치솔루션에서 시작했다. 이후 한게임-NHN이 네이버와 합병하고 분리하고 독립하는 20년간 한 자리를 지켰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수 카카오 의장, 이준호 NHN의장 등 지금의 한국 IT산업을 만든 1세대 창업자들이 그의 ‘보스’였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7일 정 대표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NHN플레이뮤지엄에서 만났다. 게임회사가 비게임 분야로 '전향'한 이유로 그는 “PC 시대엔 무엇을 ‘검색’했는지가 핵심이었다면 모바일 시대엔 무엇을 ‘결제’했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7년 만에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
네이버 분리 당시 NHN엔 게임만 있었다. 변동성이 큰 게임사업과 함께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 새 수익원을 찾아야 했다. 당시 시대적 흐름이 모바일 전환이었다. 검색 키워드를 통해 이 사람을 파악할 수 있었던 PC 환경과 달리 모바일에선 어떤 결제를 하냐가 이 사람의 정체성을 파악할 방법이 될 것이라는 게 우리 생각이었다. 게임에서 키워온 개발력과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역량을 바탕으로 전자결제 시장에 진출했다.
1조클럽 소프트웨어 기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1조클럽 소프트웨어 기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NHN한국사이버결제, 페이코 등 결제 외에도 클라우드(토스트), 음악(벅스뮤직), AI(바둑 AI한돌), 예매(티켓링크·여행박사) 등 사업영역이 다양하다.  
페이(결제)사업은 홀로 설 수 없다. ‘연결’이 핵심이다. 페이에서 e커머스로 연결됐고 디지털 광고, 쇼핑몰 서버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쇼핑몰을 만들어 주는 플랫폼 등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또 다른 축인 게임 관련 영역은 사람의 여가시간을 잡는 분야다. 여기서도 게임의 경쟁자가 다양해졌다. 지금으로선 넷플릭스나 유튜브 모두 경쟁자다. 음악, 웹툰, 여행 등으로 뻗어 나간 이유다.  
 
지난해 NHN의 바둑 AI가 이세돌9단과 대국했다. 바둑AI는 왜 만들었나.
한게임 바둑이 있어서 시작했다. 지난해 말 이세돌9단 은퇴 대국에서 2승 1패를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최고의 성능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 눈높이에 맞춘 AI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대 실력에 맞춰 바둑을 둘 수 있게 고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8급 AI, 1급 AI 등 각자 실력에 맞춰 선택해서 바둑을 둘 수 있게 만드는 게 지금의 과제다. 현시점에서 AI가 인간을 넘어섰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 AI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서비스다.
 
비게임 매출 급증한 NHN.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비게임 매출 급증한 NHN.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여러 분야에 진출했지만, 압도적 1위 서비스는 별로 없다.  
앞으로의 과제다. 다만 우리 특성상 압도적 1등을 해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가기보단 여러 분야에 다양하게 진출해 파트너가 되는 쪽이 맞다. 다양한 분야에서 느리지만, 꾸준히 올라가는 성장 곡선을 보여주는 ‘종합상사’ 같은 IT회사가 우리가 그리고 있는 방향이다.
 
의사결정은 어떻게 내리나.  
회사 9층엔 ‘수퍼플랫’이라는 회의실이 있다.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반 회사 내 전 분야 사업 책임자들이 원탁에 앉아 의견을 나눈다. 이 회의의 특징은 ‘솔직’이다. 어떤 얘기라도 다 할 수 있다. 그게 우리 강점이기도 하다.  
(※수퍼플랫은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창안한 개념으로 전통미술과 대중문화를 조화시켜 모든 것을 편평하게 한다는 뜻) 
 
 정우진 nhn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소재 nhn플레이뮤지엄 9층 수퍼플랫 회의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 회의실에선 매주 월요일 아침 사내 전 분약 책임자가 참석하는 원탁회의가 열린다. 우상조 기자

정우진 nhn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 소재 nhn플레이뮤지엄 9층 수퍼플랫 회의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 회의실에선 매주 월요일 아침 사내 전 분약 책임자가 참석하는 원탁회의가 열린다. 우상조 기자

 
NHN은 지난 7월 경기도·서울시가 각각 추진하는 공공배달 앱 사업에 모두 참여하게 됐다. 이를 두고 대기업 NHN이 배달의민족 등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사업영역에 뛰어 든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소상공인·개인사업자를 보호한다는 공공배달 앱 사업 취지를 먼저 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앱 제작 및 결제가 우리 역할인데, 사업수익은 없을 것”이라며 “특정 앱을 안 쓰고도 내 음식을 누구에게라도 배달할 수 있게 (소상공인을)도와주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올해 20년 근속 직원에게 주는 ‘베테랑’ 칭호를 받는다. 정 대표와 함께 직원 2명이 '20년 베테랑'이 된다. 이직이 잦은 IT업계에선 드문 일이다. 주요 IT기업 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4~5년 안팎이다.  
 
창업할 생각은 없었나.
20년이나 다닐 거라고는 나도 생각 못 했다. 요즘엔 창업 많이 하고 성공도 많고 대박을 노리는 이들도 많지만, 솔직히 모든 사람이 그 방식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한 조직에서 오래 있으면서 여러 동료와 함께 경험을 쌓고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IT기업 오래 다니는 게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나.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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