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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슬기로운 구독생활의 셈법

중앙일보 2020.09.10 00:15 종합 28면 지면보기
강혜란 대중문화팀 차장

강혜란 대중문화팀 차장

최근 영화 ‘테넷’의 비밀요원 닐을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에게 제대로 꽂혔다. ‘테넷’ N차 관람은 물론, 그의 오래전 영화들을 정주행하는 데 지난 주말을 바쳤다. 케이블TV에서 ‘트와일라잇’ ‘뉴문’ ‘이클립스’ 등 시리즈 3편을 각각 결제했다. ‘브레이킹던 1, 2’는 왓챠에서 찾았다. 넷플릭스에서 극장 미개봉작 ‘더 라이트 하우스’가 오는 13일 공개된다기에 기다리는 중이다.
 
보시다시피 ‘구독’하는 플랫폼이 한두개가 아니다. 예전엔 신문·잡지와 주로 연관됐던 구독이란 말이 넷플릭스 등 OTT 모델에도 자연스레 쓰인 지 오래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집콕’이 일상이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같은 플랫폼 구독은 확연한 증가세다. 글로벌 OTT 시장 규모가 2019년 1041억 달러에서 올해 1613억 달러로 55% 급증할 거란 전망도 있다(리서치앤마켓스닷컴 통계). 한국 역시 웨이브·티빙 등 토종 OTT 업체의 급성장이 두드러진다. 이러다 보니 이들 업체들을 대상으로 콘텐트 사업자들이 적정한 가격 지불을 요구하는 일이 영화에서도, 음악 쪽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콘텐트의 적정 가격 협상은 업계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게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오는 걸 반길 사람은 없다. 공급자와 유통업자 싸움 속에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지불해야 할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간다면 소비자들은 흥미를 잃을 테다. 수요가 줄면 시장도 쪼그라드는 게 이치다.  
 
국내 서비스 중인 OTT 업체별 구독자 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내 서비스 중인 OTT 업체별 구독자 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게다가 편성표가 정해진 방송사와 달리 OTT 모델의 매력은 내 여가시간에 맞춰 ‘무한 리필’ 메뉴판에서 골라보는 재미다. 코로나 사태로 ‘감기’ ‘컨테이전’ 등 구작들이 재조명받은 것도 그 덕분이다. 다다익선이란 얘기다. “소위 ‘구작’들이 입소문을 탈 때 아카이브 역할을 해주는 게 OTT 플랫폼의 중요 기능 중 하나다. 그걸 간과하는 순간 브랜드 정체성에 위기가 올 수 있다.” 최근 OTT 갈등과 관련해 이성민 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가 플랫폼과 콘텐트업계의 상생을 촉구하면서 한 말이다.
 
패틴슨을 보러 들어갔다가 이주의 추천작을 클릭하면서 그날 저녁을 보냈다. 하나의 콘텐트가 다른 콘텐트 소비까지 끌어내는 ‘스필오버’ 효과다. 결국 OTT를 연장 구독하게 됐다. ‘IPTV에서 편당 결제한 것 합친 것보다 월정액 구독이 싸다’고 나름의 셈법도 했다. 해지 클릭만으로 끝인데도 OTT 끊기가 이렇게 힘들다. 떠날 만하면 새로운 ‘떡밥’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머무르는 게 슬기로운 구독생활이라고 유혹하는 ‘떡밥’들에 대한 업계의 셈법이 궁금하다.
 
강혜란 문화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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