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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쇼크’ 후폭풍, 동학개미가 막았다

중앙일보 2020.09.10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애플과 테슬라 등 미국 증시 ‘빅6’ 기술주의 시가총액이 사흘 만에 1조 달러(약 1900조원) 넘게 사라졌다. 9일 국내 증시의 코스피도 1% 넘게 내렸다. 그동안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던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종목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만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로 주가 하락 폭을 다소 줄이는 모습이었다.
 

나스닥 -4% 급락 속 코스피 -1%
애플 -6.7% 등 기술주 곤두박질
빅6 사흘새 시총 1조 달러 증발

코스피도 BBIG종목은 큰폭 하락
개인 5100억어치 사들이며 방어

테슬라 최악의 날, 니콜라 최고의 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테슬라 최악의 날, 니콜라 최고의 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6.10포인트(1.09%) 내린 2375.81로 마감했다. 전날 올라섰던 ‘2400선 고지’를 지키지 못하고 하루 만에 밀려났다. 코스닥 지수도 8.82포인트(1%) 떨어진 869.47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1200억원, 기관 투자가는 43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51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들은 최근 6개월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31조원 넘는 주식을 사들이며 증시의 반등을 주도했다. 일본 도쿄(-1.04%)와 중국 상하이(-1.86%), 홍콩(-0.63%) 등 다른 아시아 증시도 9일 대부분 하락했다.
 
애플 주가도 급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애플 주가도 급락.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증시에서 최대 악재는 전날 뉴욕 증시가 급락했다는 소식이었다.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2.25%, 나스닥 지수는 4.11% 떨어졌다. 최근 3거래일 동안 나스닥 지수 하락률은 10%가 넘는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팔자’ 주문이 몰려든 영향이다. 미국 CNBC 방송에 따르면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알파벳(구글 모회사)·테슬라 등 나스닥 시장 빅6의 시가총액은 8일 7조100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2일(8조2000억 달러)과 비교하면 3거래일 만에 1조1000억 달러 줄었다. 사흘간 빅6의 시가총액 감소액은 한국 증시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코스피는 선방

코스피는 선방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주가는 8일 6.73% 급락했다. 한때 2조 달러를 넘어섰던 애플의 시가총액은 이날 1조9600억 달러 수준까지 밀렸다. CNBC 방송은 증시 전문가를 인용해 “최근 사흘간 사라진 애플의 시가총액(3250억 달러)은 내년 예상 매출액에 육박하는 규모”라고 전했다. 특히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 주가는 8일에만 21% 넘게 폭락하며 330.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의 하루 주가 하락 폭으로는 사상 최대다. 나스닥 시가총액 6위인 테슬라가 ‘우량주 클럽’으로 불리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500지수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을 크게 실망하게 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의 주식가치도 하루 만에 163억 달러가 날아갔다.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일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보유 금액은 38억79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 7월 이후 약 두 달간 순매수 금액만 15억6400만 달러다. 테슬라가 주식분할 전인 지난달 말 2200달러(주식분할 고려하면 440달러)를 넘어섰던 것을 고려하면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는 상당한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테슬라주 4조6000억 보유 ‘서학개미’ 큰 타격
 
유승민·박혜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기술주의 하락은 포트폴리오 재편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업종별·부문별 투자 비중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란 분석이다.
 
9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네이버(970억원)·LG화학(900억원)·카카오(240억원) 등을 많이 팔았다. 이 영향으로 네이버(-2.09%)·카카오(-1.54%) 등 인터넷 관련주와 LG화학(-1.41%)·삼성SDI(-1.38%)·SK이노베이션(-1.35%) 등 배터리 관련주는 나란히 하락했다.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서 부작용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국내 바이오 관련주에 악재로 작용했다. 셀트리온은 6.13% 하락했고 SK케미칼(-14.17%)·삼성바이오로직스(-1.94%)·셀트리온헬스케어(-4.36%) 등도 함께 내렸다. 반면 LG전자(5.13%)·삼성SDS(6.63%) 등은 큰 폭으로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장중 등락을 거듭했지만 결국 하락세(-0.51%)로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날 코스피 하락률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모습이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기업과 경기의 펀더멘탈(기초여건) 등을 신경 쓰지 않고 (주식을) 사들이는 경향이 있었다”며 “최근 미국 증시 급락으로 일부 투자자들이 펀더멘탈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차익실현을 위한 팔자 매물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2.7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189.10원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원화가치는 달러당 1190원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날 도쿄 증시의 도요타자동차(-1.84%)와 소프트뱅크그룹(-2.87%)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 4일 이후 나흘간 13% 넘게 내렸다.
 
하현옥·전수진·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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