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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보다 5년 출전권이 더 기뻤던 김성현

중앙일보 2020.09.10 00:03 경제 6면 지면보기
한국 골프 62년 역사에 첫 월요 예선 통과 우승자 김성현. 그는 ’2025년까지 시드를 확보한 게 우승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정시종 기자

한국 골프 62년 역사에 첫 월요 예선 통과 우승자 김성현. 그는 ’2025년까지 시드를 확보한 게 우승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정시종 기자

 
 한 달 전인 지난달 9일, 한국 프로골프협회(KPGA) 선수권대회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성현(22)은 우승보다 코리안투어 시드를 어떻게 확보할지가 더 걱정이었다.  

남자골프 월요예선 출신 첫 우승
차분한 성격에 체력 키워 장타도
10일 개막 신한동해오픈 도전장

 
김성현은 당시 본선에 출전할 8명을 가리는 월요예선에서 8위로 ‘턱걸이’해 출전권을 겨우 얻었다. 그렇게 출전한 대회에서,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침착하게 타수를 줄여가다가 덜컥 우승까지 해버렸다. 이 대회는 물론 1958년 시작된 이후 한국 프로골프의 550개 대회 가운데 월요 예선을 통과해 우승한 첫 사례였다. 톱10에 오른 뒤 미용실에서 기분 좋게 머리를 정리하려던 ‘소소한 일상의 꿈’은 기분 좋게 깨졌다.
 
지난달 9일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김성현. [사진 KPGA]

지난달 9일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김성현. [사진 KPGA]

 
그로부터 한 달, 김성현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당시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을 받은 그는 이후 두 대회가 끝났는데도 9일 현재 코리안투어 상금 1위(1억9891만6231원)다. 신인상 포인트 역시 1위다. 무엇보다 2025년까지 코리안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8일 만난 그는 “당시 최종 라운드 전날 악천후 때문에 스마트폰이 물에 젖어 고장 났다. 나중에 집에 가 뒤늦게 확인해보니 축하 메시지가 1000통 넘게 왔더라. 어떻게 보면 우승을 위해 작은 액땜(스마트폰 고장)한 셈이 됐다. 우승은 정말 실감이 안 난다. 우승보다 시드를 확보해 마음 놓게 된 게 더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시작하는 코리안투어 메이저급 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도 나선다.
 
사실 알고 보면 김성현이 그냥 운 좋게 덜컥 우승한 건 아니다. 그는 KPGA 선수권에 나서기 전까지 2부 투어(스릭슨투어) 상금 1위였다. 고교 시절부터 전국 1~2위를 다퉜고, 2016, 17년에는 국가대표로도 활동했다. 프로에 입문한 이후 지난해에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활약했다. 코리안투어에서도 언젠가는 이룰 성과였는데, 생각보다 일찍 그 기회가 찾아왔다.
 
김성현은 남들보다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던 아버지 영향으로 재미 삼아 시작했다. 그러다가 ‘골프를 하면 해외를 많이 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골퍼의 길에 들어섰다. 꿈을 키우면서 고민도 많았다. 키가 크지 않아 샷 거리가 많이 나지 않았다. 한때 드라이브샷 입스가 온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차분하게 극복했다. 당장의 어려움에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는 “또래에 비해 어떤 큰 시련에도 많이 휘둘리지 않으려고 한다. 절제하려 하고 평정심을 지킨다. 그래서 또래와 플레이해도 잘할 자신이 있다. 이런 성격이 경기할 때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지난달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김성현. 정시종 기자

지난달 KPGA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던 김성현. 정시종 기자

 
노력도 많이 했다. 지금은 키가 1m80㎝이지만, 고교 1학년 때까지 1m70㎝였다. 왜소한 체격을 만회하려고 남보다 체력 훈련을 더 많이 했다. 우스개로 “취미가 헬스, 특기가 웨이트 트레이닝”이라 말할 정도다. 오전 6시 일어나 오후 6시까지 식사, 휴식을 뺀 대부분 시간을 연습장에서 보낸다. 근육질 몸 덕분에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자가 됐다. 지난해 JGTO에서는 평균 305.7야드를 쳐 전체 4위에 올랐다. 본인 노력 못지않은 주변 도움도 있었다. 고교 2학년이던 2015년 유원골프재단 장학생에 선정됐다. 레드베터 아카데미 훈련과 프로 입문 후 메인 후원 등 골프존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김주형(18), 김민규(19) 등 어린 선수들의 등장은 올해 국내 남자골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됐다. 22세 김성현도 그들 못지않은 중요한 부분으로 꼽을 만하다. 그는 “또래들이 잘하면 나도 자극을 받는다. 남은 대회도 잘 치러서 올 시즌 내친김에 상금왕, 신인왕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당연히 다음 꿈은 미국 진출이다. 그는 “마스터스 등을 TV로 보며 꿈을 키웠다. 한 방이 있는 선수,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골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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