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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없는 자위대는 위헌? 스가, 자위대의 정식군대화 군불 땠다

중앙일보 2020.09.09 18:33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아베 내각이 끝내 완수하지 못했던 자위대의 정식 군대화에 군불을 때는 모양새다. 현재 자위대의 존재가 위헌이라는 지적을 앞세워 평화헌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다.
 

방송 프로그램서 "자위대가 헌법상 부정되고 있다" 발언
日 정부, 자위대는 군대가 아니므로 '합헌'이란 입장
자위대 명시하는 쪽으로 개헌 추진 위한 '밑밥' 분석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년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욱일기를 들고 있는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8년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욱일기를 들고 있는 자위대를 사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9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전날(8일) TBS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위대를 명기하는 헌법 개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경쟁 후보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의 질문을 받고 “자위대가 재해대책 등에서 국민의 환영을 받고 있지만 헌법상 부정되고 있다”며 “헌법에 자위대의 위치를 확실히 넣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은 9조 1항에 전쟁을 포기하고, 2항에 전력(군대)을 보유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 자위대는 엄밀히 군대가 아니다. 이는 공식 문서에 ‘작전’ 대신 ‘운용’이라는 용어를 쓰는 데서도 드러난다.
 
문제는 스가 장관의 해당 발언이 전후 역대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자위대에 대해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군대가 아니므로 합헌이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는 유지하고 있다. 자신의 발언에 논란이 커지자 스가 장관은 9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정부 입장을 확인한 뒤 “내 뜻은 자위대를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는 취지였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스가 장관의 단순한 실언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베 계승을 내건 스가 장관이 아베 내각이 추진했던 것처럼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만들려는 헌법개정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가 장관도 ‘아베 총리와 같은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새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새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베 총리는 집권하는 동안 “내 사고 방식의 기본은 9조 개정”이라고 지속적으로 개헌 의지를 밝혀왔다. 아베 총리와 집권여당 자민당은 9조 1항과 2항을 그대로 둔 채 3항에 자위대 근거 조항을 넣는 방식으로 개헌의 방향성을 정한 바 있다. 
 
평화헌법의 근간을 남겨두고 자위대의 지위만 명기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군대 보유를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의 전환 작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여전히 전쟁과 군대에 거부감이 큰 일본에선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데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아베 내각이 한때 높은 지지율에도 헌법개정을 실현시키지 못했던 이유다. 
 
실제 지난 5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헌법 9조를 바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64%로 ‘그렇다’라는 응답 28%를 압도했다. 그럼에도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할 필요성에 대해선 찬성 42%, 반대 48%로 집계돼 지난해 찬(39%)·반(53%) 응답 비율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곧 출범할 스가 내각이 적극적인 여론전을 통해 보통국가화에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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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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