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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찬이 불붙인 '포털 AI 뉴스편집'···사람 개입 정말 없나

중앙일보 2020.09.09 18:03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포털의 아킬레스건 '뉴스 편집'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렸다. 윤 의원이 지난 8일 포털 다음의 뉴스 배열에 대한 불만을 다음 운영사 카카오에 전달하고 항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뉴스 편집의 편향성, 뉴스댓글 조작 논란 등을 겪으며 "뉴스 배열에서 사람 손을 뗐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추천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내 최대 뉴스유통 플랫폼에서 만 9년간 일한 윤영찬 의원이 다음의 뉴스 배열에 개입하려 하면서 '포털 뉴스에 여전히 사람 손, 외압이 미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포털의 '뉴스추천 AI 알고리즘'의 적용 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추천 AI 알고리즘의 세부 사항을 공개한 적은 없다.   
 

뉴스 편집, 사람이 관여할 여지 정말 없나

포털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다음은 5년 전부터 뉴스 편집을 100% AI 알고리즘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일일 방문자만 수천만 명인 포털의 첫 면에 어떤 기사가 우선 배치되는지에 따라 여론이 움직이고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자 찾은 기술적 해법이었다. 특히, 2017년 10월 네이버스포츠 담당 이사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고 연맹 비판 기사를 포털 메인에서 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털 뉴스에 비난이 쏟아졌다. 그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국정감사에 출석해 "부당한 뉴스 편집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네이버(왼쪽)와 다음(카카오)의 뉴스 첫 화면. 뉴스 편집의 공정성·객관성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털들은 AI 알고리즘을 도입해 자동으로 배열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네이버·카카오]

네이버(왼쪽)와 다음(카카오)의 뉴스 첫 화면. 뉴스 편집의 공정성·객관성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털들은 AI 알고리즘을 도입해 자동으로 배열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네이버·카카오]

윤영찬 의원이 항의한 카카오는 2015년 6월부터 모바일 뉴스에 자체 개발한 AI 뉴스추천 서비스 '루빅스'(현재 카카오i)를 도입했다. 2017년 4월에는 PC버전 뉴스에도 적용했다. 네이버도 2017년 2월 맞춤형 뉴스 추천 알고리즘 '에어스'를 도입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언론사들이 개별 관리하는 뉴스 영역을 제외한 일반 뉴스에선 지난해 4월부터는 AI가 전적으로 뉴스를 배열한다. 에어스 도입 전까지는 네이버 직원 100여 명이 첫 화면에 들어갈 뉴스를 넣고 빼는 '편집'을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포털 관계자는 "현재도 뉴스 운영 담당 직원은 있지만, 기사 배열엔 일절 관여하지 않고 특집 페이지를 기획하거나 중복되는 기사를 걸러내는 역할만 한다"고 설명했다.

 

뉴스배열에 대한 문제제기, 누구나 할 수 있다?

윤영찬 의원은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서 이번 논란을 해명하며 "(전날 있었던)이낙연 민주당 대표 연설은 (다음의) 메인 페이지에 뜨지 않았다"며 "이게 중요한 뉴스일텐데 '왜 안 뜨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절반만 맞는 얘기다. 윤 의원의 '다음' 첫 화면에 보이지 않았을 수 있지만, 다른 이용자들 첫 화면에는 떴을 수 있다. 네이버·카카오에 따르면, AI가 뉴스 배열 순서를 정하기 때문에 이용자마다 보여지는 뉴스가 제각각이라고 한다. 로그인 후 포털을 쓰는 이용자는 과거 뉴스 소비 성향에 따라 AI가 좋아할만한 뉴스를 자동 추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가 실시간 공개하는 다음 뉴스 배열 이력을 보면 이 대표의 연설 기사는 첫 화면에 노출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카카오의 AI 알고리즘이 윤 의원의 평소 기사 클릭 성향을 판단해 이 대표의 기사를 윤 의원 다음 앱의 첫 화면에 추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나선 가운데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원내대표 연설과 관련해 누군가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윤 의원은 대화 상대가 자신의 보좌진이었다고 밝혔다. 뉴스1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나선 가운데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원내대표 연설과 관련해 누군가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윤 의원은 대화 상대가 자신의 보좌진이었다고 밝혔다. 뉴스1

그런데도 윤 의원측이 카카오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연설 기사만 노출됐다며 연락한 것은 두가지 이유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의원이 포털의 뉴스 배치 알고리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혹은 카카오가 이전에도 이런 뉴스 배치 관련 민원을 받아준 적이 있으니 항의한 게 아니겠냐는 것이다. 
 
윤 의원 측이 카카오에 항의한 것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이 포털 등 IT 기업을 담당하는 과방위 위원이면서 해당 기업들에 뉴스 배열 문제로 압박하는 것부터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카카오 측은 "다음의 뉴스 배치는 사람이 넣고 빼는게 아니다"라며 뉴스 배열 관여 가능성을 거듭 부인했다.
 

포털은 왜 AI 알고리즘을 공개 안 하나

포털 뉴스에 대한 외압 논란은 포털들이 AI 알고리즘으로 추천하는 방식을 찾으면서 한동안 수그러드는 듯 했다. 그러나 AI가 뉴스서비스에 적용되는 과정을 알만한 포털 출신 국회의원이 논란의 주인공이 되자, AI 알고리즘 자체를 포털이 공개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포털이 "뉴스 편집은 AI가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건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스 배치 관련) 어떻게 그런 판단을 했는지 들여다보고 분석해보지 않고 'AI 시스템이니까 중립적'이라고 답하는 것은 잘못된 얘기"라며 "어떤 가치판단을 가지고 어떻게 뉴스 편집을 하도록 설계된 AI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카카오, AI 뉴스편집 어떻게 하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네이버·카카오, AI 뉴스편집 어떻게 하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AI 알고리즘도 결국 사람이 설계하는 것인데, 여기에 필터버블(인터넷이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만 제공함으로써 편협해지는 현상)이 생기면 포털 뉴스 역시 편향적일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알고리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외부 검증도 거친 바 없다. 뉴스소비자의 73.6%가 이용(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수용자조사)하는 포털이 알고리즘의 원칙과 근거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논란은 계속될 수 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AI 자체가 사람이 가르쳐준대로 학습하는 것"이라며 "포털이 알고리즘검토위원회 등을 통해 중립성을 검증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2018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구성해 에어스의 알고리즘을 검토받기도 했다. 
 
다만, 이준웅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네이버·다음의 알고리즘은 이용자 집단의 특성을 기반으로 해 이들의 이용 시간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목적에 따르는 것"이라며 "알고리즘의 뉴스 편집은 중립성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하선영·김정민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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