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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벙커에 서버 뒀다더니…수사하자 문닫은 '디지털교도소'

중앙일보 2020.09.09 16:47

"해외 벙커에 방탄 서버를 설치해 절대 안 잡힌다."

 
동유럽국가의 벙커에 서버를 설치해 국내 수사망에 절대 걸리지 않는다고 장담하던 '디지털교도소' 사이트가 돌연 폐쇄됐다. 9일 낮 12시 기준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접근 권한 오류('403 Forbidden' 에러) 표시가 뜬다. 디지털 교도소는 n번방 사건 이후 사법부가 성범죄자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한다며 '성범죄자에 더 가혹한 처벌'을 하겠다며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그동안 성범죄자로 추정되는 개인 100여명의 신상정보를 가감 없이 공개해 '사적 처벌'이라는 논란을 낳았다. 하지만 운영자 측은 오히려 "서버도 해외에 설치했다"며 "자살을 목표로 시원하게 댓글을 달라"며 사이트 운영을 강행했다. 
 

예고도 없이 8일 오후 전격 폐쇄  

디지털 교도소가 예고도 없이 전격 폐지된 건 지난 8일 오후다. 이 사이트에는 폐쇄 직전까지 하루 평균 2만여명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소장'이라고 밝힌 운영자는 폐쇄 직전까지 국내 수사망을 피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외국에 있어 수사망에서 자유롭다"며 "국내에는 부산, 대구 등에 조력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사이트를 해외 서버에 두고, 외국 기업이 운영하는 텔레그램·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제보자·조력자들과 소통해왔다. 디지털 교도소 홈페이지 역시 경찰의 수사를 따돌리기 위한 목적인 듯 러시아 도메인(.ru)으로 등록돼 있다.
 
디지털교도소

디지털교도소

20대 대학생 숨지며 거센 비난  

하지만 디지털교도소는 사이트에 개인 정보가 노출된 20대 대학생이 지난 6일 숨지면서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박살 내는 디지털교도소는 폐쇄돼야 한다" "같잖은 허영심에 이끌려 정의의 사도가 된 양 법 위에 군림해 무고한 한 생명을 앗아가느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를 자처한 A씨는 텔레그램에 '디지털교도소 공지'를 올려 비판 여론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맞섰다. 그는 "어떤 해커가 학생 한명 잡자고, 휴대폰 번호를 해킹해 텔레그램에 가입하고, 그 계정으로 성범죄를 저지르느냐"며 "증거를 제시하면 글을 내려주겠다"고 했다.
 

경찰, 인터폴에 수사 공조 요청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수사를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디지털교도소의 움직임도 급변했다. 경찰은 대학생이 숨진 직후 "일부 운영자를 특정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를 자처했던 A씨는 텔레그램을 닫고 일체의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여기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8일 "(디지털교도소는) 사적 처벌을 하는 것이고 내용 자체도 명예훼손"이라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문제"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또 한 대학교수는 "디지털교도소가 나는 쓰지도 않은 텔레그램 대화를 조작해 성착취물 구매자로 몰았다"고 폭로했다. 경찰은 9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일부 운영자의 소재지를 A국으로 추정한다"며 "인터폴에 수사 공조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를 자처했던 A씨는 텔레그램을 닫고 일체의 질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디지털교도소

디지털교도소

법조계, "운영자 실형 가능성 높아"  

이제 관심은 경찰이 과연 '박 소장'을 자처했던 디지털교도소 운영자와 조력자를 검거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난 7월 수사에 착수해 운영자들의 서버 접속 기록 등을 확인했고 이번 주 중에 A국에 수사 공조 요청을 해 소재지를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장희진 변호사(지음법률사무소)는 "다크웹을 사용했던 손정우도 검거했다"며 "국가 간 사법 공조가 잘 이뤄진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운영진이 잡힌다면 실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진우 대표 변호사(법률사무소 다오)는 "공익성이 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인정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며 "목적이 좋았더라도 공익성이 모든 범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희진 변호사 역시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고 있는 만큼 민사상 책임까지도 져야 할 수도 있다"며 "가담 정도에 따라 공범 혹은 방조범들도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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