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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 45X15㎝ 배식구 탈주범, 이번엔 스마트폰 절도 실형

중앙일보 2020.09.09 16:26
2012년 9월 17일 새벽 절도 용의자 최모씨가 몸에 연고를 바르고 탈출한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의 배식구. 뉴스1

2012년 9월 17일 새벽 절도 용의자 최모씨가 몸에 연고를 바르고 탈출한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의 배식구. 뉴스1

2012년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 배식구로 달아났다가 붙잡혔던 탈주범 최모(58)씨가 이번엔 절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주택·식당 침입해 물건 훔쳐…징역 1년2월 선고
2018년 만기 출소 후 계속 범행…병원서 난동도

 대구지법 제5형사항소부(김성열 부장판사)는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기소된 최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이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한 주택에 몰래 들어가 20만원 상당의 퀵보드 2대를 훔치고 같은 달 28일 오전 한 식당에 들어가 49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1대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이른바 ‘유치장 배식구 탈주 사건’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다.
 
 2012년 9월 17일 이른 오전 대구 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머리와 몸에 연고를 바른 채 가로 44.5㎝, 세로 15.2㎝ 크기의 배식구로 빠져나간 뒤 높이 206㎝, 창살 간격 12.5㎝의 환기창을 통해 유치장 바깥으로 도주했다.  
 
 당시 유치장에 고정식 카메라 11대와 회전식 카메라 1대가 있었고 유치장에 3명, 상황실에 3명의 근무자가 있었지만 탈출 과정을 본 사람은 없었다. 최씨가 빠져나간 사실도 도주 이후 약 2시간 30분 만에 파악됐다.
2012년 7월 22일 경남 밀양에서 검거된 대구 유치장 탈주범 최모씨가 대구 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2012년 7월 22일 경남 밀양에서 검거된 대구 유치장 탈주범 최모씨가 대구 동부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는 달아나기에 앞서 유치장에 쪽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최씨는 경찰이 제공한 구속적부심 청구서의 청구이유란에 ‘出理由書’(출이유서·유치장을 나가는 이유)라고 제목을 붙였다. 그 아래로 “선의적 피해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누구나 자유를 구할 本能(본능)이 있습니다”라고 쓴 뒤 괴로움과 어려움을 구원해 달라는 의미인 ‘救苦救難 南無觀世音菩薩’(구고구난 나무관세음보살)을 한자로 썼다.
 
 그가 유치장에 갇히게 된 이유는 건물주와의 다툼 때문이었다. 최씨는 2012년 2월 교도소에서 나온 뒤 같은 해 5월 대구 동구 효목동 한 상가를 임대해 유사석유를 판매하다가 건물 안전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건물 주인에게 쫓겨났다. 최씨는 앙심을 품고 임대차 계약서를 훔치러 이 건물에 침입했다가 주인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건물주에게 골프채를 휘둘러 전치 3주의 상해를 남겼다. 이에 앞서 판자, 의자 등 폐쓰레기를 모아 건물 앞 길가에 버리는 등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최씨는 유치장을 탈출한 뒤 대구 동구 신서동 한 주택에 침입해 현금과 신용카드, 차량을 훔치기도 했으며, 도주 6일 만에 경남 밀양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검거됐다. 당시 최씨는 준특수강도미수, 일반도주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6년 확정판결을 받은 뒤 재심을 청구한 끝에 2017년 3월 30일 징역 5년 6개월로 감형받았다. 이후 2018년 7월 초 만기 출소했다.
'유치장 탈주범' 최모씨가 도주 엿새 만인 2012년 9월 22일 잡혔다. 검거 당시 숨어 있던 경남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의 한 아파트 옥상 물탱크 아래 공간. 중앙포토

'유치장 탈주범' 최모씨가 도주 엿새 만인 2012년 9월 22일 잡혔다. 검거 당시 숨어 있던 경남 밀양시 하남읍 수산리의 한 아파트 옥상 물탱크 아래 공간. 중앙포토

 
 최씨는 2012년 유치장 탈주 22년 전인 1990년 7월 31일에도 교도소로 이동하는 경찰 호송버스에서 버스 창문 쇠창살을 뜯어내고 달아났던 전력이 있었다. 청소년 시절 수감된 소년원에서부터 2012년까지 준강도, 미성년자 강간 등 강력 범죄를 여러 차례 저질러 전과가 25범에 달했다.
 
 최씨는 2018년 출소 후에도 계속된 범죄 혐의로 수감 생활을 면하지 못했다. 최씨는 2018년 7월 16일 대구 서구 내당동 한 요양병원에 나체 상태로 찾아가 직원들에게 소화기를 뿌리고 난동을 부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으로 지난해 5월 28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지만 같은 해 9월 26일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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