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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비대위원장 "일부 與의원 악의적으로 의료계 자극"

중앙일보 2020.09.09 16:23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10명 중 7명이 동맹휴학과 의사국가고시 거부를 지속하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국가고시를 치러야 하는 본과 4학년생은 10명 중 8명이 반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모습. 뉴스1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재학생 10명 중 7명이 동맹휴학과 의사국가고시 거부를 지속하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국가고시를 치러야 하는 본과 4학년생은 10명 중 8명이 반대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모습. 뉴스1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한 의과대학생들이 국가시험(국시)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생 70% 이상이 국시 거부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 설문조사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이광웅 교수 인터뷰

서울대 의대생 상당수가 국시를 치르고 싶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를 제안하고, 공개한 이는 이광웅 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서울대병원 외과의사인 이 교수는 지난 2일 병원 교수 비대위를 구성하고, 전공의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병원 교수진이 비대위를 꾸린 게 거의 처음이었다. 그만큼 정부의 의료정책 추진에 강경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8일 전공의들의 업무 복귀 결정을 기점으로 지금은 의대생 국시 거부 사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이 비대위원장과 9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서울대 의대생 70.5%가 "현 시점에서 단체행동(동맹휴학 및 국시 거부)을 지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의대 본과 4학년은 81%가 단체행동을 반대했는데.
-나도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8일 전공의들이 속속 업무 복귀하는 중에 서울대 의대 학생회 대표를 만나 너희들의 의견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학생회 차원에서 전체 의견을 수렴한 적은 없다기에 내가 설문조사를 제안했다.  
 
학생회는 설문조사 공개를 꺼렸다는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이 국시 거부 입장을 모았는데, 서울의대 학생회가 반대되는 입장을 공개하긴 어렵다. 병원 교수 비대위 명의로 공개를 결정한 배경이다.  
스승 입장에선 학생들을 보호하는게 최우선이다. 선배인 전공의가 복귀하는 상황에서 의대생들 고민이 크다는 게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게 아니겠나. 다른 대학 학생들도 국시 응시를 원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전반적으로 의대협을 따르긴 하지만 내면 갈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들이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를 보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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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비대위를 만들 정도로 강경했던 이유는.
-비대위를 2일 구성했다. 당시 의정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교수들도 전공의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정부가 전공의들을 고발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이 비대위원장은 ▶서울대병원 전공의, 의대생 보호 ▶정부 4대악 정책 저지 투쟁 ▶환자피해 최소화 등 세 가지 가치를 내걸고 비대위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서울대분당병원, 보라매병원, 건진센터 등 계열 병원 소속 1300여 명 교수진에게 매일 뉴스레터를 보내고,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이광웅 교수.[서울대병원 제공]

서울대병원 이광웅 교수.[서울대병원 제공]

 
비대위가 가장 처음 한 일은.
-서울대병원 교수진이 사태 해결에 있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전공의 파업에 지지하는지 여부를 설문조사했다. 77%가량이 지지한다고 답했다. 교수진 차원의 단체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90% 이상이 나왔다. 
이에 내부적으로 7일부터 응급실 등 필수진료를 제외하고 교수들도 외래 진료를 중단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런데 4일 대한의사협회와 국회, 정부와의 합의문이 나왔다.  
-단체행동으로 옮기기 전 합의문이 나오면서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격론 끝에 파업 중단 결정이 나왔다. 병원 교수진 내부에서도 ‘끝까지 가야 한다’ ‘합의문이 불만족스럽지만 이제는 접고 들어와야 한다’ 등 의견이 다양했다. 설문조사를 했고, 결과적으로 대전협 결정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비대위 구성때만 해도 강경했는데, 유연해진 이유는.
-의협이 적절치 않은 절차를 거쳐 완벽하지 않은 문구로 정부와 합의한 데 대해선 교수들도 불만이 크고 화가 난다. 하지만 의협이 의료계 대표성을 갖고 합의문에 서명했기 때문에 이를 부정하면 의료계 내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나마 여기까지 얻어낸 성과마저 물거품을 만들 수 있다.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둘째날인 9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 한 응시생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둘째날인 9일 서울 광진구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 한 응시생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의 계획과 정부에 바라는 점은.  
-의료계, 정부, 국회가 만든 합의문 정신을 지키는게 우선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현재 가장 큰 쟁점인 의대생 국시 거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정부가 이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길 바란다. 설문조사 공개도 그런 차원에서 한 것이다. 두번째는 일부 여당 국회의원이 악의적인 언행으로 의료계를 자극하고 있다. 애써 만든 합의를 깨려는 세력이 있는게 아닌지 의심될 정도다. 정부와 여당이 이를 자제하는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는 정부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료정책을 원점 재논의하기로 했는데, 서로 믿음을 갖는 차원에서 협의체가 하루빨리 구성돼 논의 준비가 시작돼야 한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여당 간사인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라디오방송에 나와 공공의대 설립 추진 관련해 “십여 년에 걸쳐 오랫동안 준비되고 논의된 정책으로, 법안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수정하면 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또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의대생 구제 관련 “의료계가 대국민 사과를 하든지 읍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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