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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 뿌린 액체에 콜록콜록…나발니 사무실 독극물 테러 발칵

중앙일보 2020.09.09 15:2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극물 중독 증세로 독일에서 치료 중인 가운데, 러시아에 있는 나발니 지역사무실도 독극물 공격을 받았다.   
 

팀 사무실에 괴한 2명 들이닥쳐 액체 든 병 던져
직원들 경련, 호흡곤란 호소, 3명 병원으로 이송
나발니 쓰러진 원인 두고 독일과 러시아 대립
메르켈, "천연가스관 사업 중단할 수도 있다"

독극물 공격을 받은 나발니의 사무실. 마스크를 쓴 괴한이 갑자기 들어와 이 사무실에 액체가 든 병을 던지고 달아났다. [사진 트위터 캡처]

독극물 공격을 받은 나발니의 사무실. 마스크를 쓴 괴한이 갑자기 들어와 이 사무실에 액체가 든 병을 던지고 달아났다. [사진 트위터 캡처]

 
미국 CNN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러시아 시베리아의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나발니 팀 지지자들의 사무실이자 야당 연합 사무실에 마스크를 쓴 남성이 갑자기 들이닥쳐 노란색 액체가 든 병을 던졌다. 
 
공개된 CCTV 영상에 따르면 일행은 두 사람이며 한 명은 문을 잡고 있고, 다른 한 명이 사무실로 들어와 병을 던진 후 함께 도망쳤다.  
 
 
당시 사무실에는 직원들과 선거 관련 교육을 받기 위해 방문한 5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나발니 팀 프로젝트 매니저인 올가 구세바는 "병에서 흘러나온 노란 액체에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인 냄새가 났고 사람들이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사람의 대부분이 두통과 어지러움을 느꼈으며 액체에 직접 노출된 일부는 경련을 일으키며 호흡 곤란을 호소했다. 이 중 최소 3명의 병원에 실려갔다고 구세바는 밝혔다.  
 
이들이 던진 병에 들어있는 액체가 무엇인지, 범인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CNN에 아직 사건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 "나발니, 노비촉에 노출"

앞서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중독 의심증세로 의식을 잃었던 나발니는 지난 7일 깨어나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8일간 혼수상태였던 그는 현재 언어 자극에 반응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위에서 연설하는 알렉세이 나발니. [AP=연합뉴스]

지난 7월 2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위에서 연설하는 알렉세이 나발니. [AP=연합뉴스]

 
당초 나발니 측근들은 "나발니가 비행기 탑승 전 마신 차에 독극물이 들어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으나 처음 나발리를 진료한 러시아 의료진은 "독극물 중독 증세는 없다"고 밝혔다. 
 
이후 나발니는 혼수상태로 독일로 이송됐고,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나발니가 구소련 시절 사용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노출됐다는 "의심의 여지 없는 증거"가 있다며 러시아 정부의 개입이 있었음을 암시한 것이다. 
 
냉전 말기 구소련이 개발한 노비촉은 사람의 신경세포 간 소통에 지장을 줘 호흡 정지, 심장마비, 장기손상 등을 일으키는 독극물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나발니에 대한 독살 시도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부인하며 나발니에 대한 검사 자료를 먼저 제공하라고 독일 측에 요구하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나발니가 처음 입원했던 시베리아 옴스크 병원은 나발니가 노비촉에 중독됐다는 독일 주장에 반발하면서 "나발니는 일종의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으로 인해 쓰러진 것"이라며 "급속히 진행된 물질대사 장애에 따른 혼수상태였다"고 말했다.
 

메르켈, "천연가스관 사업 중단할 수도" 

나발니 사건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합병 이후 급격히 나빠진 독·러관계를 더욱 급랭시키고 있다.
 
나발니 독극물 테러 진상파악을 요구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연합뉴스]

나발니 독극물 테러 진상파악을 요구하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7일 러시아가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유럽연합(EU)과 함께 제재에 나설 수 있다며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 사업인 ‘노르트스트림2’를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는 노르트스트림1에 이어 파이프라인을 추가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완공되면 러시아에서 독일로의 천연가스 수출량이 현재의 2배로 늘어나게 된다. 
 
주요 7개국(G7, 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 외교장관들도 8일 공동성명을 내고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과 관련해 그 배후를 신속히 찾아내 기소할 것을 러시아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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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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