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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문제 제기한 변호사 기소 위기에 대한변협 성명

중앙일보 2020.09.09 14:35
지난 1월 광주지방변호사회관에서 '제1회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 수상자인 최정규 변호사가 홍남순 변호사 흉상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광주지방변호사회]

지난 1월 광주지방변호사회관에서 '제1회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 수상자인 최정규 변호사가 홍남순 변호사 흉상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광주지방변호사회]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힘쓴 한 변호사가 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처하자 변호사 단체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로 권력이 집중된 경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9일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최근 최정규(43‧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최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정부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일을 하다 지난 2012년부터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서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 여성들을 위한 변론에 나서고 있다.  
 

경찰이 외국인에 “거짓말 계속하라고”고 윽박지른 정황 제보

지난 1월에는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풍등 화재사건과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등을 맡은 공로로 광주지방변호사회가 수여하는 제1회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을 받기도 했다. 최 변호사가 기소 위기에 처한 건 2018년 발생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당시 고의로 불을 질렀다는 혐의로 긴급 체포된 외국인 노동자 A씨 변호를 맡으면서다. 

  
최 변호사는 경기 고양경찰서 소속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A씨에게 “거짓말 계속하라고” “사실대로 얘기하라고 사실대로”라며 윽박지른 정황을 알게 됐다. 이에 정보공개청구로 A씨 피의자 진술 녹화 영상을 확보했다. 영상은 언론사로 전달돼 지난해 5월 경찰 수사관의 뒷모습과 목소리가 담긴 채로 보도됐다.

2018년 10월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된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전날 경찰은 스리랑카인 A(당시 27세)씨를 긴급체포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연합뉴스]

2018년 10월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된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전날 경찰은 스리랑카인 A(당시 27세)씨를 긴급체포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 없음. [연합뉴스]

대한변협 “경찰 권한 강화가 또 다른 인권침해 불러올 수 있다”

  
경찰은 이에 A씨가 해당 수사관의 동의 없이 영상을 언론에 제보한 점, 모자이크나 목소리 변조를 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처리자에 대해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경찰이 이런 법률적인 검토를 하지 않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5월 해당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A씨에게 자백을 강요한 것으로 판단했다. 
 
최 변호사는 “경찰서에서 영상을 녹화하는 것은 이번 신문처럼 인권 침해적인 강압 수사 여부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외부에 알릴 때 해당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 누가 동의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찰은 영상을 보도한 기자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최근 불기소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변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경찰은 변호인에 대한 보복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한변협은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경찰의 권한 강화가 혹시 또 다른 인권침해를 불러오는 게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완규(59·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도 “수사 종결권을 보장받은 경찰은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가 더욱 강화됐다”며 “앞으로는 수사권을 남용하는 사례가 더욱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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