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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기반장' 이낙연, 윤영찬 논란에 "오해 살 언동 말라" 경고

중앙일보 2020.09.09 12:2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같은 당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소환’ 논란에 대해 “엄중하게 주의를 드린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8일) 우리 당 소속 의원이 국회 회의 중에 한 포털 매체와 관련된 부적절한 문자를 보낸 것이 포착됐다. 그 의원님께 알아보니까 우리 당 대표 연설과 야당 대표 연설을 불공정하게 다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윤영찬 의원은 전날 오후 국회 본회의 도중 자신의 보좌진에게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기사가 카카오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 ‘다음’ 메인화면에 이 대표의 연설(지난 7일) 기사보다 빠르게 배치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이어 “그 의원뿐만 아니라 몇몇 의원님들이 국민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저를 포함해 모든 의원님들이 국민께 오해를 사거나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하지 않도록 새삼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내대표께서 이에 관한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가운데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원내대표 연설과 관련해 핸드폰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가운데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호영 원내대표 연설과 관련해 핸드폰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안에서는 “정기국회를 앞두고 윤 의원과 관련한 논란이 자칫 야당발(發) 파행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서둘러 진화한 것”(당 소속 보좌진)이란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에서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KBS에 부당한 요구를 했던 이정현 전 의원과 견주며 “외압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다”(이준석 전 최고위원)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의원은 네이버 부사장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사전 비공개 최고위에서 윤 의원과 관련한 보고와 언급이 있었다”며 “윤 의원 개인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여당이 책임 있고 자중자애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당 소속 의원 논란이 불거진 지 만 하루도 안 돼 당 대표가 공개 경고를 한 건 최근 민주당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이해찬 전 대표는 재임 중 공식 석상에서 같은 당 의원을 질책하는 듯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 이날 이 대표의 발언을 옆에서 듣고 있던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 대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한번 갸우뚱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최고위원 및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최고위원 및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특유의 ‘군기반장’다운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지난 4·15 총선 유세 당시 “민주당이 부족한 것이 많다. 때로는 오만하다. 제가 그 버릇 잡아놓겠다”고 했었다. 지난달 31일 당 지도부 만찬에서 “메시지를 간결하게 해달라”고 했던 그는 이날 회의 때 양향자 최고위원이 발언을 생략하자 “양 최고위원, 양보해주셔서 고맙다. 최고위원 한분 한분이 서로 중복되지 않으면서도 본인의 특별한 정의감이나 가치관을 아주 압축적으로 표현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국무총리 재직 시절에도 자신이 관할하는 국무위원을 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했다. 지난해 9월 예산결산특위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소미아 종료에 기뻐하는 쪽이 누구냐”(김석기 국민의힘 의원)는 질의에 “북한이나 중국, 러시아”라고 답변하자, 이후 이낙연 당시 총리는 “잘못된 답변”이라며 “부적절하다”고 했었다. 비슷한 시기 대정부질의 때는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두고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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