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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돈산' 날린 김정은, 정권수립기념일에 중앙군사위 소집

중앙일보 2020.09.09 11:3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이은 태풍 피해를 이유로 올해 경제계획의 전면적인 재조정을 암시했다. 김 위원장이 8일 평양에서 소집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다.
 

연이은 태풍으로 함경남북도 완전 마비
'돈 되는' 함남 단천 인근 광산 직격탄 맞아
金, "연말 투쟁과업 전면적 고려, 투쟁방향 변경"
제재, 코로나 19 이어 수해와 태풍까지 4중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9일 “김 위원장이 8일 중앙군사위 7기 6차 확대회의를 지도했다”며 “(김 위원장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검덕지구의 상황을 상세히 통보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제10호 태풍 '하이선'으로 피해를 본 함경남도 검덕지구 피해복구 대책을 논의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제10호 태풍 '하이선'으로 피해를 본 함경남도 검덕지구 피해복구 대책을 논의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노동신문 등에 따르면 " 김 위원장은 예상치 않게 들이닥친 태풍피해로 하여 부득이 우리는 국가적으로 추진시키던 연말 투쟁과업들을 전면적으로 고려하고 투쟁방향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며 “연말까지 복구 피해를 가시기(회복) 위한 국가적인 비상대책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은 북한의 정권수립 72주년 기념일인데, 김 위원장은 경축행사 대신 자연재해에 따른 비상대책 수립을 주문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4월 정무국회의와 지난달 19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경제 실패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전면적’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점에서 올해 하반기 국가 역량을 복구사업에 총동원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북한 매체들에 따르면 북한은 10호 태풍 ‘하이선’으로 검덕광업연합기업소, 대흥청년영웅광산, 용양광산, 백바위광상 등 2000여 세대의 살림집(주택)과 수 십동의 공공 건물이 파괴되거나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또 45곳, 60㎞의 도로가 유실되고, 59개의 다리가 끊어졌으며 3.5㎞ 구간의 철길 노반과 2곳, 1.13㎞의 레일이 유실됐다. 북한은 “이로 인해 교통이 완전히 마비됐다”고 밝혔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북한이 밝힌 피해 지역은 함남 단천 인근의 광산이 밀집한 지역”이라며 “산악지형이어서 집중호우가 잦은 데다 대부분이 비포장도로여서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 연구위원은 “이곳은 아연과 마그네사이트 등을 채취하는 노천광산이 많아 김일성 주석 생전 이곳을 ‘돈산’, ‘금골’이라 이름을 고쳐 부를 만큼 ‘돈다발’ 역할을 해 왔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광물 판로가 막혀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북한 입장에선 상당히 아픈 피해를 보아, 경제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잇따른 태풍 피해를 국가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군(軍) 협의체인 중앙군사위원회를 소집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위원장은 지난달 8호 태풍 ‘바비’로 서해안 곡창지대가 피해를 입자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9호 태풍 '마이삭' 직후엔 피해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역 책임자인 김성인 함경남도 당 위원장을 경질했다. 이번에는 아예 국가경제 연간 계획 수정에 들어간 것이다.
 
북한 평양시 당원 1만2000명으로 구성된 '수도당원사단'이 8일 태풍 피해를 본 함경도로 출발하기 전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 모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평양시 당원 1만2000명으로 구성된 '수도당원사단'이 8일 태풍 피해를 본 함경도로 출발하기 전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 모여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북한이 수해와 태풍 등 자연재해를 내세워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일심단결을 촉구하는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북한이 다음 달 10일 당 창건 기념일(75주년)까지 피해복구 완료 계획을 세웠다가 연말까지로 연장한 것도 피해의 심각성과 함께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노동신문은 이날 “8일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수도당원사단’이 궐기대회를 했다”며 “수도 평양이 통째로 함경남·북도의 피해지역 인민들을 찾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당원사단은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평양의 노동당원 1만 2000명이 나서줄 것을 주문하는 서한을 공개한 이후 조직된 피해복구 지원 단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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