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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예산 줄인탓” 논란…연이은 태풍에 쑥대밭 된 경주

중앙일보 2020.09.09 11:26

동해안 지역에 피해집중…감포항 초토화 

4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 옆 친수공간이 지난 3일 한반도를 휩쓸고 간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대형 파도가 몰아치면서 친수공간 호안 잔디밭이 움푹 팼다. [연합뉴스]

4일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 옆 친수공간이 지난 3일 한반도를 휩쓸고 간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대형 파도가 몰아치면서 친수공간 호안 잔디밭이 움푹 팼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오후 경북 경주시 감포읍 감포항 옆 친수공간. 지난 3일 한반도를 강타한 제9호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주변이 온통 쑥대밭으로 변해 있었다. 태풍 당시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면서 넓은 공원과 주차장이 있던 곳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인근에 있던 나무는 대부분 쓰러졌고 부서진 시설물 파편이 뻘밭으로 변한 주차장에서 나뒹굴었다.
 

경북서 1000억원 이상 태풍 직·간접 피해
정세균 총리, 9일 울릉도 피해 현장 방문

 폐허가 된 감포항 옆 친수공간은 지난 7일 제10호 태풍 ‘하이선’에 또 한 방을 맞았다. 경주시는 경주 일대에 주택·상가 등 37가구에 태풍 피해가 나 이재민 56명, 부상 8명이 발생하고 차량 파손 8대, 블록 유실 3만5000㎡, 화장실 1동 등 피해액이 3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태풍이 연이어 덮친 경북은 해양수산 분야 550억원, 농작물 분야 320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7만 가구가 정전되는 등 1000억원 이상의 직·간접적 피해가 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동해안에 위치한 경주·포항·영덕·울진·울릉에는 선박 79척, 항만·어항 27곳, 양식장 12곳, 레저시설 8곳 등이 피해를 봤다.
 
7일 경북 경주시 감포항 인근 해안 산책로에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거칠어진 파도가 덮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경북 경주시 감포항 인근 해안 산책로에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거칠어진 파도가 덮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감포항의 피해가 유난히 큰 이유에 대해 “정비사업을 축소 진행하면서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차양 경북도의회 의원(무소속·경주)은 지난 8일 열린 제318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매년 태풍 때마다 반복되는 감포항 친수공간 월파(越波) 피해에 대해 지적했다.
 
 감포항 정비 사업은 어선 안전 수용과 해양관광, 수산물 유통판매 중심어장으로 개발하기 위해 총 사업비 452억원을 들여 2010년에 착공, 2018년 1월에 완공했다. 이 중 2015년 준공된 친수공간은 부지면적 3만5800㎡에 총 사업비 96억원을 들여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서 시행했다.
 
 박 의원은 “700억원 정도 드는 친수공간 조성비를 예비타당성 심사를 안 받기 위해 줄인 데 그 원인이 있다”며 “피해 상황과 관련 자료, 마을주민들의 주장을 종합해 봤을 때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7일 경북 경주시 감포항 주변이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거칠어진 파도와 높아진 수위로 밀려든 바닷물과 쏟아진 폭우로 물에 잠겨 바다와 육지의 구분이 안 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경북 경주시 감포항 주변이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거칠어진 파도와 높아진 수위로 밀려든 바닷물과 쏟아진 폭우로 물에 잠겨 바다와 육지의 구분이 안 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차양 도의원 “사업예산 축소가 원인돼”

 그러면서 “경북도는 해안선 537㎞에 대한 전체적인 용역을 통해 계획성 있게 항구적인 재발 방지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 등 중앙정부와 협의해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울릉도에 방문해 태풍 피해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이날 정 총리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함께 헬기를 이용해 울릉도에 도착한 후 울릉(사동)항을 둘러보고 남양항·남양터널 등 현장을 확인한다.
 
 울릉군에 따르면 지난 3일 태풍 ‘마이삭’이 울릉을 강타해 사동항 방파제 220m, 도동항 방파제 20m가 떠내려갔다. 또 남양항 방파제 100m가 쓰러지고 통구미항과 태하항, 남양한전부두가 파손됐다. 울릉군은 예상 피해액이 476억원에 이르고 복구에 7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2003년 태풍 ‘매미’가 남긴 피해액(354억원)보다 많다.
 
3일 오전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사동항에 정박돼 있던 울릉~독도 구간을 운항하는 여객선 돌핀호가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침몰되고 있다. [뉴스1]

3일 오전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 사동항에 정박돼 있던 울릉~독도 구간을 운항하는 여객선 돌핀호가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침몰되고 있다. [뉴스1]

 태풍 ‘마이삭’에 이어 다시 울릉도를 덮친 태풍 ‘하이선’으로 인한 피해는 아직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울릉군은 ‘마이삭’으로 인한 피해만으로도 이미 특별재난지역 인정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고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할 방침이다.
 
 특별재난지역은 대규모 재난으로 큰 피해를 본 지방자치단체에 국비 지원으로 재정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선포된다. 특별재난지역이 되면 해당 지자체 재정자립도에 따라 피해 복구비 중 지방비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의 50∼80%를 국고에서 지원해준다. 또 주택 및 농·어업시설 파손 등 피해를 본 주민에게는 생계구호를 위한 재난지원금 지급, 전기요금·건강보험료 등 공공요금 감면, 병력 동원·예비군 훈련 면제 등 혜택을 준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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