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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독촉 문자, 1주일에 7번만…어기면 은행·카드사 함께 책임

중앙일보 2020.09.09 11:23
앞으로 대부업체를 비롯한 채권추심업체는 채무자에게 일주일에 7차례까지만 빚 독촉을 할 수 있게 된다. 채권추심업체가 빚 독촉 중 불법행위를 해 채무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은행 등 금융회사와 추심업체가 함께 손해배상 의무를 지게 된다.
금융위원회가 채무자의 채무조정요청권 등의 내용을 담은 소비자신용법 내용을 공개했다. 셔터스톡

금융위원회가 채무자의 채무조정요청권 등의 내용을 담은 소비자신용법 내용을 공개했다. 셔터스톡

 
금융위원회는 9일 오전 ‘제9차 TF 확대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비자신용법안 주요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신용법은 기존 대부업법의 이름을 바꾸고 전면 개정한 법이다. 대출의 모집부터 채권 추심 등 대출 전 과정을 규율하게 된다. 
 

은행 빚 갚기 버거우면, 채무조정 요청부터

소비자신용법안은 채무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고 채무자의 방어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 채무조정요청권이 새롭게 도입됐다. 개인채무자는 빚을 갚는 게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소득, 재산현황 등을 금융기관에 제출하고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채무요청을 받은 금융기관은 추심을 중지하고 10영업일 내에 채무감면과 상환일정 조정 등 채무조정안을 마련해 제안해야 한다. 금융기관이 기한이익상실(연체 등으로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만기 전 회수하는 것)이나 양도절차(부실채권 등을 추심업자 등 타 금융기관에 판매)를 진행할 때는 10영업일 이내 채무조정 요청권을 안내해야 한다. 이런 채무조정요청을 도와주는 채무조정교섭업도 신설된다. 교섭업자들은 채무조정요청서 작성과 제출, 협상 등을 대행해준다.
불법 추심 유형. [자료 금융위]

불법 추심 유형. [자료 금융위]

 

빚 독촉 문자는 1주일에 7번만

빚을 갚지 못해 채무자가 겪는 심리적 고통을 줄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선 채권추심자는 동일한 채권의 추심을 위해 채무자에게 1주일에 7회를 넘는 추심 연락을 할 수 없다. 기존에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1일 2회 이내로 제한해왔다. 문자나 전화 외에도 방문, 영상, 물건 등을 채무자에게 도달하게 하는 모든 행위가 추심연락에 포함된다.  
 
채무자는 또 채권추심업자에게 특정 시간대 또는 방법, 수단을 통한 추심연락을 하지 말도록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월요일 오후 2~6시에 추심 연락 제한을 요청하거나, 직장 방문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채권추심자는 추심활동을 현저하게 저해할 우려가 없는 경우로 법이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면 이같은 요청에 응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소비자신용법 기대효과.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밝힌 소비자신용법 기대효과. 금융위원회

 

추심업자 불법행위, 은행도 감시해야  

채무자가 최초로 빚을 진 은행 등 원채권 금융기관의 책임도 강화된다. 우선 원채권 금융기관이 추심업자의 법 위반 여부를 지속해서 점검해야 한다. 만약 이런 관리를 소홀히 하다 추심업자가 법을 위반해 채무자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원채권 금융기관도 추심업체와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 개인채무자가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불법 혹은 과도한 추심을 당한 경우 정확한 손해액을 입증하지 않아도 법원이 결정한 금액에 따라 최대 300만원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 ‘법정손해배상제’도 새롭게 도입된다.  
 
한 번 연체하면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경우도 줄게 된다. 우선 기한이익상실 때 연체이자 부과방식이 바뀌게 된다. 기존에는 기한이익상실 때 원금 전체를 상환하게 하고, 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원금전체에 약정이자와 연체 가산이자를 부과해왔다. 앞으로는 상환기일이 도래하지 않은 원금에 대해서는 가산이자를 부과할 수 없다. 또 금융기관이 회수 불능으로 판단해 상각한 채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더는 이자가 추가로 부과되지 않는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채무자의 모럴해저드로 인한 연체율 상승이 예상되는데다, 채권추심이 어려워지고 원 금융기관의 책임이 강화됨에 따라 대출 심사 등이 더 꼼꼼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이명순 금융소비자국장은 “채권금융기관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채무자가 빚을 최대한 갚을 수 있게 해 도덕적 해이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달 중 법안을 입법 예고하고, 내년 1분기에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소비자신용법은 불측의 채무불이행 상황에 놓인 선량한 채무자가 패자 부활할 수 있는 ‘금융의 사회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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