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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종이상자 받은 퀵 배달원, 보이스피싱 일당 잡았다

중앙일보 2020.09.09 10:45
보이스피싱 그래픽. 중앙포토

보이스피싱 그래픽. 중앙포토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현금 뭉치를 총책에게 퀵서비스로 배달하려던 일당이 배달원의 신고로 붙잡혔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9일 "퀵서비스로 현금을 전달하려던 보이스피싱 수거책과 인출책 등을 붙잡아 전자거래 금융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경기 안산 상록구의 한 아파트에 퀵서비스 요청을 받고 배달원(34)이 도착한 것은 지난 3일 오후 5시쯤. 배달원은 이 아파트에 사는 A씨(32)씨로부터 작은 종이상자 한 개를 건네받았다. A씨는 배달원에게 “지금 바로 부천역 북부광장으로 가면 한 사람이 나올 테니 물건을 전하면 된다”고 말했다. A씨는 종이상자를 받을 사람 이름과 전화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다. 
 
배달원은 일반 퀵 배달 방식과 다른 요청을 수상히 여겼다. A씨가 건넨 상자에서는 종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현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배달원은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배달원이 받은 상자를 열어보니 현금 500여만원이 든 흰 봉투가 들어있었다. 범죄를 의심한 경찰은 부천역 북부광장에 잠복했다. 배달원이 예정대로 물건을 전달하는 순간 수령자를 잡기로 했다. 오후 6시 20분쯤 배달원이 부천역 북부광장에 이르자 한 남성이 다가왔다. 대학생 B씨(22)였다. 그가 상자를 건네받는 순간 잠복하던 경찰이 덮쳤다. 
 
경찰 조사결과 A씨와 B씨는 각각 보이스피싱 인출책과 수거책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돈이 A씨에게 입금되면 인출한 뒤 퀵 배달로 B씨에게 전달하고, B씨가 다시 보이스피싱 총책이 알려주는 계좌로 무통장 입금하려던 참이었다. A씨와 B씨는 이번 달 초부터 5회에 걸쳐 보이스피싱 탈취금 약 5000만원을 총책에게 입금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4명이 이들에게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서 고액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며 “이전에는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A씨는 불구속, B씨는 구속해 수사중이며, 이들 진술을 토대로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총책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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