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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집에서 '불멍' 대신 '랜턴멍' 홀릭…홈캠핑의 매력

중앙일보 2020.09.09 10:05
캠핑용 테이블과 의자를 베란다에 놓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코로나19로 인한 답답증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다. 아예 거실에 텐트를 치기도 한다. TV대신 빔프로젝터를 켜고, 캠핑용 테이블 위에 캠핑 요리도 한 상 차려낸다. 실내라는 점, 우리집이라는 점만 빼면 여느 캠핑장 못지않은 감성이 물씬 난다. 
코로나19 시대, 캠핑장도 무서운 ‘집콕’족이 집에 캠핑장을 차렸다. 집으로 캠핑 가고, 집에서 여행하며 '홈캠핑'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려되면서 캠퍼들이 야영장이 아닌 집에 캠핑장을 차리고 있다. 사진 조수정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려되면서 캠퍼들이 야영장이 아닌 집에 캠핑장을 차리고 있다. 사진 조수정

 

언제든지 치고 빠지고...‘불멍’ 대신 ‘랜턴 멍’

10세와 6세 아이 둘을 키우는 남정민(34)씨는 요즘 집 거실에 텐트를 친다. 약 1년 전부터 캠핑을 시작해 장비를 모두 갖춰놨는데 코로나19로 외출 길이 막히면서다. 남편까지 4인 가족은 거실에 친 난방 텐트에 옹기종기 모여 빔프로젝터로 영상을 보고, 캠핑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캠핑 테이블과 의자, 조명까지 켜니 여느 야외 캠핑장 못지않은 분위기가 난다. 아이들의 반응이 특히 좋다. 남씨는 “음식도 캠핑용 버너로 떡볶이·수제비 등 캠핑장에서 먹을 법한 요리를 해서 캠핑용 그릇에 담아 먹는다”며 “비록 집에서 하는 캠핑이지만 야외로 나간 것처럼 기분 내기 좋다”고 했다.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홈캠핑의 인기는 특히 높다. 집 밖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집 안에서 색다른 즐길거리를 찾아 홈캠핑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 사진 남정민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 홈캠핑의 인기는 특히 높다. 집 밖 외출이 어려워지면서 집 안에서 색다른 즐길거리를 찾아 홈캠핑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다. 사진 남정민

 
결혼 4년 차 이현아(33)씨 부부는 지난 6월 아예 작은 방 하나를 캠핑 룸으로 만들었다. 워낙 캠핑을 좋아해 일상에서 더 자주 캠핑을 즐기고 싶어 마련한 방인데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 요즘 이 방을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흰색 작은 텐트를 치고 바닥에는 나무를 깔아 아늑함을 더했다. 평소 라탄이나 나무 소재로 된 캠핑 소품을 좋아해 캠핑 룸 역시 비슷한 소재를 활용했다. 방의 불을 끄고 알전구를 켜면 캠핑장의 밤 못지않은 분위기가 완성된다. 이씨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예약한 캠핑장이 취소되기도 한다”며 “그럴 땐 아쉬움을 홈캠핑으로 달래고 있다”고 말했다.  
게스트룸을 캠핑 컨셉트의 방으로 꾸민 사례. 텐트와 나무 바닥, 각종 소품 등으로 아늑하게 꾸몄다. 사진 이현아

게스트룸을 캠핑 컨셉트의 방으로 꾸민 사례. 텐트와 나무 바닥, 각종 소품 등으로 아늑하게 꾸몄다. 사진 이현아

 
아예 홈캠핑으로 캠핑을 시작한 이들도 있다. 지난 3월 결혼한 조수정(31)씨 부부는 이제 막 캠핑의 세계에 입문한 초보 캠퍼다. 하지만 올해 유난히 높아진 캠핑 인기 때문에 원하는 텐트는 모두 동나 구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19가 겹쳐 야외 캠핑은 엄두도 나지 않아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홈캠핑이다. 미리 구매한 장비를 활용해보자는 생각에 집 거실에 테이블과 의자, 파라솔을 더해 실내 캠핑장을 차렸다. 조명은 필수. 야외 캠핑에 ‘불멍(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행위)’이 있다면 홈캠핑에는 ‘랜턴멍’이 있다. 조씨는 “테이블에 캠핑 의자를 놓고 조명 하나 켜 놨을 뿐인데 신기하게도 잡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진다”며 “집에서 TV나 스마트폰만 보던 남편과의 대화도 부쩍 늘었다”고 했다.  
실내에 차린 캠핑장이지만 실외 캠핑 못지 않은 분위기가 난다. 아늑한 분위기 덕에 가족 간의 대화가 무르익는다. 사진 조수정

실내에 차린 캠핑장이지만 실외 캠핑 못지 않은 분위기가 난다. 아늑한 분위기 덕에 가족 간의 대화가 무르익는다. 사진 조수정

 

뜨거운 캠핑 열기, 코로나19와 태풍에 집으로 방향 틀었다

집에서 캠핑을 즐기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는 캠핑 자체의 인기가 한몫했다. 코로나19로 여행길이 막히자 들로 산으로 텐트를 지고 떠나는 이들이 늘었다. 소비자 조사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동향연구소’가 지난 8월 18일 발표한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2020년 2분기 기준 숙박 여행에서 점유율이 높아진 숙소는 ‘가족/친구 집(22/7%)’ ‘캠핑/야영(4.8%)’였다. 특히 ‘캠핑/야영’의 경우 지난해 같은 분기 대비 60% 이상 성장했다. 관련 물품 판매도 치솟았다. 지난 4~5월부터 국내 캠핑 업계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는 소리가 들릴 만큼 호황이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부터 9월 7일까지 캠핑 의자(48%), 캠핑 테이블(43%), 텐트(47%), 타프 (64%) 등 캠핑 주요 품목 모두 지난해 동기 대비 판매가 증가했다.  
실외든 실내든, 캠핑 용품의 인기는 올 상반기 상한가다. 캠핑 테이블과 의자, 텐트와 타프 등 캠핑 용품 수요가 높다. 사진 조수정

실외든 실내든, 캠핑 용품의 인기는 올 상반기 상한가다. 캠핑 테이블과 의자, 텐트와 타프 등 캠핑 용품 수요가 높다. 사진 조수정

 
하지만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캠핑 수요도 조금씩 줄고 있다. 올여름 유난히 길었던 장마·태풍도 야외 캠핑족의 발목을 잡았다. 캠핑족이 집으로 행선지를 돌린 이유다. 8일 기준 사진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홈캠핑’ 태그(#)를 단 게시물은 3만2000개. 거실·베란다·옥상 등에 텐트를 치고 테이블을 편 홈캠퍼들의 인증 샷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홈캠핑의 장점으로 계절과 날씨, 코로나19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캠핑 기분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아이들이 있는 집은 조금이라도 색다른 기분을 내기 위해 홈캠핑을 선택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집 베란다와 마당 등에서 ‘홈캠핑’을 즐기는 고객들을 위한 기획전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판매 수치도 좋은 편이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따르면 5월에서 8월까지 홈캠핑 관련 용품 중 인조 잔디(38.8%), 물놀이 풀(10.4%), 가스 그릴(207.6%), 바비큐 용품(59.6%)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했다.  
 

알전구 하나면 된다, 홈캠핑 초보라면  

사실 가을은 캠핑을 즐기기 최적의 계절이다. 덥고 습한 여름에 비해 쾌청한 환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높아진 캠핑의 인기 떼문에 캠핑장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수 없어졌다는 것. 대안으로 홈캠핑을 시작하고 싶다면 뭐부터 준비해야 할까. 가장 쉽게는 텐트만한 것도 없다. 밖에서 치는 복잡한 텐트가 부담스럽다면 실내용 난방 텐트나 원터치 텐트도 좋다. 간단한 파라솔만으로도 분위기를 내는 데 부족하지 않다. 
가볍게 텐트를 치고 조명과 음악을 더하면 홈캠핑 느낌을 쉽게 낼 수 있다. 사진 이현아

가볍게 텐트를 치고 조명과 음악을 더하면 홈캠핑 느낌을 쉽게 낼 수 있다. 사진 이현아

 
홈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조명'의 중요성에 입을 모은다. 홈캠퍼 이현아씨는 “거창한 조명이나 랜턴도 필요 없고, 알전구에 요즘 인기 있는 나무 소재 롤 테이블을 펴고 블루투스 스피커로 은은하게 음악을 들으면 일상적 공간이 단숨에 특별한 캠핑 공간으로 바뀐다”고 귀띔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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