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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자산가 트럼프 "선거자금 부족? 내 돈 쓰겠다"… "1200억원 출연 논의 중"

중앙일보 2020.09.09 09: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플로리다를 방문하기 위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필요하다면 선거운동에 사재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플로리다를 방문하기 위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필요하다면 선거운동에 사재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운동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사재(私財)를 동원하겠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선거운동본부(캠프)가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도 개인 돈을 써야 할 필요가 있으면 쓰겠다는 것이다.

NYT, "트럼프 캠프 현금 부족 가능성" 보도
트럼프 "2016년보다 자금 2~3배 많아"
"하지만 필요하다면 개인 돈 내놓겠다"
절박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필승 의지 강조
총 1조3000억원 모금해 9520억원 써
슈퍼볼 광고에 131억원 등 씀씀이 커져

 
재선에 나선 현직 대통령이 사재를 투입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은 2016년 대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거 자금을 많이 모았으나, 그만큼 풍족하게 쓴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를 방문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선거운동에 사비를 쓸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그래야 한다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린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과 비교하면 지금 더 많은 현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배 또는 세배라고 본다"면서 "하지만 필요하다면 개인적으로도 내놓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프라이머리(경선)에서 많은 돈을 내놓은 것처럼, 내가 해야만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4년 전보다 두·세배를 더 갖고 있기에 그럴 필요가 없다"라고도 했다. 
 
현재 캠프의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도 사비를 내놓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일견 모순된 행동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절박하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대선 승리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해 지지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캠프 자금 문제는 전날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NYT는 '트럼프 캠프는 어떻게 현금 우위를 잃어버렸나'라는 기사에서 "선거날까지 60일이 채 안 남은 상황에서 트럼프 캠프는 한때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일을 우려한다. 바로 현금 부족"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러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선거운동에 개인 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러 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선거운동에 개인 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NYT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올 7월까지 트럼프 캠프와 공화당은 11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모금해 8억 달러(약 9520억원)를 사용했다. 적지 않은 후원금을 모았지만 그만큼 씀씀이가 컸다. 

 
슈퍼볼 대회 광고 예산으로 1100만 달러(약 131억원)를 배정하고, 측근 등을 정치 컨설턴트로 고용하는 데 50만 달러(약 6억원), 상공에서 대선 슬로건 배너를 펼치기 위한 항공기 이용료 15만6000달러(약 1억8500만원)를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금행사를 열 때 참석자들이 대통령 연설을 녹음하지 못하도록 스마트폰을 보관하는 특수 자석 파우치(작은 가방) 제조업체에 11만 달러(약 1억3000만원)가 지급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피하기 위해 전당대회 장소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플로리다로, 다시 노스캐롤라이나로 옮기는 과정에서 행사장 예약금 32만5000달러(약 3억8000만원)를 날렸고, 탄핵 사태와 검찰 수사로부터 트럼프를 방어하기 위한 법률 비용으로 지난해 이후 2100만 달러(약 250억원)에 달한다고 NYT는 전했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장외 일정을 이어갈 때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델라웨어주 자택에 머물면서 온라인 모금행사와 유세를 펼쳐 비용은 들이지 않고 자금은 두둑이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사정이 빡빡한 것으로 파악되자 트럼프 캠프는 지난달 선거 광고 비용을 대폭 줄였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선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전당대회를 연 8월 셋째와 넷째 주에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TV 광고에 3590만 달러(약 427억원)를 썼으나 트럼프 측은 13% 수준인 480만 달러(약 57억원) 지출에 그쳤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꼭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화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금을 아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꺾기 위해 필요하다면 선거운동에 개인 돈 1억 달러(약 1190억원)를 내놓는 방안을 캠프 관계자들과 논의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순 자산은 27억 달러(약 3조2140억원)로 추산된다. 지난 1년간 3억 달러가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경선 때는 사비 6600만 달러(약 786억원)를 썼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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