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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조정 vs 버블 붕괴...미 증시 "개미들의 판단-선택에 달렸다"

중앙일보 2020.09.09 09:11
뉴욕 증시 자료사진

뉴욕 증시 자료사진

"노동절(9월7일) 휴가 뒤엔 진정될꺼야!"
지난주 말 톰슨로이터가 전한 월가의 기대였다. 증권시장이 급락한 뒤 쉬는 사이 진정된 역사적 패턴에 기댄 바람이었다. 하지만, 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가파르게 떨어졌다.

주가-실물 사이 거리가 멀수록 시장 참여자는 "톰슨가젤처럼 움직여!"
미국 개인 투자자들, 올 3월 코로나 패닉 순간 공격적으로 매수해
무료증권 앱 '로빈후드'로 무장한 개미들의 움직임에 따라 주가 미래 달려

 
다우지수는 632.42포인트(2.25%) 급락한 2만7500.89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95.12포인트(2.78%) 미끄러진 3331.84에, 나스닥 지수는 465.44포인트(4.11%) 떨어진 1만847.69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조정국면에 들어서

나스닥 지수는 이달 2일 최고치에 이른 뒤 10% 정도 미끄러졌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한 테슬라 주가는 이날 20% 넘게 추락했다.
테슬라 주가

테슬라 주가

 
나스닥을 전체적으로 보면 일단 '조정국면'이다. 침체장 또는 침체 국면은 지수가 최고치 기준 20% 정도 떨어졌을 때 쓰는 말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은 이날 월가의 전문가의 말을 빌려 "빅 테크(대형 기술주) 주가가 급등했고 테슬라가 S&P500 종목에 들어가지 못했으며, 미-중 갈등이 반도체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이 나스닥의 가파른 하락을 이끌었다"고 했다.

급등한 시장의 참여자는 톰슨가젤? 

그런데 『금융투기의 역사』의 지은이인 에드워드 챈슬러는 지난해 기자와 통화에서 "가파르게 치솟은 자산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은 아프리카 초원지대의 톰슨가젤처럼 움직이곤 한다"고 말했다.
 
톰슨가젤

톰슨가젤

톰슨가젤은 초식동물로 사자와 표범 등의 먹잇감이다. 포식자의 공격을 대비해 무리 지어 움직이는 데, 한 마리의 작은 행동에도 무리 전체가 방향을 빠르게 전환하곤 한다. 챈슬러는 "급등한 시장의 참여자는 톰슨가젤처럼 거의 무의식적으로 작은 사건에도 방향을 바꾼다"며 "그 결과가  바꿔 시장 전체의 급격한 출렁거림"이라고 설명했다. 
 
챈슬러의 말은 이번 주가 급락을 두고 한 것은 아니다. 가격이 급등한 시장에서 역사적으로 나타난 패턴을 설명한 말이었다. 그런데 당시 그는 "주가 등이 기업의 수익력 등 실물 수준에서 벗어난 정도가 심할수록 시장 참여자들이 톰슨가젤처럼 움직이는 일이 잦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침체 와중에 주가 고공행진 

최근 뉴욕 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침체 탓에 평균적인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데도, 올해 3월 패닉 이후 가파르게 반등했다. 특히 8월엔 코로나 사태 이전 고점을 지나 사상 최고치에 이르기도 했다. 

 
뉴욕 증시의 개별종목 실적-주가 사이 괴리가 커질 대로 커졌다. 챈슬러가 말한 '톰슨가젤 현상'이 나타나기 딱 좋은 상황이었던 셈이다. 실제 나스닥 시장에선 테슬라 2대 주주의 지분 축소 등에 전체 주가가 요동했다.
 
이제 관심은 최근 주가 급락이 버블붕괴 과정의 일부인지 여부다. 주가 급등과 급락 뒤에 늘 그랬듯이 시장 주변에선 '내가 말했잖아? 버블 붕괴야'라고 말하는 쪽과 '지금 주가 하락은 닷컴거품 때와 달라!'라고 말하는 쪽이 혼재하고 있다.
 
투자자문사 워싱턴피크의 앤드루 펄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칼럼에서 "주가와 실물(펀더멘털) 사이 거리가 너무 멀어 비현실적"이라며 "며 "주당매출액비율을 보면 현재 성층권까지 오른 주가는 터무니없어 17세 튤립 버블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미국 개인 투자자

미국 개인 투자자

 
반면, 마켓워치에 따르면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 창업자인 제프 디그레이프(기술분석가)는 "지금 나스닥 상황이 닷컴거품 때와 다르다"며 "최근 하락이 2000년 닷컴거품 붕괴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증시는 투표함과 같아...나중에 결과 알 수 있을 뿐 

어느 쪽이 맞을지는 현재 알 수 없다. '증권분석의 아버지'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한 대로 "증권시장은 투표함과 같아, 나중에 열어본 뒤에 결과를 종합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다.

 
단, 최근 시장 특징에 비춰 개인 투자자(로빈후드 앱 사용자)의 공격적 매수가 올해 3월 패닉 순간처럼 다시 펼쳐질지 관심이다. 영국 투자자문사인 옥스퍼드메트리카 로리 나이트 회장은 이날 기자에게 보낸 문자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조정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며 "매수기회로 본다면 주가 하락이 단기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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