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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테러도 견딘 133년 英다리, 셧다운시킨 건 폭염이었다

중앙일보 2020.09.09 05:01
영국 런던 템스 강의 첫 번째 현수교이자 133년의 역사를 지닌 해머스미스 다리가 지난달 폐쇄됐다. 올해 여름 폭염으로 인해 구조물 간격이 넓어지면서 다리가 불안정해진 탓이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해머스미스 다리에는 현재 4곳 이상의 균열이 발견됐다.
 

최근 폭염에 4곳 이상 균열 발견
완전 수리에 약 2200억원 소요
땜질하는데만도 약 421억원
재정 압박에 엄두 못내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해머스미스 다리의 사고위험이 높아 수리가 시급한데도 공공재정이 부족해 본격적인 수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강을 건너기 위해 페리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우회도로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재택근무로 일일 교통량이 평소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교통량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면 시민의 불편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3일 영국 런던 템스 강변에 위치한 해머스미스 다리가 폐쇄된 모습이다. 올해 여름 폭염으로 인해 구조물들이 약해지면서 4곳 이상에서 금이 간 것이 확인됐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3일 영국 런던 템스 강변에 위치한 해머스미스 다리가 폐쇄된 모습이다. 올해 여름 폭염으로 인해 구조물들이 약해지면서 4곳 이상에서 금이 간 것이 확인됐다.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동요 중에 '런던 다리 무너지네(London bridge is falling down)'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가사처럼 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머스미스 다리는 수년째 방치됐다. 문제는 돈이었다. NYT는 "해머스미스 다리를 완전히 수리하는 데는 1억4100만 파운드(약 22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 다리를 소유한 해머스미스 협의회나 런던 교통 당국이 현재 갖고 있지 않은 금액"이라고 보도했다.
 
땜질만 하는데도 비용은 꽤 들어갈 전망이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임시 다리를 건설하는 데는 2700만 파운드(약 421억원)가 들고, 공사 기간은 6~9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NYT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으로 이미 압박을 받아온 영국의 공공재정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한층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3월 신용평가사 피치는 코로나 19로 인한 영국 경제의 급격한 단기 충격,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유럽연합 간 무역 관계에 지속하는 불확실성을 이유로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영국은 7년 전만 해도 가장 높은 AAA 신용등급을 받았지만, 금융위기, 브렉시트 결정 등으로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런던경제대학의 도시문제 전문가인 토니 트래버스 교수는 "보리스 존슨 정권이 런던 다리에 돈을 쓰는 것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머스미스 다리는 총리의 도움을 필요로 했지만, 존슨 총리는 구시대의 유물이 아닌 1300억 달러(약 154조원) 규모의 고속철도와 같은 프로젝트에 돈을 쓰겠다고 약속해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이었다"라고 보도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해머스미스 다리는 안전 문제가 지적됐다. 다리의 주요 재료는 주철(난로·맨홀 뚜껑 등에 주로 쓰임)인데 강철보다 부서지기 쉽다 보니 다리가 무너져 템스 강 위로 추락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2018년 이탈리아에선 현수교가 무너져 43명이 목숨을 잃었다. NYT는 "해머스미스 다리도 수리하지 않으면 자칫 대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33년된 해머스미스 다리는 공공 재정난을 이유로 수년째 수리를 하지 못하다가 지난달 균열이 생긴 것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잠정 폐쇄됐다. [AP=연합뉴스]

133년된 해머스미스 다리는 공공 재정난을 이유로 수년째 수리를 하지 못하다가 지난달 균열이 생긴 것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잠정 폐쇄됐다. [AP=연합뉴스]

 
그동안 해머스미스 다리는 수차례 폭탄 테러에서도 완파되지 않고 살아남은 다리다. 지난 1996년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이 두 개의 강력한 플라스틱 폭발물을 다리 아래에 설치했지만, 가까스로 파괴를 면했다. 4년 뒤 또 다른 IRA 팀이 다리 밑에 설치한 폭탄을 터뜨리는 데 성공했는데 이때는 2년간 수리를 하기 위해 폐쇄된 적이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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