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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나거’ 인종차별 언어? 강의때 썼다 수업금지된 美교수

중앙일보 2020.09.09 05:00
 
그레그 패튼 미국 남가주대(USC) 경영학 교수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화상으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고 있다. 패튼 교수는 이 수업에서 중국어를 사례로 들었다가 학생들에게 항의를 받았다. [트위터 캡처]

그레그 패튼 미국 남가주대(USC) 경영학 교수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화상으로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고 있다. 패튼 교수는 이 수업에서 중국어를 사례로 들었다가 학생들에게 항의를 받았다. [트위터 캡처]

미국의 한 대학에서 수업시간에 중국어를 소개했다가 인종차별적인 언어를 썼다는 항의를 받으며 강의 금지를 당한 교수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LA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그레그 패튼 교수는 지난달 20일 화상으로 ‘경영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수업을 진행했다. 그는 이날 발표 능력 향상을 위한 기술을 가르치며 '음', '어'와 같이 대화 공백을 채워주는 국가별 언어를 소개했다.
 
문제는 ‘그것, 그’를 의미하는 중국어 ‘나거(那个·nà‧ge)’를 사례로 들면서 발생했다. 패튼 교수는 “중국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에는 ‘그것(that)’이 있다”면서 “중국에선 ‘나거’, ‘나거’, ‘나거’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니까 여러분은 나라별로 다른 단어를 듣게 되지만, 이것들은 모두 말을 더듬을 때 쓰는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수업을 들은 일부 학생들은 이 발음이 미국에서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비하할 때 쓰이는 단어인 ‘니거(Nigger)’처럼 들린다며 USC 경영학과장에게 항의 편지를 보냈다.
 
항의 편지에는 “1만 개가 넘는 중국어에서 하필 이 표현을 쓰는 건 USC 학생 사회에 상처를 주는 것이며 결코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해당 교수의 부주의와 태만이 불러온 결과”라며 “인종적으로 무지하고 공감 능력이 부족한 교수는 다양한 우리를 가르치고 이끌기에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USC는 성명을 내고 패튼 교수가 해당 수업을 강의하는 것을 중단하기로 교수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USC는 성명에서 “우리는 인종차별적 언어가 문화적, 역사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끼쳤다는 걸 인정한다”며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패튼 교수는 지난달 26일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생생한 사례를 가르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10년 넘게 이 수업을 강의해왔고, 과거에도 이 사례를 들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받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런 사례가 모두 고유의 경험을 해온 학생들에게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걸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내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이같이 사실이 알려지자 100명에 달하는 중국계 혹은 중국 국적의 USC 졸업생들이 패튼 교수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들은 USC에 “해당 단어는 중국에서 대화의 공백이 생겼을 때 쓰는 정확하고 효과적인 표현”이라며 “패튼 교수가 중국어로 ‘그것’을 사례로 든 건 아주 알맞은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어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중국어의 사용을 비도덕적인 행위로 규정한 것에 크게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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