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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 이미 심증 굳혔나" 김어준, 정경심 판사 털기 가세

중앙일보 2020.09.09 05:00
방송인 김어준(사진)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정경심 재판장의 호통과 증인 지적을 문제 삼았다 [뉴스1]

방송인 김어준(사진)씨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정경심 재판장의 호통과 증인 지적을 문제 삼았다 [뉴스1]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임정엽(50) 부장판사에 대한 신상털이가 본격화되고 있다. 임 재판장이 지난달 최성해 전 동양대 조카 A씨에게 위증 경고를 하며 호통을 친 것이 발단이었다. 
 
정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지자들은 그 뒤로 임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재판 진행이 편향적이다""탄핵해야 한다"라는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당시 A씨는 정 교수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다가 임 재판장에게 "물타기 하지 말라"는 위증 경고를 받았었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엔 '나는 꼼수다'의 멤버였던 방송인 김어준씨와 김용민씨까지 '임정엽 비판'에 가세했다. 임 재판장에 대한 '좌표 찍기'가 시작된 것 아니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어준까지 재판장 비판 가세  

김어준씨는 지난 4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임 재판장의 호통을 다뤘다. 김씨는 "이 양반(재판장)이 이미 심증을 굳힌 것이 아닌가. '판사 변수가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방송에 출연한 패널도 임 재판장의 호통에 불만을 드러냈다. 
 
방송인 김용민씨도 지난달 28일 유튜브 '김용민TV'에서 '편파 시비 휘말린 정경심 1심 판사'란 제목의 방송을 했다. 김어준씨와 김용민씨의 유튜브 구독자를 합하면 120만명이 넘는다. 
 

위증 의심될 때 호통친 재판장  

정 교수 지지자들이 주장하듯 임 재판장이 정 교수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에게 호통을 친 것은 사실이다. 임 재판장은 최 전 총장의 조카 A씨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 정 교수의 딸 조민씨에게 논문 제1저자를 부여했던 단국대 장영표 교수의 증인 신문에서 호통을 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재판에 출석하던 모습. [뉴스1]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월 재판에 출석하던 모습. [뉴스1]

검찰이 제시한 자료와 다른 말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A씨나 조씨에겐 위증 경고를 했다. 조민씨를 감싸던 장 교수에겐 "증인이 피고인의 변호인이냐. 사실관계만 답하라"고 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협 회장은 "판사들이 증인들의 위증 의혹에 호통을 치는 경우가 있다"며 임 재판장의 진행이 특이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국 출석 때도 발언 제지 

임 재판장은 지난 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도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조 전 장관이 준비한 입장문에 대해선 "증언거부에 관한 사유에 해당하는 부분만 읽으라"며 낭독 부분을 정해줬다.
 
조 전 장관이 검찰 주장에 반박을 하려하자 "증인은 본인이 원하는 말을 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 질문받기 전에는 말하지 말라"고 발언을 제지했다. 조 전 장관도 법정에서 허용된 입장문을 읽으며 "다른 자리가 아닌 법정에서는 (증언거부권에 관한) 편견이 작동하지 않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재판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014년 세월호 1심 재판장이었던 임정엽 부장판사(가운데)가 전남 진도 VTS 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2014년 세월호 1심 재판장이었던 임정엽 부장판사(가운데)가 전남 진도 VTS 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판사 신상털이의 일상화  

정 교수의 변호인단은 "임 재판장에 대해선 따로 말씀드릴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2월 교체된 전임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와 비교하면 변호인단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엔 검찰이 송 부장판사에 대해 "전대미문의 재판 진행을 하고 있다"며 편파 진행이라 주장했었다.
 
법원 내부에선 중요 재판을 맡은 특정 판사에 대한 신상털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제 '판사 털이'는 일상이 되었다고 하지만 법관들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임 재판장의 스타일이 한쪽 지지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재판 결과를 예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현 전 대한변협 회장은 "재판 과정을 문제 삼아 판사에 대한 신상털이와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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