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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넷플릭스 잡는 법이라더니" 열받은 네이버·카카오, 왜

중앙일보 2020.09.09 05:00
넷플릭스로 촉발된 국내·외 콘텐트사업자(CP)들과 인터넷제공사업자(ISP), 정부간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8일 공개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20대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22조)은 일명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불렸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CP들은 이 시행령안이 넷플릭스처럼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고도 망 품질 유지비 부담을 안 지는 해외사업자의 무임승차를 규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행령안은 국내외 모든 CP들에게 똑같이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씌웠다. 부글부글 끓는 네이버·카카오에 대해 정부는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쳤다"고, ISP들은 "국내 CP의 부담은 이전보다는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네이버·카카오는 자신들에게 법이 적용된 근거부터 허술하다고 반박하는데, 무슨일일까. 
 
정부가 9일 입법예고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의무적으로 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 네이버 등이 대상이다. [사진 셔터스톡]

정부가 9일 입법예고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의무적으로 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 네이버 등이 대상이다. [사진 셔터스톡]

무슨 일이야?

정부가 9일 입법예고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한다는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 시행령의 적용 대상은 일평균 이용자수 100만명이 넘는 동시에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부가통신사업자다. 과기부의 설명에 따르면 이 조건에 모두 해당되는 사업자는 압도적인 트래픽 1위(전체의 23.5%)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넷플릭스·네이버·카카오 등 5개 사업자다. 
· 이들 5개 사업자는  ▶서버의 다중화 ▶최적화된 콘텐트 전송을 위해 인코딩 기술 개발 ▶이용자 특성에 맞는 최적 해상도 설정 등의 의무를 진다. 또 트래픽 경로 등을 바꿀 때는 ISP 등과 협력해야 한다. 위반시엔 과태료 2000만원 등 제재도 받아야 한다.

· 다만, '왓챠'처럼 아직 트래픽·이용자수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은 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연내 국내 진출 예정인 '디즈니플러스'도 이용자와 트래픽을 모으기 전까지는 이런 기술적 조치를 의무적으로 할 필욘 없다.
 

네이버·카카오 : "넷플릭스 잡겠다더니…"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가장 격렬하게 반발하는 것은 카카오·네이버 등 국내 CP들이다.

· 익명을 요구한 국내 CP 사업자는 "시행령을 지켜야하는 '트래픽 1% 이상' 조건의 기준은 대체 무엇인지, 또 국내 총 인터넷 트래픽을 정부가 어떻게 객관적으로 측정할 것인지 구체 방안도 없는 허술한 시행령"이라고 지적했다. 적용 대상이 '국내 총 트래픡의 1% 이상'이 아니라 3%나 5%로 했다면 네이버나 카카오는 적용 대상서 제외된다. 이 관계자는 "무임승차하는 해외 CP를 정조준해야할 법안이 정작 국내 CP들에게 망 이용료 부담만 가중시키는 역차별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안에서는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 차지'하는 사업자들을 준수 대상으로 정했다. [과기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안에서는 '일평균 이용자 수 100만명 이상'이면서 '국내 총 트래픽 양의 1% 이상 차지'하는 사업자들을 준수 대상으로 정했다. [과기부]

· CP들이 속한 인터넷기업협회도 8일 "이용자 보호를 앞세워 CP들에게만 의무를 전가하는 이번 시행령안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넷플릭스 : '망 이용료 의무화, 일단 막았지만…' 

· 넷플릭스는 이번 시행령에 최악은 피했다는 분위기다. 넷플릭스가 그간 우려했던 망 이용료 부담 의무가 시행령에 명시되지 않았다. 이날 넷플릭스 측은 "관련 부처 및 기관을 존중하고, 국내 법률을 준수하며, 소비자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그러나 시행령안과 별개로 넷플릭스는 다음달 SK브로드밴드와 민사소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망 이용료 지불 의무가 있는지 없는지 따지는 소송이다. 
 

의무 협상 대상 확보한 통신사

· 국내 CP들의 반발에 대해, 과기부는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만든 시행령안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대 국회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한 후 총 15회 연구반을 운영하며 CP, ISP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쳤다는 것. 주성원 과기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해외 사업자들의 무임 승차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지만, 해외 사업자들은 이번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했다"며 "해외 사업자들이 이번 규정을 잘 준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 예견된 일이지만, 이번 시행령안을 통해 통신사 등 ISP의 숙원은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평가가 많다. ISP가 망 품질 유지비를 요구할 수 있는 협상 대상이 법적으로 확보됐다. 국내 CP들의 역차별 주장에 대해 ISP는 "그쪽에 부담이 추가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ISP 관계자는 "기존 국내 CP들만 내던 망 이용료를 해외 사업자들에게도 요구할 근거가 생겼으니, 국내 CP들은 이전보단 부담이 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게 중요한 이유

· CP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ISP와의 망 이용료 협상이다. 이미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년 통신사(ISP)에 수백억원의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데, '안정적인 망 확보'를 의무화한 이번 시행령안 때문에 ISP들이 CP에게 더 많은 망 이용댓가를 요구할거라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트래픽이 폭증했기 때문에 망 이용료 역시 자연스레 올라갈 여지가 있다.
· 망 이용료가 올라가면 자연스레 이용자들이 쓰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트래픽을 많이 잡아먹는 서비스 요금도 올라갈 수 있다.  
· 과기부는 다음달 19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칠 예정이다. 개정 시행령은 3개월 뒤인 12월 10일부터 시행된다. 과기부는 매년 트래픽양과 이용자 수를 측정해 시행령안 적용 대상이 될 CP를 발표할 방침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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