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뽑는 곳도 공부할 곳도 없다···”내가 뭘 잘못했나“ 취준생 눈물

중앙일보 2020.09.09 05:00
8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 내부 모습이다. 전기 콘센트가 있는 테이블에서 학생들이 노트북을 펴고 공부를 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이우림 기자.

8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 내부 모습이다. 전기 콘센트가 있는 테이블에서 학생들이 노트북을 펴고 공부를 하거나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이우림 기자.

“왜 맥도날드에서 공부하냐고요? 몇 년째 백수 신세인데 어떻게 집에 있어요. 눈치 보면서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죠.”

 
8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만난 김모(29)씨의 넋두리다. 3년째 취업 준비 중인 김씨는 원래 독서실에서 공부를 했지만,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2.5단계로 격상된 후 소규모 카페 등을 전전하고 있다. 하반기 채용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대했다는 김씨는 “코로나 때문에 채용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마음이 불안해 미치겠는데 이제는 공부할 곳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의 또 다른 개인 카페에도 공부하러 온 ‘카공족’들로 빽빽했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문을 닫자 소규모 개인 카페를 찾은 것이다. 가게 한쪽에 있는 6인석 테이블 6개는 평소라면 총 36명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테이블 하나당 대각선으로 2명만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좌석 12개는 만석이었다. 이마저도 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발걸음을 돌렸다.   
 

대기업 74% 하반기 채용 계획 없거나 미정

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스터디 카페 출입문에 '운영 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8/31~9/13 운영 중단'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이우림 기자.

8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스터디 카페 출입문에 '운영 중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안내문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8/31~9/13 운영 중단'이라는 말이 붙어 있다. 이우림 기자.

 
9월 가을 공채 시즌을 맞아 코로나19로 인해 취준생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격상으로 각종 자격증 시험이 밀린 데 이어 공부할 장소마저 줄어들고 있어서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들은 오는 하반기 채용 계획도 머뭇거리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6일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한 120개 기업 중 74.2%는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 2월 상반기 조사에서 41.3%가 같은 대답을 한 것과 비교하면 채용 시장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로 스터디도 못하고 도서관도 문 닫아”

취준생들은 불안함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취준생 박모(25)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갈 데도 없고 집안에 틀어박혀 혼자 취업을 준비하다 보니까 너무 우울하다. 스터디도 못 하고 도서관도 닫아 공부가 손에 잘 안 잡히고 정보 공유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취업 포털 사이트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안함을 호소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취준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다들 무경력이라고 하면서 뭐든 하나씩은 했다. 난 인턴 한 번 못 해봤는데 정말 죽고 싶다” “뭘 그렇게 내가 잘못했나. 열심히 했는데 합격한 곳이 없다”는 반응이다.  
 

취준생 “경쟁률 일정 수준 넘어서자 서로 가여워해” 

지난 6월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교에 마련된 한국철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 고사장에서 응시생들이 입실하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14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대학교에 마련된 한국철도 상반기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 고사장에서 응시생들이 입실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취업 준비를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공기업에 최종합격했다는 김모씨는 “올해 취준하면서 죽고 싶었던 적이 정말 많았다. 공고 자체도 없고 공고가 뜨면 미친듯한 경쟁률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준생 간의 경쟁 구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니까 서로 가엾어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SNS에 ‘취준일기’를 수개월째 올리고 있는 대학생 A(23)씨는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하루에 감사한 일을 생각해보는 ‘감사일기’를 적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인터넷 취업 준비 카페에서 최종합격을 통보받고 채용이 취소됐다는 글이 올라올 때마다 내 이야기가 되지는 않을지 너무 불안하다”며 “부모님이 ‘곧 채용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키우는 것도 부담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기업 공채 막히자 공시족 택하기도 

지난 6월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 준비 학원에서 한 학생이 게시판 앞을 지나는 모습. 뉴스1

지난 6월 30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무원 준비 학원에서 한 학생이 게시판 앞을 지나는 모습. 뉴스1

 
일부 취준생들은 기업 공채 길이 막히자 공무원 준비를 선택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 5월 잡코리아와 알바몬 조사 결과 대학생 및 졸업한 취업준비생 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36%로 지난해 동일 조사에 비해 11% 상승했다. 
 
지난 3월부터 9급 검찰직 수사관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백모(24)씨는 “이번해는 시험이 모두 종료돼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다만 최근 검찰직 수사관 신규 채용을 안 하겠다는 말이 나와 불안하다. 인력 감소도 아니고 갑자기 중단해버리겠다는 식이라 직렬을 바꿔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우림ㆍ채혜선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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