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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매출 50일새 3.5배···시진핑은 왜 하이난만 밀어줄까

중앙일보 2020.09.09 05:00

중국인들이 하이난(海南)에 빠졌다.

지난 8월 18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신화=연합뉴스]

지난 8월 18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신화=연합뉴스]

정확히 하이난 면세 쇼핑에 빠진 거다. 중국 경제매체 21세기경제보도에 따르면 하이난성 하이커우(海口) 메이란 공항 면세점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여름 휴가철 이후로 향수를 사려는 손님들이 끊임없이 밀려들어 식사할 시간조차 없다”며 “오랫동안 품절이었던 베스트셀러 립스틱을 대량으로 사 가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8월 6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신화=연합뉴스]

지난 8월 6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신화=연합뉴스]

중국 언론에선 하이난 면세점이 쇼핑객으로 장사진을 이룬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과장은 아니다. 실제 숫자로 확인된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8월 18일까지 하이난에 있는 4개 면세점 매출액은 50억 위안(약 8700억 원)을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배나 커졌다. 하루로 보면 1억 위안(174억 원)의 매출을 낸 셈이다. 약 50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7월 시작된 면세 정책 효과다.

지난 6월 29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 면세점 모습. [신화=연합뉴스]

지난 6월 29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 면세점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하이난에서의 연간 1인당 면세 쇼핑 한도를 3만 위안(약 520만원)에서10만 위안(약 1700만원)으로 3배 이상 확대했다. 쇼핑 횟수 제한도 없앴다. 면세상품 품목도 38개에서 45개로 늘렸다. 8000위안(약 136만원)이던 개별 상품 면세 한도액도 없앴다.
 
중요한 건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조치가 아니란 점이다. 중국인이 혜택을 받는다. 내국인의 쇼핑 한도를 파격적으로 늘린 거다.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하이난 ‘일감 몰아주기’다. 

지난 8월 18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신화=연합뉴스]

지난 8월 18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신화=연합뉴스]

왜 그런가. 생각해보자.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국제공항 문을 틀어 잠갔다. 관광은커녕 비즈니스 목적으로 중국에 가려는 외국인도 방중이 여의치 않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중국인이 출국할 비행기 편은 거의 없다. 면세 쇼핑의 주 고객인 해외 관광객은 외국인과 중국인 통틀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중국 정부가 다른 곳과 차별적으로 하이난 섬에만 파격적인 내국인 대상 면세 혜택 조치를 취한 거다. 안 그래도 중국 면세 사업자가 기댈 건 내국인 뿐이었다. 면세 쇼핑을 즐기던 중국인도 국내에서라도 면세 물품을 사고 싶다는 욕구가 커진 상황이다. 지난 1월부터 쌓인 중국인의 소비 욕구가 하이난으로 쏟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지난 8월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신화=연합뉴스]

지난 8월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신화=연합뉴스]

광저우 출신의 한 여성은 21세기경제보도에 "새로운 하이난 면세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나처럼 주로 면세 쇼핑 때문에 출국하는 사람들"이라며 "면세점에 사람이 너무 많아 8월 중순에 갔을 때 구찌나 샤넬 같은 명품 매장은 최소 20명씩 줄을 서 있었다. 명품 매장이 시장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 [신화=연합뉴스]

지난 7월 1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 [신화=연합뉴스]

이외에도 아이폰 등 IT 제품도 일반 매장보다 싸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쇼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내 다른 면세점에 없는 혜택 속에 문전성시를 이룬 하이난. 시 주석이 일감을 몰아줬다는 말이 틀린 게 아니다.

중국은 하이난을 왜 띄울까. 

2019년 12월 하이난 싼야 해군기지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장병들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019년 12월 하이난 싼야 해군기지를 방문한 시진핑 주석이 장병들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 주석이 주목해서다. 2018년 4월 시진핑 주석은 하이난을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중국 최고 지도부는 이후 지속해서 하이난을 지켜봤다. 지난 6월 자유무역항 건설 계획이 발표되고, 7월부터 내국인 면세 정책이 시행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언론이 하이난의 면세점 흥행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도 하이난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려는 중국 정부 의중과 궤를 같이하는 거다.
지난 8월 6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 [신화=연합뉴스]

지난 8월 6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 [신화=연합뉴스]

시 주석에게 하이난은 홍콩의 대체재이자 남중국해 작전의 핵심이다. 6월 자유무역항 건설계획 발표 당시 류츠구이(劉賜貴) 하이난성 당서기는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자유무역항"이라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이념적으로 사회주의 제도를 파괴하려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6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 [신화=연합뉴스]

지난 8월 6일 중국 하이난성 하이커우의 면세점 모습. [신화=연합뉴스]

민주화 시위로 시끄러웠던 홍콩과는 다르게 키우겠다고 천명한 거나 다름없다. 실제로 홍콩 경제를 살려왔던 중국 본토 쇼핑 관광객이 발길을 하이난으로 돌리면서 홍콩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또 하이난 최남단 싼야에 있는 해군기지엔 중국의 전략 핵잠수함이 있다. 중국 해군은 이곳을 전진기지 삼아 대만과 남중국해를 겨냥한 무력시위용 해상 훈련을 지속해서 벌인다.
[신화=연합뉴스]

[신화=연합뉴스]

하이난은 취약점인 ‘인프라’까지 해결될 전망이다. 지난 9월 2일 리커창 총리는 국무원 상무 회의에서하이난성난창(南昌) 2기 원전 사업을 승인했다. 여기엔 중국이 독자 개발한 3세대 원자로 ‘화룽 1호(華龍一號)’ 가 도입된다. 면세 혜택에 안정적 에너지 공급까지. 달리는 호랑이에 날개까지 달아주는 격이다.
지난 7월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앞의 모습.[중앙포토]

지난 7월 제주시 연동의 한 면세점앞의 모습.[중앙포토]

하이난 성장의 여파는 한국에도 온다. 한국 등 해외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사들여 중국에 되팔던 '다이거우'(代購). 코로나19로 해외에 못 나가는 대신 하이난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의 큰손이던 이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한국에 돌아올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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