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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까지 2만7000번 경고 보냈다…"김재난"이라 불리는 남자

중앙일보 2020.09.09 05:00 종합 18면 지면보기
강신욱 서울시 안전총괄실 상황대응과 주무관이 서울시청 지하 안전통합상황실에서 재난문자 발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강신욱 서울시 안전총괄실 상황대응과 주무관이 서울시청 지하 안전통합상황실에서 재난문자 발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너무 자주 오니 오히려 안전불감증을 유발하는 것 같아요. 주변에서 스팸문자 취급하며 ‘또 김재난씨 문자 보냈네’라고 하더라고요. 몇년 전 스팸메일 발송인으로 자주 등장한 김하나 빗대서 말이죠”(30대 직장인)  

8월 발송 전년 대비 165배 늘어
급증한 발송 건수에 스팸 취급도
2G는 60자, 4G는 90자 이내 보내야
타지역 문자 멈추려면 ‘안전앱’ 설치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데 의정부ㆍ포천ㆍ남양주ㆍ양주, 서울 노원구에서도 문자가 와요. 요즘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아지면서 정신없이 진동이 울려요. 임신 중인데 불안감이 커져요.”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  
 
너무 자주 와 불편하다면서도 안 보면 불안한 재난문자메시지.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발송하는지, 자신과 상관 없는 지역의 문자를 안 받는 방법은 없는지 등 재난문자에 관한 궁금증을 서울시 강신욱(41) 안전총괄실 상황대응과 주무관을 통해 풀어봤다.  
 
여러 지역과 기관에서 오는 재난문자. [사진 휴대전화 캡처]

여러 지역과 기관에서 오는 재난문자. [사진 휴대전화 캡처]

재난문자는 경중에 따라 안전안내문자, 긴급재난문자, 위급재난문자로 나뉜다. 위급재난은 공습과 화생방 경보나 규모 6.0 이상 지진을, 긴급재난은 테러나 방사성 누출 예상 상황과 규모 3.5 이상 6.0 미만 지진을 말한다. 안전안내문자는 위급ㆍ긴급을 제외한 재난경보ㆍ주의보 등에 발송되며 최근의 코로나19 관련 문자가 이에 속한다.  
 
안전안내문자는 일반 문자처럼 소리ㆍ진동ㆍ무음을 설정할 수 있지만 긴급재난문자 이상은 ‘삐’ 하는 경보음이 정해져 있다. 또 안전안내ㆍ긴급재난문자는 기기에서 수신을 거부할 수 있지만 위급재난문자는 거부 설정을 할 수 없다.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송된 재난문자는 911개였다. 올해는 8월 말 기준 2만7179개다. 올 초부터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이다. 감염 확산이 거셌던 지난 3월과 8월에는 발송 건수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1배, 165배 늘었다.
전국 재난문자 발송 건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국 재난문자 발송 건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서울시의 경우 각 부서에서 재난문자 송출을 의뢰하면 강 주무관, 재난상황팀장, 재난관리총괄팀장, 상황대응과장, 안전총괄관이 함께 발송 여부와 문구를 논의한다. 강 주무관은 “시민에게 신속한 홍보나 전파가 필요한 사항인지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문구는 표준문안을 기초로 강 주무관이 2G(2세대 통신) 휴대전화는 60자, 4G 이상은 90자 이내로 초안을 쓰면 각자 의견을 더해 결정한다.
 
재난문자방송 서비스는 2G 때 개발됐다. 제도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4G 휴대전화에는 시스템이 의무 장착됐지만 3G 휴대전화는 안전디딤돌 앱을 깔아야 문자를 받을 수 있다. 2G 휴대전화는 일부 수신이 되지 않는다.
 
과거에는 지자체가 요청하면 행정안전부가 승인해 발송했지만 2017년 10월부터 시ㆍ도, 지난해 9월부터 시ㆍ군ㆍ구에 승인권이 주어지면서 자체 발송할 수 있게 됐다. 산림청·한국철도공사 등 각 기관은 행안부 승인을 받아 재난문자를 보낼 수 있다. 지진 재난문자는 기상청이 직접 발송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30일 서울 북창동 먹자골목의 한 식당이 밤 9시가 넘자 테이블에 손님을 받을 수 없어 한산하다. 코로나19 관련 동선과 지침 안내로 재난문자 발송이 늘었다. 김상선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30일 서울 북창동 먹자골목의 한 식당이 밤 9시가 넘자 테이블에 손님을 받을 수 없어 한산하다. 코로나19 관련 동선과 지침 안내로 재난문자 발송이 늘었다. 김상선 기자

 
문자 발송시 유의사항은 뭘까. 강 주무관은 “금기단어 같은 것은 따로 없지만 지나친 공포심 유발 문구나 태풍이 오니 조심하라는 식의 예상 피해 지역과 행동요령이 빠진 막연한 알림, 오타 등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자치구에서 훈련 중 실제로 재난문자가 발송되거나 하천이 범람 위기라고 안내했는데 범람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정정문자가 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최근 발송 건수와 함께 민원도 늘었다. 특히 최근 ‘8월 15일 서울 전역 집회금지 위반 시 300만원 이하 벌금 부과’ 문자와 지난 8월 초 호우 때 새벽 5시쯤 4개 연속으로 보낸 도로 통제 문자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 민원인들은 “새벽에 보내서 잠도 못 잔다” “TV에 다 나오는데 왜 문자를 보내느냐” “문자 때문에 노이로제 걸리겠다” 등 다양한 불만과 하소연을 쏟아냈다. 반대로 “문자 잘 받았다”며 격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 주무관은 “집회 금지 문자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였고, 도로 통제 문자는 그 전에 부산에서 사망 사고가 있었던 터라 출근길 혼란을 막기 위해 도로별로 안내하다 보니 새벽에 여러 개를 보내게 됐다”며 “긍정적 효과를 생각해 큰 틀에서 판단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계속된 지난달 11일 여의상류 IC가 통제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수도권에 집중호우가 계속된 지난달 11일 여의상류 IC가 통제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예산 낭비라는 불만도 없지 않다. 강 주무관은 통신사 서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기지국으로 송출하기 때문에 문자 한 통당 드는 발송 비용은 0원이라고 설명했다. 
 
기지국으로 송출된 문자는 기지국 반경 안에서 통신 중인 휴대전화에 보내지며 전원이 꺼져 있으면 수신되지 않는다. 기지국 반경이 겹치는 지역 경계선에 거주하거나 머물면 여러 지역에서 재난문자를 받을 수도 있다. 특정 지역에서 오는 문자만 받으려면 휴대전화에서 재난문자를 수신 거부하고 안전디딤돌 앱을 설치하면 된다. 수산 희망지역을 선택하면 예컨대 서울에 살면서 부모님이 계신 부산의 재난문자도 받을 수 있다. 
 
강 주무관은 최근 재난문자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 것에 대해 “재난문자를 아예 수신 거부 해버리면 코로나19는 물론 모든 재난 상황을 알기 어렵다”며 “코로나 시대 재난문자를 한번 보는 것이 나와 내 주변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여유 있게 받아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재난문자는…
행정용어로 재난문자방송서비스(CBS·Cell Broadcasting Service)라고 한다. 재난의 경중에 따라 세 종류로 나뉜다. 재난문자는 행정안전부와 지자체가 발송할 수 있으며 지진 재난문자는 기상청이 직접 발송한다. 
 
▶위급재난문자
공습·경계·화생방경보, 경보해제, 규모 6.0 이상 지진
알림소리 60dB 이상
수신거부 불가 
▶긴급재난문자
테러, 방사성물질 누출 예상, 규모 3.5 이상 6.0 미만 지진
알림소리 40dB 이상
수신거부 가능 
▶안전안내문자
위급·긴급재난을 제외한 재난경보 및 주의보, 규모 3.0 이상 3.5 미만 지진
알림은 일반문자 설정대로
수신거부 가능
 
자료: 행정안전부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 기상청 지진재난문자방송 운영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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