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론] 인사권으로 검찰 장악한 ‘추미애 검찰개혁’은 가짜다

중앙일보 2020.09.09 00:44 종합 29면 지면보기
이완규 변호사

이완규 변호사

법의 지배(Rule of law)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다. 법치주의는 형식적 법치주의에서 실질적 법치주의로 발전해왔다. 통치가 법에 의하기만 하면 된다는 형식적 법치주의, 즉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에서는 다수결의 논리에 따른 독재의 위험이 있다. 전형적 사례가 히틀러에 의한 독일 나치 정권이었다. 박정희 유신 체제와 신군부 독재 시대에 이런 사례를 우리도 경험했다.
 

정치 권력 수사한 검사 좌천당해
‘검찰 죽이기’이자 법치주의 파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식적 법치주의의 폐해에 대한 반성으로 실질적 법치주의의 이념이 제기됐다. 실질적 법치주의는 헌법 존중, 실질적인 권력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형을 중요한 요소로 한다.
 
권력분립의 원리 중에서도 행정권 행사의 적법성과 입법권 행사의 위헌성을 심사하고 통제하도록 하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특히 중요한 요소로 본다. 형사 절차에서 검찰이 담당하는 수사와 공소는 법원의 재판과 연결되고 영향을 준다. 수사와 공소는 이익과 불이익을 따지는 정책 차원이 아니라 진실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적정한 처벌을 구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법원의 재판이 추구하는 이념과 같다. 그래서 수사와 공소를 준사법적 권력이라고 한다. 법원의 독립을 위해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검찰의 독립도 법치주의를 보장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가 된다.
 
최근의 검찰 개혁 논의와 관련해 검찰에 대한 비난은 법치주의의 기둥이 돼야 할 검찰이 자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므로 검찰 개혁의 핵심은 정치권력에 대해 추상같은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정치권력이 검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한 중 가장 강력한 것이 인사권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 각국은 검사 인사에서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검찰 개혁의 출발점은 인사제도의 개혁이어야 한다. 검찰 개혁을 논하면서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을 장악하려 한다면 그런 검찰 개혁은 가짜다. 정치권력의 뜻대로 움직이는 검찰을 만드는 것은 ‘검찰 죽이기’이고, 이는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검찰이 출범한 이래 대통령의 인사권을 통해 검찰 조직은 많은 굴곡을 겪어 왔다. 때로는 강골 검사들이 있었으나 인사권을 통해 강골 검사들을 도태시켰다. 이를 통해 ‘강골 정신’을 전통으로 축적하지 못했다. 검찰에서는 오래전부터 “검찰총장이 연이어 세 명만 직을 걸고 권력에 맞서면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 회자했다.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권력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 전통이 뿌리내리지 못했다. 청와대가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강골 검사는 자리조차 지키기 어렵다.
 
최근 법무부의 검찰 간부인사를 보면, 정치권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검찰권을 행사한 검사는 발탁되고 영전했다. 정치권력을 향해 검찰권을 행사한 검사는 좌천됐다. 우수한 검사들이 검찰을 떠났다. 심지어 정치권력을 향한 수사와 공소를 담당한 수사팀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 정치권력 수사를 와해시켰다. 인사를 이렇게 하고도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위선이다.
 
진정한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검찰 인사에 대한 청와대의 영향력을 배제하는 것이 핵심 관건이다.
 
실질적 인사 평가를 할 수 있는 별도의 중립적 기구를 만들자. 여기서 검사 인사를 실질적으로 심사하자. 그 인사안을 제청권자인 법무부 장관이나 의견 개진권자인 검찰총장에게 제출하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 인사안을 토대로 대통령의 인사권이 행사되도록 하자. 이처럼 실질적으로 인사 공정성을 갖출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완규 변호사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