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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디지털 위안화’ 맞수는 미국 달러 아닌 알리페이

중앙일보 2020.09.09 00:33 종합 23면 지면보기

디지털 지폐 서두르는 중국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전자 결제’(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로 표기하는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위안화가 중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경제 발전이 빨라지면서 세계적으로 디지털 화폐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 광저우 도심에 위안화를 상징하는 조형물 옆에 마스크를 쓴 시민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디지털 화폐-전자 결제’(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로 표기하는 중국 인민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위안화가 중국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경제 발전이 빨라지면서 세계적으로 디지털 화폐 도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국 광저우 도심에 위안화를 상징하는 조형물 옆에 마스크를 쓴 시민이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디지털 위안화’ 등장이 임박했다. 올해 4월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시연했다. 지난달 14일에는 베이징·톈진 등 28개 지역으로 시범 지역을 확대했다.
 

인민은행 ‘무현금 사회 2.0’ 주도
정부 지원금 지급 수단 활용될 듯
알리·위챗페이 독과점 견제 노리며
디지털 결제 빅데이터 확보 효과도

디지털 위안화는 지폐를 대체한다. 실물 지폐로 불가능한 전자 결제가 가능하다. 디지털 위안화를 중국이 영문으로 ‘디지털 화폐-전자 결제’(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로 표기하는 이유다. 중국에서 현금을 대체한 알리페이·위챗페이를 DCEP가 다시 대체할 기세다. DCEP가 만들 중국의 ‘무현금 사회 2.0’의 탄생 배후를 살폈다.
  
지금까지 개인은 중앙은행이 발행한 실물화폐인 지폐를 오프라인 금융거래에만 사용해왔다. 지폐는 보관이 어렵고, 온라인 거래를 할 수 없다. 그러자 디지털 거래 방식이 등장했다. 현금 거래를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계좌 이체나 인터넷 뱅킹, 신용카드, 알리페이와 같은 비은행 모바일 결제회사가 대체했다. 디지털 결제의 발달은 중앙은행의 역할을 다른 금융 중개기관으로 ‘분권화(decentralization)’시켰다.
 
스마트폰 정보통신 기술은 중앙은행이 현금 지폐를 디지털 화폐로 대체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급결제 영역에서 배제당했던 중앙은행이 부활할 기반이 마련됐다. DCEP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고 간단한 인증을 통해 모바일 전자지갑 계좌를 만들면 충전할 수 있다. 중앙은행이 다른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아도 개인에게 필요한 디지털 현금을 직접 나눠줄 수 있게 됐다. 중앙은행의 ‘탈(脫)금융기관화’다.
  
DCEP 앞세운 중앙은행의 귀환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4월 시범 운영을 시작한 디지털 위안화 모바일 지갑. [중앙포토]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4월 시범 운영을 시작한 디지털 위안화 모바일 지갑. [중앙포토]

DCEP의 용도는 다양하다. 정부가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좋은 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배포에 보편화한 신용카드를 활용했다. 만약 한국은행의 DCEP가 있었다면 직접 디지털 현금을 스마트폰 전자지갑에 지급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정부의 다양한 복지사업 지원금도 DCEP로 직접 지급한다면 관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DCEP는 중앙은행의 통화공급량 조절 기능도 강화한다. 은행의 모바일뱅킹은 개인의 보유 현금을 은행 예금계좌로 전환한다. 은행은 이 예금을 활용해 대출이라는 또 다른 신용을 창출한다. 전체 통화량(M2)이 늘어나는 이유다. 신용카드 결제는 신용거래라는 결제방식으로 개인의 현금 보유 이상의 소비 결제를 가능하게 만들며 통화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DCEP는 개인 휴대폰 전자지갑 속에 디지털 현금으로 보관된 본원통화(M0)다. 중앙은행이 직접 통화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최근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발행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DCEP가 중앙은행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어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올해 6월 30일 연례회의에서 팬데믹 이후의 디지털 지급결제 시스템에서 중앙은행의 관여를 권고했다. BIS 2020년 연례보고도 ‘디지털 시대 중앙은행과 지급결제’를 별도 챕터로 분석했다.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를 권장했다.
  
국제결제은행 “디지털 화폐 만들라”
 
DCEP를 선도하는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 정부가 개인의 금융거래를 손쉽게 파악해 감시하기 위해, 또는 달러 기축통화에 대항해 위안화 국제화의 수단으로 DCEP를 도입한다는 해석이 주류다. 숨겨진 의도 파악에만 집중한 나머지 DCEP의 순기능이 간과되고 있다.
 
물론 중국 정부가 DCEP를 도입하는 배경에 이런 측면도 없지 않다. 단 이는 부차적이거나 꽤 먼 미래의 일이다. 필자는 현재 중국이 DCEP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내부적인 요인에 주목한다.
 
DCEP는 스마트폰의 모바일 지갑에 현금을 충전하고 이를 QR코드 방식의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에 사용하거나, 개인 간 송금이나 다양한 온라인 지급결제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현재 중국에서는 DCEP와 유사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가 일상에 정착한 지 오래다. DCEP를 시범적으로 사용해 본 중국인 역시 알리페이와 큰 차이점이 없다는 반응이다. 그렇다면 왜 중국 정부는 알리페이·위챗페이를 제치고 DCEP를 새로 도입하려 할까.
 
독과점 해소가 이유다. 2019년 4분기를 기준으로 중국 모바일 결제시장에서 알리페이의 비중은 55%, 위챗페이가 39%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는 이들 두 비은행 플랫폼이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중국의 비현금 디지털 지급결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0.5%에서 2019년 5.4%로 급증했다. 2015년 이후 4년간 비은행 모바일 결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89%다. 은행 카드(신용카드 포함) 결제의 연평균 증가율 7%의 10배 이상이다. 규모 면에서도 이미 은행 카드 결제 금액의 30%에 달한다.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중국 금융시스템을 사실상 좌지우지할 정도가 됐다.
 
우려가 커졌다. 중국에서 민영기업의 결제 플랫폼 영향력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알리페이가 확보한 고객 계좌 수는 개별 은행들의 은행 카드 회원 수보다 월등히 많다. 독과점 우위를 확보한 알리페이는 은행보다 협상력이 강해졌다. 알리페이가 고객 간의 거래를 자체 플랫폼에서 청산(clearing) 처리하자 금융 당국이 불법 결제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2018년 5월 비은행 결제사의 QR코드 결제를 통합 관리하는 왕롄(網聯)이라는 새로운 청산결제 네트워크를 도입했다. 비은행 모바일 결제회사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디지털 결제 빅데이터가 민영기업에 집중되면서 견제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결제시스템에서 정부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도 중국은 DCEP가 절실했다. 결론적으로 DCEP는 지급결제에서 중앙은행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DCEP를 통해 강화된 중앙은행의 역할이 향후 개별 국가의 금융통제력 강화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중국 ‘디지털 위안’ 공세에 미국 ‘디지털 달러’ 반격
국가 사이의 지급 결제 서비스는 국제카드 전산망, SWIFT(은행간 통신협정) 디지털 송금 네트워크, 대형 글로벌 은행이 독과점으로 운영 중이다. 최근 페이팔·알리페이 등 핀테크 기업이 급성장 중이다.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결제 거래 비용을 절감할 새로운 디지털 국제결제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6월 페이스북이 새로운 국제결제 디지털 화폐 리브라(Libra)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페북은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대응을 도입 이유로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달러 기축통화와 SWIFT 국제결제 시스템 우위를 자신하며 리브라를 반대했다.
 
그러던 미국 정부가 올해 들어 디지털 달러의 발행에 적극적 태도로 돌변했다. 코로나19 재정지원금 지급 등에서 정부 주도로 디지털 달러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의회에 법안도 제출됐다. 디지털 달러 발행에 입장을 바꾼 이유는 디지털 위안화 요인이 크다.
 
향후 국가간 결제 수단으로 모바일 국제결제가 급성장할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미국이 디지털 달러로 반격에 나선 이유다. 미·중의 디지털 화폐 경쟁은 향후 국제 모바일 결제의 표준 경쟁, 다른 국가와의 협력네트워크, 기존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과 연계방식, 새로운 중국 위안화 국제결제 시스템(CIPS) 등 복잡한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도 최근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국제결제 국제표준을 둘러싼 디지털 달러와 디지털 위안의 갈등과 진행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시급하다. 디지털 원화 도입 전략은 이를 바탕으로 세워야 한다.
◆서봉교
서울대 경제학 박사, 중국 칭화대 경제경영학부 박사, 금융위원회 핀테크금융혁신 T/F 민간전문위원, 전 삼성금융연구원. 저서 『중국경제와 금융의 이해: 국유은행과 핀테크 은행의 공존』 등이 있다.

 
서봉교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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