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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카투사는 미군 규정 우선? 육군 “휴가는 한국군 규정 적용”

중앙일보 2020.09.09 00:09 종합 5면 지면보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27)씨의 카투사 시절 ‘특혜 병가’ 의혹이 계속되자 서씨 변호인 측이 새로운 근거를 들며 해명에 나섰다. 서씨 변호인 측은 8일 “카투사는 육군 규정이 아닌 주한 미8군 규정 600-2가 우선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미8군 규정에 따르면 휴가 관련 서류를 5년이 아니라 1년만 보관하면 돼 서씨 관련 자료가 없는 게 규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추가 병가 과정에서 요양 심의를 받지 않은 것도 미8군 규정에는 없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지휘관 재량으로 30일 휴가 가능?
병가 10일 넘으면 군병원 옮기거나
민간진료 땐 진단서 내 심의 받아야

하지만 육군은 이를 부인하는 입장을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실에 냈다. 육군은 국방부를 통해 보낸 서면 답변에서 “카투사 병사에게 별도 적용되는 휴가 규정은 없으며, 육군 병사와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서씨 변호인단이 제기한 주장과 해명이 타당한지 군 관계자들에게 들어봤다.
 
추미애 장관 측 주장 검증해 보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추미애 장관 측 주장 검증해 보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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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8군 규정이 우선?=아니다. 주한미군 한국군지원단(카투사)은 육군본부 직할 육군인사사령부 예하 부대다. 카투사의 군복·총기 등 물품 지급과 훈련을 포함한 편제는 미8군이 관할하지만, 휴가 등 인사 사항은 육군인사사령부 통제를 받는다. 카투사는 휴가 갈 때 육군 규정을 따라야 한다. 주한미군 관계자는 “미군은 카투사 휴가 등에 대해선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인사기본법 따랐다?=서씨 변호인단은 미8군 규정 우선 적용을 주장하기에 앞서 군인사기본법 시행령을 강조해 왔다. 서씨 변호인 임호섭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법에 따라 “지휘관 재량으로 요양과 간호에 30일 이내 휴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군인사기본법이란 법은 없다. 비슷한 이름으로 군인사법 시행규칙이 있는데, 이는 장교·부사관만이 대상이다. 서씨 같은 병사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이 적용된다. 문제는 군인복무기본법 시행령에선 병가를 어떻게 허용할지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씨의 병가는 일반적?=‘현역병 등의 건강보험 요양에 관한 훈령’(국방부훈령 제1463호)은 병가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조건을 규정하고 있다. 하위인 육군 규정은 물론 미8군 규정에도 같은 내용이 반영돼 있다. 현역병의 병가가 10일이 넘어가면 입원한 경우라 해도 일단 퇴원해 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추가로 민간 병원 진료가 필요할 경우엔 다시 진단서·의무기록지를 제출하게 돼 있다. 부대장이 병사로부터 받은 이런 서류를 군 병원에 제출하면 곧바로 요양급여 심의 절차가 진행된다. 이때 군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심의 결과가 나와야 민간 병원 위탁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서씨는 이런 과정을 모두 생략했다. 전·현직 군의관들은 “다른 병사들의 병가 사례를 볼 때 특혜가 맞다”고 말했다.
 
◆미8군 규정이 특별법?=서씨 측 현근택 변호사는 “어찌 보면 (미8군 규정이) 특별법이니 먼저 적용되고, 거기에 없으면 육군 규정이 적용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서씨 측이 서로 다른 잣대를 들어 적법성을 주장하면서 내부에서조차 논리적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란 지적이 나온다. 당초 특혜 의혹이 제기된 병가 자체가 국내 규정에 따라 적법하다는 주장을 하다, 병가 관련 자료 보관이나 휴가 연장 시 요양 심사 문제가 거론되자 미8군 규정이 우선이란 입장을 냈다. 군 관계자들은 “서씨 측이 사정에 맞춰 관련법과 여러 규정, 지침 중 유리한 대목만 골라 인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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