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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 63% 싫다는데 ‘고용보험 의무가입’ 국무회의 통과

중앙일보 2020.09.09 00:04 경제 3면 지면보기
정부와 재계가 첨예하게 부딪혀 온 ‘특수형태 고용근로자(특고) 고용보험법’이 사실상 정부안대로 9월 국회에 제출된다. 핵심 쟁점인 적용 직종과 보험료율 등은 향후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보험설계사·학습지·캐디·택배 등
한경연 조사 “일자리 불안” 반대
경총 “선택적 가입이 글로벌 표준”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경제계 입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경제계 입장.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특고 종사자를 고용보험에 편입시키는 ‘고용보험법’ 개정안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징수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재계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골자는 ▶특고 고용보험 의무가입(당연가입)▶보험료는 특고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소득감소로 인한 이직시 실업급여 지급 등이다. 입법안은 특고 종사자가 이직 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할 경우 실업급여를 받도록 했다.
 
정부는 보험설계사·건설기계조종사·학습지교사·골프장캐디·택배기사·퀵서비스기사·신용카드모집인·대리운전기사 등 14개 직종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경제계는 특고 종사자와 일반 근로자는 근로계약과 업무 형태 등이 전혀 다르다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특고 종사자는 업무 수행이나 이직·전직까지도 자기 결정권이 강한 독립 사업자의 지위”라며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스페인·이탈리아를 봐도 당사자들의 선택적 가입, 보험료 전액 자기 부담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주장했다.
 
특고 종사자는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지대에 있는 노동자로, 그 규모가 약 2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회사에 직접 고용돼 있지 않고 위탁계약을 맺고 일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정작 특고 종사자들이 의무적인 보험가입을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택배기사·보험설계사·가전제품설치기사·골프장캐디 등 대표적 특고 종사자 2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2.8%가 일괄적인 고용보험 가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 불안’이었다. 특고 종사자 10명 중 7명(68.4%)은 고용보험 의무적용 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우려했다. ‘사업주 부담이 증가(41.3%)’하고 ‘고용보험 비용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돼 사업환경이 악화(23.5%)’하고 ‘무인화·자동화를 촉진(19%)’ 시켜 오히려 일자리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정부 입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사업주의 부담 증가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특고의 어려움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보험 기금 재정도 문제다. 지난해 실업계정은 1조3731억2880만원 적자인데,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업급여 신청이 급증하면서 적자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경총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 ▶임금 근로자와 실업급여 계정 분리▶임의가입(선택가입) 방식 적용▶특고의 보험료 부담비율 상향조정 등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동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소아·하남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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