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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태풍’ 배추 1포기 1만원, 한달새 60% 뛰었다

중앙일보 2020.09.09 00:04 경제 1면 지면보기
“도토리묵 무침 해 먹으려고 마트에 갔다가 오이 하나 사 들고 나왔네요. 상추 한 봉(120g) 4380원, 애호박 1개 4280원, 오이 2개 4050원, 시금치 한 단(250g) 6780원이 말이 되나요?”
 

장마·태풍에 과일·채소값 치솟아
오이 2개 4050원, 무 1개 3700원
“상추 1상자 9만원, 고기보다 비싸”
채소 빼고 김치 사라진 식당도
추석차례상 작년보다 20% 더 들듯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사는 주부 김모(34)씨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채소·과일값에 혀를 내둘렀다. 장을 봐서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 밀키트·샐러드를 주문하거나 외식을 하는 게 더 저렴할 정도라고 한다. 김씨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재료를 하나씩 사서 한 상을 차리려면 5만~7만원은 써야 한다”고 말했다.
 
치솟는 채소값(배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치솟는 채소값(배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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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역대 최장 장마와 폭염으로 채소·과일값이 평년과 비교해 이미 두 배나 오른 데다 잇따른 태풍으로 농산물 출하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적어도 추석까지는 농산물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치솟는 채소값(당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치솟는 채소값(당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8일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가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차례상 품목을 조사한 결과, 올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보다 평균 20%가량 올랐다. 전통시장에서 차례상을 준비하려면 지난해보다 3만8400원(16.5%) 오른 27만500원, 대형 마트에선 8만270원(24.7%) 오른 40만4730원이 필요하다.
 
치솟는 채소값(수박).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치솟는 채소값(수박).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동훈 한국물가정보 연구원은 “견과류 중 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입량이 줄고, 태풍으로 낙과율이 높아지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며 “긴 장마와 폭염으로 채소류의 가격 변동성도 커졌고, 닭고기·소고기·쌀도 지난해와 비교해 비싸다”고 설명했다.
 
치솟는 채소값(대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치솟는 채소값(대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거래된 배추 1포기의 소매 가격은 9738원으로, 1년 전(4890원)과 비교해 99% 올랐다. 한 달 전만 해도 6165원이었는데, 가격이 58% 뛰었다. 무 한 개는 1년 만에 1913원에서 3703원으로 94% 상승했다. 차례상에 오르는 홍로 사과 10개는 같은 기간 2만4921원에서 3만321원으로 22% 올랐다. 수박·쪽파·깻잎·방울토마토·양배추 가격도 1년 새 30~80%가량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미 지난달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8% 상승했다. 이는 2017년 1월(15.9%)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치솟는 채소값(사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치솟는 채소값(사과).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외식업체는 비상이다. 코로나19로 매출 감소를 가까스로 버텨왔는데 이제 식자재값이 올라 마진이 더 줄어들 위기다. 궁여지책으로 채소 반찬을 줄이거나 저렴한 채소로 대체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는 굴 소스 채소볶음에서 청경채가 빠지고 양배추만 가득해 손님이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직장인 신모(36)씨는 “요새 코로나 때문에 외식업체가 어려운 건 알지만, 중식 채소볶음에서 청경채가 없는 건 너무하지 않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상암동의 한 샤부샤부 가게에서는 배추김치가 사라지고 무생채만 식탁에 올라왔다. 일부 족발집·횟집은 ‘당분간 상추를 제공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외식업체를 운영하는 조모(48)씨는 “지금 상추가 한 상자에 9만원이나 해 돼지고기보다 더 비싸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채소 가격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이다. 7일 얼갈이배추와 상추는 전 거래일(4일)과 비교해 도매가격이 각각 28.6% 24.3% 올랐다. 오이·애호박·꽈리고추 등도 하루 만에 도매가격이 25~35% 급등했다. aT 관계자는 “태풍 등 기상이변이 있는 경우 농수산물 경매가 과열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매가격 상승세는 1~2주의 시차를 두고 소매가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마트는 채소 가격을 매일 바꾸지는 않기 때문에 도매가가 곧바로 적용되지는 않지만 추후 가격 상승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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