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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드라마도 봉준호 연출 바랐지만 너무 바쁜 몸 됐다”

중앙일보 2020.09.09 00:03 종합 20면 지면보기
지난 5월 공개된 드라마 ‘설국열차’. 영화보다 10년 앞선 시점의 이야기다. [사진 넷플릭스]

지난 5월 공개된 드라마 ‘설국열차’. 영화보다 10년 앞선 시점의 이야기다. [사진 넷플릭스]

“영화 ‘설국열차’(2013)를 아내와 함께 봤어요. 작품이 어땠느냐고 묻길래 TV쇼로 만들겠다고 답했죠. 그때는 그 과정이 그렇게 힘들지 몰랐어요. 그저 영화가 너무나 강렬하고 드라마로 가져올 수 있는 요소가 넘쳐난다고만 생각했죠. 원래 힘들수록 성공하는 법이지만 정말 마음과 영혼을 모두 쏟아부어야만 했어요.”
 

제작 총괄 맡은 마티 아델스타인
“아시아 콘텐트 전 세계 공감 커져
한국어·영어 반 섞인 영화 나올 것”

지난 5월 미국 TNT와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190여 개국에 공개된 드라마 ‘설국열차’의 탄생 비화다. 미국 제작사 투모로우 스튜디오의 마티 아델스타인 대표는 “‘설국열차’ 원작의 팬이 상당히 많은 데다 기후 변화처럼 현재와 연관된 주제를 다루고 있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TNT에서 첫 화 공개 당시 330만 명의 시청자가 몰려들고 넷플릭스 ‘오늘의 톱 10 콘텐트’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 25년간 할리우드에서 에이전트, 매니저, 프로듀서로 일하며 ‘프리즌 브레이크’ ‘아쿠아리우스’ 등을 제작해왔다.
 
마티 아델스타인

마티 아델스타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7~11일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특별연사로 참여한 아델스타인은 8일 ‘뉴노멀 시대, 아시아 방송 콘텐츠 르네상스의 도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강연은 사전 녹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앞으로 코로나19 역시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등장하지 않겠냐”며 “‘설국열차’ 시즌 2도 촬영 종료를 4일 앞두고 셧다운 돼 아직 마무리를 못 했다”고 밝혔다.
 
2015년 ‘설국열차’ 드라마화 작업을 시작한 그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맡길 바랐다”고 말했다. ‘설국열차’는 198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고 체코에서도 영화로 제작됐지만, 모티브는 한국판에서 가져왔기 때문이다. “봉 감독이 캐나다 밴쿠버 세트장에도 두어번 왔었는데 너무 바빠졌죠. 천재적인 영화(‘기생충’)로 외국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에 올랐으니까요.”
 
드라마로 옮기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1001칸에 달하는 열차의 구현이다. 그는 “다들 기차를 오래 타야 하니 공간이 숨 막히게 느껴지지 않도록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며 “기차를 35칸 정도 만들었는데 촬영이 끝나면 호텔로 써도 될 정도로 멋진 공간”이라고 했다. 열차 내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추리물 요소를 더한 드라마는 한층 더 크고 화려해진 볼거리를 자랑했지만, 봉준호 특유의 유머가 사라지면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모로우 스튜디오는 현재 아시아 IP(지식재산권)를 토대로 여러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1998~1999)과 ‘원피스’(1999~)를 드라마로 제작해 넷플릭스로 방영할 예정이다. 그는 “아시아 원작 팬들은 엄청나게 열광적이어서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비난받게 된다. 각색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계 작가 프란시스 차가 쓴 소설 『이프 아이 해드 유어 페이스(If I Had Your Face)』의 드라마화도 준비 중이다. 룸살롱·고아원·임신·성형 등으로 고민하는 네 여성의 이야기가 주축이다. “한국인의 미의 기준을 이해하려 관련 책도 한 권 샀어요. 한국과 미국에서 촬영해 애플TV 플러스에서 방영할 예정입니다. 언어도 한국어와 영어가 반반씩 들어갈 텐데, 이런 제작 형태가 더 늘어날 거라고 봐요. 이제 사람들은 한 작품에 서로 다른 언어가 나와도 놀라지 않을 테니까요.”
 
아델스타인 대표는 “전 세계에 통하고 오래가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는데 아시아에서 특히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최근 ‘워크 프렌즈’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설립한 그는 “기회가 된다면 다큐멘터리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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